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총장 선출, 어떻게 해야 하나

2017-12-21

전환욱 기자 | 95hwanwook3132@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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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과 24일 이틀 동안 우리학교 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총장은 교수와 교직원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학교를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다. 자리의 중요성이 큰 만큼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전국 대학교에서는 총장 간선제와 직선제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먼저 총장 직선제와 간선제가 무엇이며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그리고 우리학교 총장선거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선출 제도를 주목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학생 대표의 입장은 어떠한지, 전망과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총장 간선제와 직선제
간선제는 ‘간접 선거 제도’의 줄임말이다.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간접선거(간선제)란 ‘일반선거인은 소위원선거인으로써 중간선거인을 선거하는 데 그치고, 그 중간선거인이 대통령이나 의원 등을 선거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구성원 전체가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고 그들이 선출한 대표자만 선거권을 갖는 제도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총장 선거에서의 간선제는 ‘완전한 직선제’가 아닌 경우, 즉 우리학교와 같이 ‘모든 구성원이 선거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간선제’와 ‘직선제’의 용어 사용에 있어 이 같은 맥락을 따르고자 한다.
총장 간선제는 일반적으로 대학 구성원별 대표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다.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원과 구성 비율은 각 대학마다 다르다. 보통 총장추천위원회는 교수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간선제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장기적인 대학 경영과 개혁에 전문성을 갖춘 총장을 발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반면 교수를 제외한 학생과 교직원 등의 구성원이 선거 과정에서 제외되면서 구성원 전체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직선제는 ‘직접 선거 제도’의 줄임말로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직접선거란 선거인이 당선인을 직접 지명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대학교 총장 선거의 경우 학생, 교수, 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해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선거에서 직선제 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직접 투표를 통한 후보자 선출 이후 국립대는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립대는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임명을 결정한다.
직선제는 총장선출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어 민주적이다. 하지만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돼 교수사회에 파벌과 반목을 낳는 경우도 있다. 후보자가 공약을 남발해 학교 개혁을 저해하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 우리학교 총장 선출 제도
현재 우리학교 총장 선거에서 선거권은 교수에게만 주어진다. 즉 학생, 교직원, 교수 구성원 3주체 모두가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우리학교 총장 선출 제도를 간선제로 볼 수 있다.
총장 선출 제도는 우리학교 교수협의회 <총장후보선출규정>에 명시돼있다. 규정 제2장(총장후보추천위원회) 2항 ‘총장후보는 재적회원 과반수가 출석한 교수협의회 총회에서 직접·비밀투표로 득표순위에 따라 2인을 선출한다.’ 제5장 (선거 및 투·개표 절차) 제18조 1항 ‘선거인 명부작성일 현재 본 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원은 총장후보를 선출할 선거권이 있다.’ 제20조 1항 ‘선거는 재적회원 과반수가 출석한 교수협의회 총회에서 직접·비밀투표에 의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들을 통해 총장후보자 선거권이 교수협의회 회원 교수에게만 부여되는 현행 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총장 후보자 선출 절차 또한 규정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장선거는 우리학교 교수협의회 회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등록기간 내에 등록한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입후보자가 5인 이하의 경우에는 다득표순으로 2인의 후보자를 정한 뒤 결선투표에 의해 총장후보의 순위를 결정하고, 입후보자가 6인 이상의 경우에는 유효투표수의 10% 이상을 득표한 입후보자 중 다득표순으로 5인을 대상으로 제2차 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 결과에 따른 1,2위 총장후보자를 선출한 뒤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이사회는 큰 이견이 없을 경우 1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한다.
◆ 우리학교 총장 선거제도, 왜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학교 총장선거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총장선거제도가 학교 구성원 전체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기 힘든 구조라는 점에 있다. 그 결과 총장선거 당시 후보자들의 교수 복지 향상 공약에 비해 학생, 교직원을 위한 공약의 비중이 적고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투표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교수를 위한 복지공약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후보자들은 △4년 내 평균 임금 2,000만원 인상△자녀등록금 지원 확대△명절 상여금 지급△보직 중복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교수 복지카드 발급△주택대출융자 보증지원△연구업적평가 부담 완화△교수 연구 아파트 건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학생과 교직원 등 다른 구성원을 위한 공약은 앞선 공약보다 부실했다. 학생들을 위한 공약인 △20-20 장학금 수혜원칙 시행△장학금 수혜율 50%로 향상△본교출신 대학원 장학생 확대△취업지원체제 강화 등 직접적인 학생 복지와 장학 공약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특히 학생들이 관심 갖는 항목인 장학금 수혜율 향상이나 취업지원체제 강화 공약의 경우 뒷받침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학생 등록금·장학금 확충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는 후보자 공약도 있었다. 한편, 대부분의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교직원 복지 공약은 전무하거나 거의 없었다.
우리학교 규정집 7장 2절 90조 2항에 ‘총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휘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학교를 대표한다’라고 총장의 역할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총장은 교수만을 대표하는 역할이 아닌 대학교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선출 과정에서 보여진 공약만 놓고 보자면 학교 구성원 전체를 위하기보단 다소 교수에게 치우친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다.

◆ 다른 대학 상황은?
타 대학이 현재 시행중인 총장선거제도를 살펴봤다. 먼저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이화여자대학교와 부산대학교가 있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씨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된 최경희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교수와 학생이 총장선출제도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제도 개정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이화여대는 교수, 직원, 학생, 동문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투표 방식을 논의해 왔다. 논의 결과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 비율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총장 후보자 선출 방식을 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 5월 25일 김혜숙 신임 총장이 당선돼 총장으로 임명됐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41개 국공립대 중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일한 대학(현직 총장 기준)이다. 부산대는 2015년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국문학과 故고현철 교수가 투신하는 등 총장선거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교육부에 저항한 결과로 직선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부산대는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규정에 따라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 선거인을 선정해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또한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 총학생회장이 추천한 학생 위원을 포함시키고 있다. 한편, 국공립대 중 제주대, 목포대, 한국교통대, 군산대 등 4곳은 다음 해 2월 총장 임기가 만료돼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총장 직선제로의 전환을 이미 확정했거나 확정을 앞두고 있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은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학교를 비롯한 한양대, 건대 등의 사립대와 부산대를 제외한 40개의 국립대가 해당한다.

◆ 학생 대표의 입장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학생 대표의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현재 시행중인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유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은 “현재의 총장 간선제는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 교직원, 교수 3주체 모두가 선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오직 교수들만 참여하는 비민주적인 선출제도”라고 밝혔다.
이러한 선출 방식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백 비대위장은 “투표권이 교수에게만 부여되다보니 총장의 주요 공약이 교수들에게만 치우쳤다. 또한 학교의 중요사항 결정에 학생이나 교직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기구가 매우 부족하고 있어도 교수들에 의해서만 운영이 되고 있다”라고 얘기했다.
총장 선출 제도에 관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학교 3주체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총장 선출 제도를 정관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협의기구를 통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법인 이사회, 교수 협의회와의 면담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노조와의 연석회의를 통해 다양한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물론, 서울캠퍼스의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이 대표성을 띠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와 연계한 주장과 활동이기 때문에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대표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전망과 한계
직선제와 간선제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선제는 절대 선이고, 간선제 방식은 절대 악이라고 흑백논리로 규정하게 되면 이후의 합의와 논의는 이뤄지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을 채택하든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가에 대한 여부다.
현재 우리학교 총장선출방식은 모든 구성원에게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민주적인 선거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 11대 총장 선거까지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 남아있다. 선거가 머지않은 시점이며 학교의 모든 구성원 간의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총장 선출 방식이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이러한 상태에서 선출제도 개정을 요구한다면 학교 내의 갈등과 반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총장 선출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앞서 법인 이사회를 통한 규정 수정과 같은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수, 교직원, 학생 모두의 목소리가 적절히 반영되는 총장 선출 제도를 만들기 위해 협의기구를 통한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화여대와 부산대의 경우처럼 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그 첫 번째가 대화일 것이다. 대화를 통한 민주적인 합의가 이뤄질 때 우리학교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로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전환욱 기자 95hwanwook313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