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벌점 폭탄, 무슨 일이야! 2017-07-10
이하정 기자 | 94haj@hufs.ac.kr 조회수 791  댓글 0
 
지난 8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국제학사에는 ‘2017-1학기 벌점 공지’가 붙었다. 공지에는 벌점 고득점자(벌점이 10점 초과인 학생)의 명단과 고득점자에 대한 권고가 명시됐다. 고득점자는 필히 기간 내 면담을 받아야하며 면담을 하지 않을 경우 다음 학기 입사가 불가하며 퇴사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면담은 벌점 내역을 확인한 후 앞으로 기숙사 규정을 잘 지키겠다는 반성문식의 ‘서약서’를 써오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숙사생들은 이에 대해 의문과 불만을 제기했다. 우리학교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숲)’에는 벌점 부과의 형평성과 기숙사측의 태도에 대한 제보가 올라왔다. ‘지난 해 부과 되지 않았던 무단 외박에 대한 벌점이 이번 학기 부과됐을 뿐만 아니라 이번 달 갑자기 소급 부과됐다는 것’이었다. 대숲에는 ‘외박했다고 성인을 나무랄 권리는 없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면담이라 소통이 단절된 느낌이었다’와 같이 면담 자체에 대한 불만도 나타났다. 또한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자율권을 침해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 많은 서울캠퍼스 기숙사 벌점제도, 기숙사운영팀이 외박에 대해 벌점을 일괄 부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벌점제도에 대한 기숙사생들의 생각과 기숙사운영팀의 입장은 어떤지 알아봤다.


◆서울캠퍼스 내부기숙사 출입 규정은?
우리학교는 기숙사에 들어갈 때 출입카드를 찍어야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카드를 찍으면 기숙사측에서 기숙사생이 몇 시에 출입했는지 알 수 있다. 기숙사 출입문 통제시간은 <표 1>과 같다. 폐문 시간부터 다음 개문 시간 사이(이하 통금시간)에 출입한 학생들은 국제학사 글로비돔(GlobeeDorm) 규정 제7조 벌점 기준표(이하 국학규정)에 의거해, ‘출입시간 이외 출입’으로 벌점 2점을 받게 된다. 통금 시간이 넘은, 다음 개문 이후(오전 5시 이후)에 출입한 학생들은 국학규정에 의거해, ‘무단 외박’으로 벌점 10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외박신청을 한 후의 외박은 허가된다. 외박은 사생의 소재지를 파악,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함으로 22시 이전에는 반드시 외박신청을 해야 하며 종합정보시스템에서 신청가능하다. 외박 신청은 1개월에 5일, 한 학기에 16일이 허용된다. 또한 휴박(금, 토, 공휴일 전일)과 공박(학과 및 공식 일정 참가나 시험기간)은 외박 신청은 해야 하지만 외박 일수에서 제외한다.
국학 규정에는 ‘벌점 20점 이상인 경우에는 퇴사조치를 하며, 1학기 동안 받은 벌점의 총합계가 10점을 초과하는 경우 다음 학기의 입사를 제한 한다’라고도 명시돼있다. 즉 무단 외박 1번이면 입사제한, 2번이면 퇴사라는 말이다.

◆애매한 벌점 부과, 이를 오해한 사생들
학생들이 이번 서울캠퍼스 기숙사의 벌점 부과 사태에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애매모호한 벌점 부과이다. 실제로 지난 해 2학기에는 통금 시간 이후에 출입한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통금 시간 이후 들어가면 벌점을 받지 않는다’라는 식의 소문이 퍼졌고, 그 후 거의 모든 기숙사생이 이 ‘편법’을 이용했다. 많은 학생들이 ‘5시 기숙사 출입’을 묵인하는 듯한 기숙사 측의 태도에 ‘통금 시간 이후 기숙사에 출입은 암묵적으로 허가’라고 오해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해에도 지난해의 사례가 그대로 전해져 많은 학생들이 통금 시간 이후 기숙사에 출입했고 실제로 무단외박에 대한 벌점은 부과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 개강 후부터의 무단 외박 벌점이 한 번에 부과됐고 기숙사에 고득점자 명단이 붙은 것이다.
이 외에 다른 문제도 많다. 2학기 째 국제학사에서 생활 중인 기숙사생 A 씨는 “오랜 기간동안 주말 외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벌점 부여가 되지 않았다”며 “때문에 사생들 입장에서는 주말에는 많은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융통성 있게 운용되고 있다고 이해했다”며 주말에 외박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은 것이 기숙사운영팀에서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밝혔다.

◆기숙사의 속사정
기숙사는 이와 같은 사태들에 대해 ‘시스템 상 문제’를 언급했다. 정세원 국제학사 사감은 “기숙사는 이번 학기부터 기존 출입관리시스템을 일부 개선해 무단 외박을 한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무단외박(외박신청을 하지 않고 들어오지 않은 경우 10점, 출입시간이외 출입에 대해서는 벌점 2점)에 대한 벌점부과와 관련해 지난해와 이번 해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 김종오 국제학사 운영팀 차장은 “기숙사 출입관리시스템에서 무단외박에 대한 확인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점과 남, 여 사감 두 명이 650명이 넘는 인원을 일일이 수기로 파악하다 보니 누락이나 착오로 벌점이 부과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운영팀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이번 학기부터 벌점을 부과하게 되었고 원칙대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벌점 소급 부과도 마찬가지다. 출입 시간은 출입 카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기록되지만 시간을 체크해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사감 두 명이 직접 수기로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금 시간 내 출입에 관한 벌점 부과(2점)은 늦어도 3,4일 내에 처리됐지만, 무단 외박 같은 경우에는 한 번에 몰아서 체크해 벌점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소한 벌점 처리상의 오류도 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은 벌점에 관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에 대해 정세원 기숙사 사감은 “6월 공고 후, 명확한 기준 가진 빠른 벌점 부과와 주기적인 면담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외에 핸드폰으로 외박신청을 할 때 특정 기종에 한에서만 외박 신청이 가능하다는 시스템 상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김종오 기숙사운영팀 차장은 “전산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현재로써는 개선이 어렵다”며 “실제로 이번 해 초 전산팀과의 회의에서 이 사항에 대한 개선 방향을 언급했지만 학생종합정보시스템 전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현재는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기숙사운영팀은 이런 시스템 상의 문제로 인해 혼란을 겪은 학생들을 위해 내부 회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서약서 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창근 기숙사운영팀장은 “원래 고득점자는 다음 학기 입사제한이 있다”며 “하지만 면담 후 서약서 작성 및 행동 변화를 보고 앞으로 그 학생의 ‘추가 벌점이 없을 경우’ 다음 학기에 한하여 일반 학생들과 차별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숙사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고득점자가 된 학생들을 즉시 퇴사시키지 않고 서약서를 쓰게 한 후 경과를 지켜본다는 것이다. 또한 이창근 팀장은 “기존 규정에 ‘상점제’와 같은 융통성 있는 제도를 추가할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종오 차장은 “홈페이지의 ‘금, 토, 일, 휴일 전날에는 개문 5시 폐문 01시’와 같은 일부 애매모호한 사항들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약서, 우리도 성인인데?
기숙사운영팀은 이번 고벌점자 면담 과정에서 ‘서약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사생들은 ‘성인에게 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사감이 강압적이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숙사생 A 씨는 “불성실하게 체크해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사감 선생님들의 행동도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 마치 ‘너희만 잘못이 있으니 너희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다 함께 자리를 마련해 같은 목소리를 내서 답변을 듣고 그에 따른 저희의 입장도 말하면 좋을 텐데 소통이 단절된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생회가 존재하고 이번 사태에 대응해 설문지를 돌리기도 했지만 이런 일을 대처할 시스템이 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기숙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문제로 언급했다.
정세원 사감은 “사감들이 일부 순응하지 않는 학생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을 수 있다”며 “서약서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앞으로는 잘 숙지하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여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외박 제한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한다. 기숙사생 B 씨는 “월요일이나 금공강인 사람들은 보통 그 날과 주말 모두 집에 내려 가다보니 집에 내려가는 경우에 무조건 외박을 쓰게 된다”며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매주 집에 내려가는데, 집에 가는 것만 해도 한 학기에 16번을 다 쓴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다른 사유가 있을 때는 쓸 수 없거나 무단 외박 혹은 통금 시간 내에 들어가 벌점을 받는 수밖에 없다”며 “외박 가능 횟수가 너무 작고 자유를 속박 당하는 기분이다”라고 전했다.
김종오 차장은 “성인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적어도 기숙사 내에 있는 동안은 기숙사 측에서 제한을 둬 사건 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싶다”며 “제한을 두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와 타사생의 휴식을 방해하거나 무분별한 외부인의 출입, 도난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박 제도를 자유속박이 아닌 기숙사 내 질서 유지와 더불어 부모님들에게 학생들의 안위를 전달하는 역할로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학과 공부나 사생활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입사 할 때 숙지했으면 하는 규정들을 오티나 책자, 기숙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주는데 벌점을 받은 후 몰랐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생들이 이 부분을 숙지하고 문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하정 기자 94haj@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