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인이 만난 세계] 부다페스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2015-03-24

유혜민 | 90hyemin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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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에서 야간기차를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했다. 군견과 경찰이 칸마다 돌아다니면서 여권을 검사한다. 본격적으로 솅겐조약의 영향 아래로 들어간다고 티를 낸다. 은하철도999가 연상되는 어두운 분위기의 야간열차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으스하스다. 이른 아침의 부다페스트는 썰렁했지만, 기차역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환전소와 빵집들, 카페도 나그네들의 허기진 배들을 채워주느라 바쁘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첫날에는 정보도 얻을 겸 주로 투어를 한다. 부다페스트는 큰 도시고 여행자도 많아 투어가 다양하다. 특히 커뮤니즘(Communism) 투어가 있어 공산주의 관련 역사도 들을 수 있다. 유럽에는 프리워킹투어(Free walking tour)라는 투어가 대도시마다 있다. 자격이 있는 가이드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한다.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 지식이 풍부해서 매우 유용하다. 핵심장소들 중심으로 도시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해주니, 흥미로운 설명에 세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대부분의 ‘상대적인’ 약소국들은 역사인식이 저마다 다르다. 자신들이 한 파괴행위들을 축소하고 피해만을 크게 인식한다. 헝가리도 헝가리-오스트리아 제국시절 발칸전쟁에 간섭하고, 제 1차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투어 중간중간 주로 러시아에 의한 피지배와 공산주의의 흑역사만을 곱씹는 말들이 들렸다. 역사는 항상 모두가 피해자인 건가.
시내에서 제일 높은 시타델 성을 올랐다. 부다페스트를 흐르는 다뉴브강과 좌우안의 부다&페스트가 다 내려다 보인다. 부다페스트란 도시 이름은 강을 사이에 둔, 부다지와구 페스트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성을 내려오니 안드라시 거리가 축제판이다. 헝가리판 옥토버페스트. 거리를 막아놓고 온갖 맥주와 음식들, 공연들 까지 정말 제대로 놀고 있다. 한 손에 반려견, 다른 손에 맥주를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연무대를 둘러싸고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체니 다리 근처 광장에는 경주용 차들이 달릴 준비하고 트랙도 깔려있다.

어부의 요새는 요새라기 보단 각 부족을 상징하는 7개의 뾰족탑 뿐. 노을 진 국회의사당과 다리 야경만 찍고 내려왔다. 오랜만에 감성변태스러운 사진들로 카메라를 채우니 뿌듯하다. 다리 건너 페스트 지역에서 바라본 왕궁과 어부의 요새 야경도 멋지다. 페스트지역 노른자 땅에 있는 성 스테판성당도 한껏 밤의 멋을 부렸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성 스테판 성당과 국회의사당 건물은 그 높이가 각각 315피트로 같다. 속세와 영적인 일이 동등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스테판 성당 입구에 쓰여있는 글은 'Ego Sum Via Veritas Et Vita'. 라틴어로 'I am the way, the truth, and the life.' 정도가 된다. 헝가리는 부다페스트 시내 96m이상의 건물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한 시멘트 빌딩들보다, 500년된 건물들 각각의 고고함을 더욱 밝히는 방법을 고수해 야경의 도시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는 때로 치사하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고, 만드는 눈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