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보단 HOME’ 소음문제로 피해보는 학생들

2017-08-30

이재권 기자 | 94dlw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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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정문근처에 있는 원룸에서 자취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조건이 여러모로 좋지만, 최근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을 들락날락 하고 있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이 너무 심해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기 돌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 같은 생활 소음부터 밤마다 옆방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친구들과의 수다소리 같은 소음공해까지. 이웃 간 소음문제는 A씨가 원룸에 있는 동안 끊이질 않았다. 이사를 온 뒤로, 수도 없이 항의를 하고 집주인에게도 말을 했지만 그 때만 잠잠해질 뿐 며칠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돌아갔다. 게다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소음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난감한 문제다. A씨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면서 “집이 투자재로서 하우스가 아닌 안식처 역할을 하는 홈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 심화되는 이웃 간 분쟁
우리학교 공론장이라 할 수 있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와 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에는 매번 올라오는 글이 있다. ‘지금 시간 새벽 1시9분. 국제학사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사람 매너는 어디로?(외대숲_12840번째 제보)’나 ‘외대후문에서 자취중인 학생입니다. 옆집 소음이 너무 심해요(외대숲_26761번째 제보)’, ‘정문근처 골목에서 자취하는 학생입니다. 창문을 닫아도 술집 손님들 때문에 잠이 다 깰 때가 있습니다(외대숲_26550번째 제보)’와 같은 글들이다. 우리학교 기숙사를 포함해 학교 주변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까지 학생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주거환경에서 소음문제는 우리사회의 고질병으로 오래전부터 대두돼 왔다. 이는 학생사회까지 확대돼 우리학교 기숙사와 학교 주변 거주 지역에서 소음 관련 문제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사회·정외 16)씨는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옆방 소음이 심해 포스트잇을 문 앞에 붙이거나 집주인에게 말했다”며 “옆방에 직접 찾아가 말도 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이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음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 중 일부는 ‘너도 한번 당해봐’라는 심정으로 복수를 한다. 소음을 유발하는 옆방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거나 고무망치를 이용해 벽이나 천장을 두드리기도 한다. 환경부 산하 이웃 간 분쟁예방기구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25,303건의 민원 중 아래층 소음에 의한 민원은 4,161건으로 전체의 16.4%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웃사이센터의 이미래 주무관은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면서 받았던 소음공해를 되갚아주는 역층간소음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역층간소음은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직접 들어본 소음문제
이웃사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시간은 저녁시간대(18시~22시) 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는 우리학교 주변 실태조사를 위해 지난 16일, 저녁시간대의 기숙사, 학교 앞 원룸, 오피스텔의 소음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소음이 가장 심할 때는 지하철 차내와 맞먹는 소음이 발생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공장기계 소리는 약 85dB, 지하철 차내 소리는 약 75dB이고 도서관 내 소음 수치는 약 30dB정도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국제학사 기숙사의 층간, 방간 소음을 환경부가 제공한 기준과 비교했을 때 대체로 양호했다. 기숙사의 저녁시간대 평균 소음은 40dB이고 옆방 혹은 위, 아랫방에서 가장 큰 소리가 났을 때는 60dB까지 올라갔다. 우리학교 기숙사 관계자는 “최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기숙사에서 층간소음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학기 글로벌캠퍼스 기숙사 D동에 거주했던 이 씨는 “방학 중 서울캠퍼스 기숙사에 거주해보니 글로벌캠퍼스 기숙사의 소음문제가 더 심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는 1999년 이전 공동주택 건축법의 방 사이 벽의 두께 기준이 요즘보다 느슨해 노후화된 건물일수록 소음문제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음문제로 현장진단을 접수한 건수 중 1999년 이전에 준공된 공동주택 거주자가 29.6%로 신청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학교 주변 원룸은 기숙사, 오피스텔과 비교해 소음이 가장 크게 측정됐다. 방간 소음은 평균 60dB정도이고, 가장 큰 소리가 났을 때는 85dB로 주로 말소리나 화장질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는 지하철 내 차내 소음과 비슷한 수치로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방을 증축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학가 주변의 원룸과 같은 공동주택은 불법증축이 공공연히 일어나 층간소음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하게 된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 도시 관리국 건축과의 이재진 주무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주변 이문동, 휘경동 일대의 불법증축이 실제로도 단속이 되고 있다”면서 “점검계획에 따라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지만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원룸보다 주거환경의 질이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도 원룸과 비슷하거나 좀 더 작은 소음이 측정됐다. 오피스텔에서 측정된 소음은 평균 40dB 정도이고, 가장 큰소리는 75dB 정도였다. 옆방에서 주로 크게 들리는 소리는 △전화소리(75dB) △드라이기(70dB) △말소리(50dB) △음악소리(70dB) 등이 있었다. 우리학교 주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 씨는 “원룸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기위해 조금 더 비싼 오피스텔을 선택했다”며 “소음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주거지와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 집 밖에서 일어나는 소음문제
이뿐만이 아니다. 방간소음, 층간소음 외에도 주거지역 건물 근처 야외의 소음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학교 정문 근처 주거지역 부근에는 외대앞역이 있어 지하철이 다닌다. 외대앞역 근처 주거지역에서 지하철이 지나갈 때 측정한 소음은 약 80dB이었다. 이는 주택법 제42조에서 명시한 ‘공동주택의 주거지역 소음도는 65dB 미만’인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며, 그 원인은 방음벽의 노후화로 보인다. 또한 주거지역 바로 옆 골목에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취객들의 소란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거지역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행위는 엄연히 법으로 처벌 될 수 있다”면서 “이웃 간 서로 존중해 신고가 줄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실질적 대책의 부재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소음문제에 대해 지자체와 학교, 그리고 우리학교 학생들은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선 별도의 수칙을 마련해 ‘기숙사내 소음 유발 행위(10점), 기숙사 내외에서 소란 및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10점)’의 벌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방의 개수가 많아 정확한 소음 발생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소음 자체가 생활소음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
또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개정된 주택법을 시행해 이전에 지원되지 않던 오피스텔과 원룸 그리고 기숙사까지 앞으로 새로 지어질 건물에 대한 층간소음 방지기준을 확대했다. 그리고 이번 달, 서울시는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아파트,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문제를 다가구주택, 오피스텔까지 확대해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층간소음에 대한 지원만 개선될 뿐 방간소음에 관한 법률은 찾기 힘들어 방간 소음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이웃사이센터의 관계자는 “이웃사이센터는 위층 아래층과의 분쟁을 다룰 뿐, 옆방의 소음에 대한 분쟁은 지원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층간소음에 대한 지원은 차차 나아지고 있지만, 방간소음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은 방간소음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재권 기자 94dlw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