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권과 혐연권, 우리학교는?

2017-08-30

정동민 기자 | 95won0100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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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는 정문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 하나 이상 흡연구역이 있다. 대표적인 흡연구역은 사회학관과 국제학사 사이, 본관 옆, 인문과학관 옆이다. 그러나 흡연구역이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정해지다 보니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마찰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학교 흡연구역은 어디에 있고, 이를 지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흡연구역의 문제는 무엇이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이에 관한 의견은 어떠한가? 헌법에서는 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학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담배 냄새가 불편해요”
비흡연자는 우리학교 흡연구역이 건물과 건물 사이로 가는 길목마다 있어 담배 연기를 마실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사회과학관은 모든 출구에 흡연구역이 있어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서관 쪽문과 같이 흡연구역이 아니지만 거의 흡연구역과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곳도 있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흡연자에 대해서도 그들은 불편한 입장을 내비친다.
김(사회·정외 17) 씨는 “수업을 가장 많이 듣는 사회과학관 주변의 모든 곳이 흡연구역이다”라며 “도대체 흡연구역을 왜 나눠 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적어도 흡연구역이라면 흡연부스 같은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며 불만을 표했다. 김(서양어·스페인어 14) 씨는 “국제학사와 사회과학관 사이는 너무 광범위하게 흡연구역인 것 같다”며 “출입구랑 흡연구역이 너무 가까워 실내에 담배냄새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후문 쪽은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워 간접흡연의 피해를 많이 입기 때문에 흡연구역을 제대로 선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눈치 보여서 힘들어요”
그러나 흡연자는 기준이 없는 흡연구역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들에게는 흡연권이 있지만, 정해진 흡연구역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비흡연자의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일부 흡연자는 오히려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눈치를 보지 않고 흡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흡연부스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임도현(서양어·노어 17) 씨는 “흡연구역이라는 스티커가 제대로 부착돼 있지 않고, 금연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도 흡연하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며 “이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피해를 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경영·경영 16) 씨는 “흡연자지만 흡연구역에 꽁초들이 버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지고, 흡연구역이 제대로 지정돼 있지 않아 비흡연자의 눈치가 보인다”며 “일부 흡연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헌법 속 흡연권과 혐연권
흡연권과 혐연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두 개의 기본권이 충돌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흡연권은 흡연자들이 흡연할 권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흡연권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7조에 의해 뒷받침된다. 한편, 이와 마찬가지로 비흡연자들에게도 흡연을 하지 아니할 권리 내지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인정되는데, 이를 혐연권이라고 한다. 헌법에 따르면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더 상위의 기본권이다. 흡연권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하는 것이지만,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 기본권 우선 원칙에 따라 하위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결국,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인정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이라고 해서 흡연권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흡연권 또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국 흡연권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 합의의 장 마련해야
그렇다면 캠퍼스 내 흡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학생은 흡연구역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재정비를 한다고 해서 냄새, 위생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비흡연자 중 일부는 캠퍼스 내에서는 흡연 자체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무리 흡연구역 내에서 담배를 핀다고 하더라도 공기를 타고 흡연구역이 아닌 장소까지도 담배 연기가 퍼져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새로운 방안으로 흡연부스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흡연부스는 이미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와 중앙대 등 여러 학교에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폐쇄형 흡연부스는 문제가 많았다. 폐쇄적이라 특히 여름에는 덥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흡연자가 흡연부스 밖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개방형 흡연부스다.
개방형 흡연부스는 흡연자가 싫어하는 답답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비흡연자의 간접흡연까지 막을 수 있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흡연구역에 관해 우리학교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규칙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여 혐연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도 흡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규칙을 제정할 합의의 장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기자는 총학생회에 흡연구역과 관련된 회의 안건을 상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백유진(사회·정외 15) 비상대책위원장은 관련 사항을 단대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올려 보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정동민 기자 95won0100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