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 화학물질의 양면성

2017-12-21

박주원 기자 | 94swj04142@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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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경기 남양주시의 농가 한 곳에서 발견됐다. 경기 광주시의 또 다른 농가 한 곳에선 살충제 ‘비펜트린’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5일 자정부터 모든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했고 전수검사를 통해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했다. 이후 전북 김제에서 살충제 ‘플루페녹수론’, 경북 영천·경산에서 살충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가 추가로 검출됐다.
현대 사회에서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많은 피해도 낳았다. 최근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 피해는 매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양면성에 대해 하현준 화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Q1 처음에 검출됐던 살충제 성분이 ‘피프로닐’이다. 이후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DDT’등 다양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러한 살충제들이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가?

화학물의 효과는 항상 두 가지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사실 살충제의 경우 인간을 위한 약이 아니다. 인체에 절대 좋을 수 없는 화학물이기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살충제가 인체에 절대적으로 해로운 물질인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과실주인 와인은 좋은 향과 풍미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지만, 기본적으로 알코올이라 불리는 에탄올이 들어있다. 에탄올의 경우 몸에서 배출이 잘되는 편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에탄올보다 분자가 작은 메탄올은 다르다. 메탄올은 독성물질이라 섭취 시 실명, 심하게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이 메탄올은 대부분의 과실주에 소량 들어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와인을 즐겨 마신다. 항암제도 마찬가지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복용하지만 부작용으로 탈모와 소화불량이 온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
지금 문제되는 살충제 계란의 경우도 체내에 쌓인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하기 전까진 특별한 문제가 없다. 물론 신체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은 천차만별이지만 계란을 먹었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화학 물질의 위험성은 체내 축적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체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소금도 치사량이 있다. 많은 양의 살충제 계란을 장기적·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분명 안 좋은 영향이 있기에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선 안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양계장에선 A4용지 크기의 좁은 공간에서 닭 한 마리를 키운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닭을 키우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며 계란 생산량을 극대화한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에게 계란을 싼 값에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모두 인간의 경제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욕심이 살충제 계란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가 된 계란을 전량 회수 및 재검사를 실시했다. 해당 사태에 대해서 정부와 농가는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Q2 살충제 계란 파문이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조사를 통해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의 안전성 검사는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가?

먼저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들의 작용원리는 균주들의 중추신경 작동을 마비시켜 진드기를 죽이는 방식이다. 닭의 체내로 살충제가 흡수되고 화학성분이 닭의 혈관을 타고 흐르면 그 피를 먹는 진드기가 죽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살충제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다. 어떤 화학물질이든 해충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성분이면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유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화학물질·의약품은 개발될 때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안전성 검사는 화학 물질이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양과 동시에 해가 없는 양을 측정한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임상시험을 장기간 진행한다. 살충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올 수 있는 역효과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살충제 DDT가 이런 경우다. 개발 당시 살충 효과가 좋아 널리 사용됐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DDT가 토양에 쌓여 여러 동·식물들에게 축적됐다. 뒤를 이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 또한 많은 양의 DDT가 인체에 쌓였다. 이러한 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성 검사를 해도 미래에 올 부작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Q3 양계 농가 외에도 식용 닭은 살충제로부터 안전한가?

살충제를 맞은 닭을 먹는다고 하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양계장은 식용 닭을 키우는 육계 농가와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가로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농가는 산란계 농가로 육계에서 키워진 닭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년 전 육계에서 키우는 식용 닭도 살균제가 사료에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식용동물 사료 원료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했고 사료 원료에는 항생제, 다이옥신, 성장호르몬, 살충제, 화학비료 성분 등 유해 성분이 다량 들어있었다. 우리나라 농가는 수입 사료로 건강한 닭을 키워 판매량을 높일 수 있었지만 이 경우 역시 결과적으로 토양 축적, 폐사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진 국가는 육계 농가에서 사료에 인위적인 살균 화학 성분을 사용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 조치하는 등 대책을 수립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제를 마련하지 못했다. 하루 빨리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Q4 살충제가 검출된 김제의 농장주는 “농장에서 절대 살충제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살충제가 어떤 방식으로 흡수됐을까?

토양, 사료 등 살충제가 흡수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토양의 경우 결과적으로 모든 물질이 쌓이는 곳이다. 하지만 쉽게 분해되는 자연물질과는 달리 화학물질의 구조는 레고를 부수듯이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균주에 의해 분해가 된다 하더라도 원래의 상태 그대로 토양에 축적될 가능성도 높다. 오염된 토양과 이로 인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자란 동·식물들은 먹이사슬을 통해 화학물질을 축적한다. 닭의 경우 비교적 먹이 사슬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꽤 과량의 살충제가 쌓일 수 있다. 김제의 해당 농가에서 닭을 방목해서 키웠다면 토양을 통해 살충제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Q5 지난 21일 의사협회가 “살충제 계란, 안심상황 아니다”라며 “만성독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현재 만성독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가?

독성은 그 부작용이 당장 나타나는 것과 오랜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것이 있다. 살충제의 경우는 주로 후자의 독성이다. 이를 만성독성이라 하는데 사실 만성독성은 그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모든 사회가 유념해서 봐야하는 문제다. 과거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출시됐었다. 이 약은 입덧이나 우울증이 심한 임산부에게 처방됐고 직접적으로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로부터는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후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문제를 낳았고 이 약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최근엔 이런 부작용에 대비해 까다롭게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줄었다. 화학물질 사용을 승인해주는 절차도 복잡하고 규제도 강하다.
Q6 이번 사태로 화학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화학물질 사용의 규제를 강화하고 농장주들은 이를 잘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학 성분의 유무를 따지기보단 측정치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 또한 화학물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모두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화학은 우리 생활에 편리함과 쾌적함을 줬고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만 화학이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다 보니 ‘*케미 포비아(Chemistry Phobia)’가 생긴 것 같다. 모든 물건, 식품은 사람이 만든 화학물로 이뤄져 있다. 화학물이 주는 효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케미 포비아(Chemistry Phobia): 생활화학제품을 꺼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화학을 뜻하는 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Phobia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신조어.

박주원 기자 94swj0414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