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작도 안한 2017-07-10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52  댓글 0
 
뼈편(뼛속까지 편집장), 부카(부드러운 카리스마), 세젤웃(세상에서 제일 웃겨). 이번 학기 학보사를 책임졌던 편집장을 부르는 수많은 애칭 중 일부이다. 그를 부르는 애칭은 많지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아마도 뼛속까지 편집장일 것이다. 드디어 끝났다고 후련해하지만 아마도 그는 우리에게 평생 편집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르지 않은 학기에 학보사에 지원해 임기를 시작했다. 주위에선 무슨 생각이냐며 전공 공부나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라고 한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멋지지 않을 것이며, 후회할 것이라고 한다. 길지 않았던 삶을 돌이켜보면 평범하면서도 가끔 어긋난 것들이 있는 삶을 살아왔다. 평범한 게 편하고 안정됐으니, 어긋난 것은 고치거나 숨기면서 자라왔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앎으로써 나만의 결을 가지는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마치 회색처럼 살아갔다.
나 자신을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가끔은 혼란스러웠고, 결국은 아무 생각도 없어져 회색조차 띄지 않는 무의 색으로 묻혀버렸다. 그것이 슬펐고, 안타까웠다. 아직은 용기가 없기에 안정된 것을 바꾸지 않는 선상에서 차츰 갈구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기회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행동했다.
뼛속까지 편집장. 그는 어쩌면 이런 과정을 벌써 거쳤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외대학보에서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었으며, 뼈편이란 애칭으로 편집장까지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보사에 계산 없이 지원해 한 학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나는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혼란스러우며 가끔은 그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편집장, 부장과 차장 그리고 동기들을 보며 함께 나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용기를 낸다.
한 학기의 학보사 생활을 끝내며 나는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답을 꼭 찾아야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계산하면서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이 또한 나에게는 벅차고 머리 아프기에 지난 날 슬퍼했던 무의 색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