나는 왜 글을 쓰게 됐을까

2017-12-21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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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글 쓰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다이어리처럼 사적인 글을 적는 건 더더욱.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사를 쓴지 벌써 7년째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지금. 이번 기회에 ‘내가 어째서 글을 쓰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대형서점에서 개최한 독후감 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그 전까지 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큰 상 한번 받지 못했었는데 서점 독후감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게 됐다. 그 때 상금이 20만원이었던 것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린 나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었다. 상금을 받던 그 때, 나는 처음으로 글 쓰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그 후로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착각하게 됐다. 그게 계기가 돼서 중학교에 입학해 신문동아리에 들어갔다. 사실 중학교 신문동아리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교지에 요약정리해서 싣는 일만 하면 된다. 동아리에서 부장까지 하게 되자, 나는 ‘내가 글을 정말 잘 쓰는 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교내 글짓기 대회에 성의껏 써서 낸 글들이 큰 상을 받지 못하자 내 글 솜씨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 이상 글을 쓰는 것이 싫어졌고 재미가 없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또 신문동아리에 들어갔다. 대학 진학 시 스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다. 그때부터 진로 희망 칸에 나는 흥미가 없음에도 항상 ‘방송기자’를 적었다. 가끔은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글’과 오랜 애증의 관계를 겪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기분이 항상 들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위해 결국엔 입시 논술까지 해야 했다. 논술을 준비하면서도 내가 과연 소질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씩 했고 몇 번씩 울었던 것 같다. 이런 걱정과 달리 대학 진학도 논술로 하게 됐다. 인생에서 글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글쓰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믿기로 했다.
요즘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전엔 막연히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었다. 그러나 전공이 어문, 그것도 특수어인 태국어가 되니 무엇이 내 길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할 때쯤 외대학보를 접하게 됐고, 학보를 통해 언론인이 내 길이 될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외대학보를 지원한 진짜 이유는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내 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에 가서는 글을 쓰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었는데 막상 글만큼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대학보는 내가 몸담았던 중, 고등학교의 신문동아리 차원이 아니었다. 이곳에선 기획기사, 칼럼, 인물 등 다양한 기사가 작성된다. 학보는 나에게 실제 신문사 같은 큰 세계로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내 이름이 쓰인 기사가 실린다니... 요즘은 기사를 쓸 때면 13살 소녀가 글을 쓰며 느꼈던 희열을 다시금 느끼곤 한다. 아직은 기자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로 미숙하다. 하지만 이제 막 권태를 벗어났고 기자로서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성장을 학보를 통해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