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NASA와 우리학교가 파헤친다

2017-08-30

이하정 기자 | 94haj@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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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었고 중국이 미세먼지의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는 추측성 통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NASA가 실시한 한미 공동 관측 및 대기질 연구 프로젝트(KORUS-AQ)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원인을 비교적 자세하게 밝혀냈다. KORUS-AQ에 참여한 이태형 환경학과 교수를 만나 KORUS-AQ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Q1. 지난해 5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나사가 공동 연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한미 협력 대기질 연구(KORUS-AQ)’가 진행됐다. 이 연구의 조사범위와 목적에 대해 설명해 달라.

조사범위는 항공기로 날 수 있는 모든 공영이었다. 자세한 범위는 인천에서 200해리, 울릉도, 제주도까지로 북한과 중국공영을 넘어가기 전까지다.
우리나라의 연구 목적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대통령 선거 공약에도 들어가고 국내 유입과 국외 유입량에 따라 나라 정책이 바뀔 정도로 중요한 현안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인 미세먼지 및 대기 오염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하기 위해 일부 나사의 도움을 받아 공동 연구를 진행 했다.
더불어 나사는 이를 통해 ‘인공위성 관측 보정 작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대기질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방법(이하 인공위성측정)과 지상에서 측정하는 방법(이하 지상측정)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대기질을 측정한 결과의 값은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어떤 물질과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지를 항공관측을 통해 규명하는 것이 바로 인공위성 관측 보정 작업이다.

Q2. 우리나라가 나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나사에서는 인공위성을 통해 대기오염물질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미국은 대기오염 물질이 다양하지 않아 연구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기에 다양한 오염물질이 존재해 조사대상으로 적합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다년간 소형항공기를 통해 항공관측을 해왔기 때문에 항공관측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기술과 능력이 뒷받침됐다. 당초 나사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이미 자체적으로 관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류하지 않았다.

Q3. KORUS-AQ의 구체적인 진행과정과 관측 방법은?

KORUS-AQ는 항공관측을 주된 관측 방법으로 활용했지만 지상관측 또한 병행했다. 지상관측은 환경학과 관련된 대학에서 참여했고 항공관측은 우리학교와 연세대, 광주과학기술원(이하 광주과기원)이 참여했다. 본격적인 연구는 약 2년 정도의 연구계획 설립과정을 거친 뒤 진행됐다.
연구 항목은 미세먼지의 화학적 분석과 ‘가스상 전구물질(미세먼지를 만드는 재료)’ 측정이다. 미세먼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먼지’와 같은 형태도 있지만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초미세먼지도 있다.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도심 지역의 미세먼지 중 약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초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가스상 전구물질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제재해야 초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지를 밝힐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스상 전구물질에는 SO₂와 NOx, 휘발적 유기화합물(VOCs)가 있는데, 이 세 가지 물질의 원천은 모두 다르다. SO₂는 발전소(power plant)에서, NOx는 자동차에서, 그리고 VOCs는 화학공장의 벤젠이나 톨루엔에서 주로 배출된다. 이런 다양한 전구물질들을 측정 장비를 통해 관측하는 방법을 ‘입체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장비들은 모두 나사에서 구비하고 있어 측정에 용이했다. 또한 이번 경험은 차후 우리나라에서 진행될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됐다.

Q4. 다양한 관측 장비들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 관측 장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이번 연구에서는 나사의 ‘DC-8’이라는 항공기를 사용했다. 이 항공기는 90인승정도 되는 항공기로 1회 비행 가능 시간은 약 10시간 정도이다. 직접 썼던 장비 중에는 HR-ToF-AMS(high resolution time of flight aerosol mass spectrometer)가 있다. 이 장비는 지금까지 나온 장비 중 초미세먼지의 화학분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이며 DC-8에 실어 사용했다. 지상관측용으로 나온 우리나라의 HR-ToF-AMS를 해체해 미국으로 가져가 DC-8 안에서 재조립했는데 이 과정은 2달 정도 걸렸다. 이 과정에서 박사과정 박태현(자연·환경 06)학생이 도움을 줬다.
지상관측과 항공관측에서 쓰이는 장비는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DC-8의 최대 속력은 900km/h 정도 되기 때문에 관측 간격이 길면 데이터가 매우 드물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항공관측에서 쓰이는 장비는 데이터를 샘플링하는 간격이 지상관측에서 쓰이는 장비보다 훨씬 짧다. 지상관측은 1시간이나 2시간정도의 데이터 수집 간격을 두지만 항공관측은 1초나 2초정도의 데이터 수집 간격을 두기 때문이다.

Q5. 진행과정에서 사용한 주된 관측방법은 ‘항공관측’이다. 지상관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항공관측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상관측은 지상 위의 일부분만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큰 공간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항공관측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넓은 지역을 측정할 수 있고 시설물을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관측법을 ‘시설물 집중 관측’이라고 한다. 굴뚝이나 화력발전소 같은 시설물은 높이가 약 100m정도 되는데, 한 장소에 고정돼있는 지상관측소에서 이런 시설물들을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항공관측은 공중에서 이동하며 굴뚝의 연기 등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관측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완해 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DC-8외에도 한서대의 킹 에어(King Air)라는 항공기 2대도 사용했다. 이 항공기는 DC-8보다 훨씬 작은 비행기로 보조 장비를 싣고 DC-8을 보조하며 관측과 기술 이전에 도움을 줬다. 이렇게 총 3대가 이번 연구에 사용됐다. 지상관측과 비교했을 때 항공관측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은 오염물질의 수직과 수평의 분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수평분포는 오염물질이 어디에 포진돼 있는지를, 수직분포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보여준다.

항공관측 프로젝트 규모는 엄청나다. 약 200시간 정도 DC-8을 이용해 비행했다. 항공기 자체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우리 정부와 나사는 항공 비행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이 안에 있는 30개 정도의 첨단 기기와 승무원, 연료비 등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Q6. 조사 결과 국내 미세먼지 요인은 52%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중국 요인은 34%, 북한 요인도 9%였다. 예상대로 중국이 국외요인 중 가장 큰 요인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서 밝혀진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가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풍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일 년의 대부분을 서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인접한 서해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가 중국의 일반적인 오염물질과 함께 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사’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황사는 초미세먼지가 아닌 거대 미세먼지이기 때문에 황사 자체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염지역을 거쳐 오면서 황사 입자에 붙어오는 초미세먼지나 중금속 같은 물질이 문제다.
북한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그 전에는 물증이 아닌 심증으로만 북한의 영향 언급했었다. 북한에서는 SO₂가 덜 발생하는 석탄이나 오염물질이 덜한 무연탄을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저감 시설 또한 이용하지 않는데, 바로 이 두 가지 원인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저감 시설이란 자동차나 화력발전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시설에 설치돼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장치를 말한다.
이번에 밝혀낸 중요한 점은 ‘국내 요인도 있다’는 점이다. 여태까지는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만을 강조했지만,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미세먼지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내 요인은 자동차나 화력발전소 등 매우 다양하다.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이것이 요인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들의 전구물질에 대한 연구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구물질들을 밝혀내 초미세먼지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Q7. 해결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나.

각 나라에 가서 직접적으로 수치를 측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외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기는 어렵다. 현재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으로는 자체적으로 저감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는 국제기구나 UN을 투입해 저감 시설을 설치해 준다.
국내의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함께 노력해야한다. 따라서 정부에서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 호응하고 따라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요자들의 비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는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해서 평생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올라가면서 차차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하정 기자 94haj@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