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2017-07-10
박주원 기자 | 94swj04142@hufs.ac.kr 조회수 1217  댓글 0
사회는 청년들을 경쟁으로 내몰며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은 사회의 요구와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행복할 미래만을 상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해진 틀과 같은 사회 속에서 현재에 가치를 두고 하루하루를 즐기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족이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유명 래퍼의 노래 가사에서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조명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가입 독려 영상에도 이 용어가 등장한다. 현재 욜로는 자기 지향적, 현재 지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도전, 실천한다는 뜻으로 정착됐다. 그렇다면 2017년, 욜로는 왜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떠올랐으며 사람들은 이것에 열광할까?


◆현대 사회가 만든 욜로
높은 이자와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고성장기의 시대가 지나고 현대 사회는 저금리, 저성장을 보이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 양상을 보인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활·문화·여가 등을 포함하는 생활 물가 또한 2015년 대비 최대 10% 넘게 뛰었다. 스펙을 쌓고 이력서를 넣어도 취업·연애·장래 등 제대로 보장되는 것 하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청년 세대는 새로운 생활양식 ‘욜로’를 만들었다. 김(경영·경영16) 씨는 “성장이 정체된 시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 하는 것이 더 낫다”며 욜로적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욜로는 새로운 소비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한 욜로족들은 순간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한다. 이들은 단순한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와 함께 여행이나 학습, 창작 같은 경험 중심의 다양한 소비 형태를 보인다. 반복되는 삶을 벗어나 이상향을 실현하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에 나서고,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무작정 속초로 떠나는 등 욜로족은 현재의 즐거움에 투자하고 있다.

◆욜로, 낭만적 현실주의자들의 삶
최근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손쉽게 멋진 인테리어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단 하나뿐인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욜로족은 전셋집을 인테리어 하기 시작했다. 박(동양어·인도어 16) 씨는 “전셋집 인테리어 서적이나 인테리어 세트가 잘 나와 있어 더욱 손쉽게 집을 꾸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에서는 주거 공간 자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로 일산·파주·김포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미 테라스, 복층 구조로 된 원룸형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개성 있고 다양한 구조의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다.
욜로족의 즉각적인 소비 방식에 따라 ‘타임커머스’ 산업 또한 성장세이다. 타임커머스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여행 상품과 공연·외식상품·호텔 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타임티켓’ 앱에서는 당일 상영 티켓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주기도 하고, ‘플레이 윙즈’ 앱에서는 항공권 특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당일 호텔, 숙박시설을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호텔 나우’ 앱도 있다. 이를 이용한 욜로족의 소비 생활은 특히 여행 산업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 G마켓의 경우 지난해 6월 판매한 ‘땡처리 항공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급증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지난해 상반기 자유여행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성장했다. 위메프도 지난 2013년부터 매해 자유여행 관련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국제선 항공 판매 건수 426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여행자 중 31.6%가 혼자 해외여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30대 세대가 ‘나 홀로 여행’의 60%를 차지하면서 최근 젊은 세대가 욜로적 소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방송가에 부는 욜로 열풍
3월 24일 시작한 tvN 예능 ‘윤식당’은 1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은 배우들이 발리 근처 파라다이스 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담았다. 특별한 소재나 이야기가 아님에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대리만족’이었다. 인간과 동물, 자연이 어우러진 발리의 섬 풍경은 흔히 꿈꾸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줘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도시 생활에 지친 연예인들이 자연에서 생활하는 tvN ‘숲으로’, 섬 주민의 집에 머물면서 각자의 취향대로 살아보는 올리브TV ‘섬총사’, 욜로 특집을 다룬 MBC ‘무한도전’ 등 욜로의 삶을 보여 주는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가수 이효리가 실제 집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며 제주도 살이를 보여주는 JTBC ‘효리네 민박집’은 방영 전부터 2만 명의 신청자 수를 기록하며 욜로 예능에 대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욜로가 보여주는 미래 사회
신한카드가 최근 2030세대를 겨냥한 상품으로 ‘신한카드 욜로 아이’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2030 고객 경향을 분석해 사용빈도가 높은 편의점·커피숍·전자상거래 등의 혜택을 높였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양식 변화에 맞게 다양한 부가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욜로가 현대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생겨났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력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노오력’, ‘금수저·흙수저’ 등 현재 사회를 풍자하는 유행어들이 등장했다. 이(사회·정외 16) 씨는 “지금 참고 견디면 나중에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져 버린 사회가 된 것 같다”며 “허무해진 미래 준비보다 만족스러운 현재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욜로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하는 욜로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실 도피를 위한 소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많은 부정적 시선에 대해 ‘라이프 트렌드 2017’의 저자 김용섭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 하루하루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막살자는 것도 아니고, 대책 없이 오늘을 흥청망청 보내자는 것도 아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내일도 충실해질 수 있다. 오늘의 행복을 찾으면 내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내일이 막연한 미래라면, 오늘을 구체적인 현실이다” 이처럼 ‘오늘을 즐기자’라고 외치는 욜로족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굳어진 사회 체계 속에서 각자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청년 세대의 움직임을 세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주원 기자 94swj0414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