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얻어낸 생리공결제, 이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때 2017-12-21
홍주연 기자 | 95m52535@hufs.ac.kr 조회수 386  댓글 0
 
지난 8월 31일 학사지원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건강권, 모성보호 확대 요청 그리고 단과대학 및 학생회의 제도개선 요구에 따라 2017학년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한다는 공지를 내렸다. 많은 학우들의 바람이었던 생리공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환호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제도가 어떻게 도입됐는지, 어떤 우려와 기대가 예상되는지 알아보자.

◆ 생리공결제, 어떤 과정과 노력을 통해 도입됐나
생리공결제란 생리 때문에 결석을 할 경우 출석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2006년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생리공결제를 시행한지는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제도는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학교도 지난 8월에서야 도입했다.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생리공결의 악용이나 남용 문제, 생리결석을 일반 질병과 차이를 두는 것은 차별이라는 의견 등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선뜻 생리공결제를 도입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렇다면 학교 측은 왜 이제야 생리공결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학사지원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학교 측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2년 전부터 꾸준히 안건에 올랐지만 악용 우려 등의 이유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 초부턴 총학생회를 포함해 사회대 학장, 사회대 학생회 등에서 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결국 지난 8월 31일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생리공결제의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정기총회 안건으로 생리공결제가 발의된 이후 지난 8월 총학은 이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본 설문조사에는 총 1361명이 참여했다. 이 수치는 많은 학생들이 해당 제도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설문 결과 주요 내용은 △생리공결 신청 시 별도의 진단서가 필요 없다는 것△생리 공결 신청 시 1회 당 이틀 이상의 기간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생리공결의 경우 출석 인정에 대한 교강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설문 결과는 학교 측에 전달됐다.
한편, 학교차원에서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기 이전에 경영학과와 아랍어과 등에서는 학과 재량으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생리공결제 신청 방법은?
생리로 인한 유고 결석 신청 방법은 학교 홈페이지에 첨부된 유고결석신청서를 작성하여 별도의 증빙서류 없이 담당 교강사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청 대상은 재학생 중 여학생이며 인정기간은 생리기간이다. 신청은 유고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출석 인정 횟수는 학기중 2회고, 이는 일반 유고결석 인정 범위인 ‘학기당 1/4선 이내’와는 별도로 인정된다. 중간·기말 시험에 대한 유고결석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 생리결석계는 기존 유고결석계와 같이 교강사의 재량이 존재한다.

◆찬성 측, “생리는 인정받아야 하는 신체적 차이”
다음은 지난 8월 총학생회가 실시한 생리공결제 설문조사 ‘기타’란에 기입된 의견이다.
“가임기의 모든 여성은 생리를 겪고,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생리로 인한 불편함을 느껴봤을 것입니다. 저처럼 몇 달에 한번은 앓아 눕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조금 불편하기만 할 뿐 아픔이 없을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생리를 하고도 큰 아픔이 없는 사람이 악용할까봐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악용이 무섭고, 내가 얻을 수 없는 ‘편의’를 남이 받는 게 싫어서 생리공결에 반대하는 사이, 어떤 사람은 아파도 학점 때문에 수업에 가야만 합니다. 본인이 돈 주고 듣는 수업을 놓치는 걸 감행하는 건 본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그게 신체적 차이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도 우리 학생의 절반 정도가 공통적으로 겪는 불편이라면, 이를 감수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생리공결을 찬성하는 측의 주된 의견은 위와 같이 악용을 하는 게 잘못된 것이지 제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찬성 측은 제도의 악용은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지 따르기 마련인데, 이 잣대를 생리공결제에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수업 불참을 통해 생기는 불이익은 본인의 책임이고, 그런 책임을 감수하고 결석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생리통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고, 생리통을 겪는다고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병결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 “제도의 악용이 우려돼”
반대 측은 이 제도가 생리통이 매우 심한 학우들이 휴식을 할 수 있게 사용된다면 바람직하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중대신문(2011.10.04.)을 참고하면, 중앙대의 경우 2010학년도 1학기 하루 평균 생리공결 신청자는 189명인 데 반해 어린이날(5월 5일)을 기준으로 전날(5월 4일)에는 335명, 다음 날(5월 6일)에는 379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또한 석가탄신일(5월 21일) 전날(5월 20일)에도 평소보다 많은 238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서강대의 경우 생리공결제가 본래의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단순히 일반결석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온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3학기의 시범운영 후 생리공결제를 폐지했다.
이처럼 반대 측은 다른 학교 사례들처럼 생리공결제가 일반결석을 공결로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총학생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는 예비군으로 인한 결석계조차 거부 받는 경우가 간혹 생기는 이 시점에서 생리공결제의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체적으로 생리공결제를 시행해왔던 학과들의 사례
학교 내 몇 개의 학과들은 이미 전공수업에 한해 생리공결제를 자체적으로 시행해왔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먼저 생리공결제를 시행해왔던 단과대는 경영대다. 경영대는 경영대학 교수회의를 통해 지난 2014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 경영대 생리공결제는 경영대 전공 및 이중전공 여학생에게 경영대 개설 강의에 한해 시행됐다. 생리공결 확인서의 발급 횟수는 1인 월 1회로 제한되며 그 이상의 발급이 적발될 경우 해당 학생은 영구히 확인서 발급을 받을 수 없다. 경영대 측은 “현재까지는 극히 소수의 학생들에 의해 악용 사례가 들려오고 있으나, 악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경우 해당 제도의 폐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무영(경영·경영 15) 경영대 학생회장은 “경영대에서 진행됐던 생리공결제가 외대 전체 학우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환영하는 바”라면서도 “기존 경영대가 시행했던 제도는 확인서를 1인 월 1회, 한
학기에 4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학교에서 시행하는 제도는 발급 횟수를 1인 한 학기 2회로 제한하고 있다”며 “학교 측이 진정으로 여학우들의 편의와 복지증진을 위해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것이라면 한 학기 4회 제한으로 사용 횟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아랍어과는 경영대 뒤를 이어 지난해 4월 27일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 아랍어과는 당시 조교였던 김종훈(아시아언어문화·아랍 11) 씨의 적극적인 추진하에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제도 운영 방식은 생리공결을 신청하고자 하는 학우가 아랍어과 학과장실(본관 308호)에 방문해, 생리유고결석확인서를 작성 및 출력하여 아랍어과 학과장 직인을 받은 후 해당 수업 교·강사에게 제출하는 방식이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횟수는 월 1회로 제한했고, 교수 재량을 인정하는 등 기존의 유고결석계와 다르지 않게 운영했다. 학과는 신청서를 결석 사유 발생일 후 14일 이내에 별도의 처방전 없이 교강사에게 제출하게 했다. 학과측은 한 달 기준으로 5~6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고 특별히 악용의 문제로 논란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우리가 바라는 생리공결제와 앞으로의 과제
지난 8월 31일 도입된 우리학교의 생리공결제도는 학생들이 주장했던 방향과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생리공결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한 학기에 두 번으로 횟수를 제한했다. 정준애 학사종합지원센터 대리는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남용과 악용을 막기 위해 한 학기에 두 번으로 횟수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힌 뒤 횟수 증진은 논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썬 그럴 확률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생리 결석은 기존의 유고결석과 달리 출석 인정에 대한 교강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생리공결제는 일반 유고결석과 같이 취급되므로 교강사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상태다. 본 제도가 학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교정되기 위해선 부작용 없는 안정적인 제도의 정착이 우선이다. 한편, 악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어떻게 대처 할 것이고 어떤 제도를 통해 방지할 것인지도 논의돼야 한다.
제도가 도입되기 전부터 우려해왔던 악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학우들이 다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중앙대의 사례처럼 공휴일 전후로 생리 공결 사용 급증하는 모습은 생리공결제가 일반 결석을 대체하는 수단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올 수 있다. 생리공결제 도입의 선두 주자였던 서강대는 이런 이유로 3학기 만에 이른 폐지를 겪었다. 우리학교가 이런 모습을 겪지 않기 위해선 이 제도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을 위한 제도임을 명심하고, 양심에 따른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
또한 생리공결제를 바라보는 양성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제도를 여성의 특혜로 생각하지 않고, 신체적 ‘다름’으로부터 생겨난 불편함을 배려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로 보는 시선이 보다 바람직하다.


홍주연 기자 95m52535@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