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두 얼굴 2017-08-30
박주원 기자 | 94swj04142@hufs.ac.kr 조회수 383  댓글 0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음 해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번 해와 비교해 약 16%의 상승률로 역대 최고 인상 폭이자 2007년 이후 11년만의 두 자릿수 인상률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을 내걸어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인상 결정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곧 소비로 이어져 내수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사용자(경영자) 측에선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이 열악한 영세기업의 도산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이유로 양측의 견해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정 수준의 인상률인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무엇인지, 또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파격적 인상, 웃는 노동자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다음 해 최저임금 7,350원에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대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6월 대학 생활 앱 ‘에브리타임’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8일 간의 기간 동안 대학생 1,712명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52%가 다음 해 최저임금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높게 책정됐다’가 21.8%, ‘낮게 책정됐다’가 21.9%, ‘잘 모르겠다’가 4.3%로 뒤를 이었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해야한다’에 대한 이유로는 ‘물가 상승률 대비 임금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이 65.3%, ‘최저 생계 유지비와 비교했을 때 낮은 금액이므로’가 51.5%, ‘최저임금 인상은 내수 경제를 활성화 시키므로’가 15.2%,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 가져올 것이므로’가 13.3%을 차지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최저임금이 높게 책정됐다’고 응답한 대학생 중 65.2%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뒤를 이어 51.6%가 ‘높은 인건비로 인해 기업이 고용 인원을 줄일 것 같다’며 최저임금이 사회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리학교 권영진(경영·경영 14)씨는 “이번 인상 결정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며 ”하지만 고용주들 입장에선 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본사와 점주 간 수수료 문제를 개선해 점주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까지 함께 마련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점주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7,530원,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노동자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의 경우 인건비 외에도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여기에 물류마진과 광고비가 더해진다. 영세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나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편의점△문구점△한식△제빵△치킨△커피전문점 등 주요 프랜차이즈 12개 업종을 조사한 결과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편의점이 1,86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커피전문점은 2,210만원, 분식 2,270만원, 주점 2,350만원, 치킨 2,360만원, 피자·햄버거 2,520만원 순이었다. 또한 통계청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가맹점의 수익감소가 최대 10.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는 가맹점 수익감소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알바노조는 “필수재료를 통한 유통마진, 과도하게 책정된 임대료, 그리고 본사 수수료가 실질적인 부담”이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회적 부작용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과 미국 등 외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후 오히려 고용의 질이 올랐다”며 “저소득 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장기적 불황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1만원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인 지난 6일 분당 A아파트 각 1동 게시판에는 ‘경비원 운영 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 인력을 26% 줄이겠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현재 경비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다음해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 경비원 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꾀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통합보안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고자 경비원 전원을 해고한 바 있었다. 최저임금 협상시기였던 지난해 7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인력감축을 추진했다.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16일 최저임금 대책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중·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의논했다. 기획재정부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산 지원 방안△세제·금융지원 방안△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등 정책적 방안을 마련 중이며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선 ‘4조원+α’의 영세 상공인 지원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성장의 동력을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가 아닌 ‘가계소득’의 증대로 삼으면서 이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됐다. 인상 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통해 마련된 재정으로 중소자영업자를 지원하면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통 마진율과 임대료, 분사의 이윤 착취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증세로 메꾸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새롭게 화두가 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프랜차이즈본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다음 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보단 취약 계층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고용부는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엄격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조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해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임차인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박주원 기자 94swj0414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