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에서 음주가 필요한가?

2017-07-10

이승준 기자 | 94l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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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학 축제의 달이 지나갔다. 대학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행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개성 있는 축제를 진행했다. 이렇게 축제의 모습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주점’이다. 주점에서는 맥주, 소주를 비롯해 칵테일, 양주까지 다양한 종류의 술을 판매한다. 특별히 유행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주점의 콘셉트를 정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우리학교 축제에도 ‘주점’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학교 주점에선 술을 판매할 수 없다. 우리학교 학칙은 교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학칙이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제 기간에는 맥주와 칵테일 등 술을 마시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축제가 아닌 기간도 마찬가지다. ‘해오름식’과 같은 단과대학 행사에서도, 밤늦은 시간 ‘과방’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을 발견하긴 어렵지 않다.
이에 몇몇 학생은 교내 음주 금지에 관한 학칙을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칙의 효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학생은 면학분위기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내 음주에 더욱 강력한 규정과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음주 관련 학칙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또, 논란에 휩싸인 교내 음주 규정에 관해 학생 측과 학교 측은 각각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교내 음주에 대한 학칙
학칙 제10장 제55조 1항 2호에선 ‘음주행위로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 해당 학생을 징계 처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학생 징계규정 제 6조(음주행위)에선 ‘학교 내에서 음주를 하고, 소란한 행위를 한 학생은 근신 또는 유기정학 처분을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위의 두 조항은 우리학교 교내 음주 금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학교 측, ‘교내 음주 안 돼’
학교 측은 교내 음주 금지는 학칙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주점에 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학습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음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를 조금만 벗어나도 학교 앞 상권에 음주를 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굳이 교내에서 음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부 음주를 하는 학생들에 대해 일일이 단속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행사 주관 기관에 따라 음주에 대한 규정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교내 음주 금지에 대해 학교 관계자 A 씨는 “교내 음주 금지는 학교 전체 규정이기 때문에 금지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축제 기간 음주를 금지 시킨 이유는 이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오름식과 청랑제 같은 학교 행사의 경우는 진행하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음주 허용 여부에 관해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 B 씨는 “교내에서는 절대 주점을 운영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원래는 맥주도 판매해서는 안 되지만 축제 때 맥주를 판매하는 부스까지는 일일이 파악해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다”, “24시간 내내 학생들의 교내 음주를 감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음주하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적발하고 징계하긴 힘들다”라며 적발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학생 측 ‘교내 음주 허용해주세요’와 ‘교내 음주 금지 찬성해요’로 의견 갈려
학생 측의 의견은 학교 측과는 달리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교내 음주를 허용하자는 의견과 축제 기간만 교내 음주를 허용하자는 의견, 그리고 교내 음주를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지수(인문·언어인지 16) 씨는 “교내 음주 금지라는 학칙이 존재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학칙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오름식’과 같은 주류 관련 행사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고 교내 몇몇 지역에서 배달음식과 함께 손쉽게 주류를 반입하고 마시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밤늦게 강의실 혹은 과방에서 음주행위를 해도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으며 일일이 단속할 방법도 없다”며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 명목뿐인 학칙은 철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윤윤기(경상·국제경영 13) 씨는 “교내 음주 금지의 취지는 면학 분위기 조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면학 분위기와 음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축제 기간 음주 허용을 바라는 학생 중 대부분은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교내 음주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황소윤(인문·사학 17) 씨는 “축제 기간만이라도 음주를 허용해줬으면 한다”면서도 “특별한 행사 기간을 제외하고는 교내 음주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정병혁(인문·철학 16) 씨는 “이번 해 축제에는 주점이 없어 아쉬웠다”며 “하지만 지난 해 축제의 경우 과음으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에 교내 음주 금지의 필요성은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교내 음주 금지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축제 기간을 비롯해 교내 음주를 아예 금지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 마지드(공과·산업경영 16) 씨는 “대학 안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술을 마시고 싶으면 학교를 조금만 벗어나 술집에 가면 되기 때문에 교내 음주는 허용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동양어·인도어 16) 씨는 “교내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는 것은 상관없다”며 “하지만 교내 음주를 허용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보여 교내 음주에 대한 규정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학교 사례와 현재
2년 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축제 기간에 학교 측과의 합의 없이 주점 설치를 진행했다. 이는 한양대학교의 ‘클린 주점’을 표방하여 운영한 교내 주점이었다. ‘클린 주점’이란 주점 후 뒷정리를 깨끗하게 하자는 취지의 주점이다. 축제 기간 총학은 교내의 미화관리를 감독하며 과음한 학생들을 귀가시키며 건전한 주점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만취한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축제가 끝난 이후 주점 책임자들은 학칙에 따라 징계 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 이들은 ‘유기정학 1주’ 또는 ‘6일 근신’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서울캠퍼스에서는 더 이상 축제 기간에 주점이 운영되지 않았다.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지난해는 주점이 운영됐다. 하지만 이번 해에는 주점이 운영되지 않았다.

◆다른 학교도 교내에서는 술을 못 마실까?
다른 학교의 경우에도 우리학교와 같이 교내 음주 금지 학칙이 있을까? 몇몇 학교 학칙을 살펴봤다. 고려대학교, 중앙대학교, 부산대학교의 학칙을 확인한 결과 교내 음주 금지 관련 학칙은 없었다. 교내 음주 금지와 관련해서 각 학교 학생들의 견해를 물어봤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하의수 씨는 “고려대는 교내에서 음주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학교 측에서 만약 교내 음주 금지를 한다면 음주를 금지할 합리적 이유라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학생에 대한 학교의 부당한 통제로 간주해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고강혁 씨는 “중앙대는 교내의 빼빼로 광장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음주를 허용해준다”며 “학생들이 교내 어디든지 술을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암묵적으로 제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기 때문에 교내 음주 금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음주 문제로 인한 피해 사례 또한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굳이 교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박지웅 씨는 “부산대의 경우 교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음주에 관해서 매우 자유롭다”며 “교내 음주 금지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내 음주 문제에 관해 학교 측과 학생 측의 다양한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학교의 사례에서 학교들이 어떠한 교내 음주 규정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학교에는 우리학교의 사정에 맞는 교내 음주 규정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알맞은 음주 규정이 마련됐을 때 학생들의 음주 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이승준 기자 94l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