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로 가는 길

2017-05-24

이하정 기자 | 94haj@hufs.ac.kr

조회수 1604 댓글 0

많은 사람들이 동전 넣는 공간이 없는 지갑을 사용한다. 때문에 동전이 생길 때마다 주머니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동전들을 주머니에 넣다보니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걸을 때마다 나는 동전 소리가 불편하기도 하다. 때문에 동전 거스름돈을 피하기 위해 소액이라도 카드로 계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전 거스름돈을 받기 싫어 천원 단위로 맞춰 소비하다보니 쓸데없는 소비가 늘어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동전 없는 사회’로 가는 계획을 내놓고 있고 우리나라도 점차 동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 20일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동전 없는 사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동전 없는 사회란 일상 경제생활에서 동전의 사용을 줄이고, 거스름돈을 가상계좌나 선불카드, 카드 포인트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이용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렇지만 ‘동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작정 동전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중교통이나 오락실, 자판기 등 동전을 꼭 필요로 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동전 없는 사회로의 이행은 편의성과 사회적 혼란을 동시에 초래하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은은 어떤 기대효과를 바라고 동전을 없애려는 것일까? 나아가 최근 일부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화폐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동전 없는 사회의 발생
한은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잔돈으로 동전을 받더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46.9%였다.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들고 다니기 불편하다(62.7%)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해서는 50.8%가 찬성했다.
한은은 동전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를 추진한다. 현금거래 후 생긴 동전 거스름돈을 선불전자지급수단(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인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에 적립하는 방법이다.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거스름돈 등을 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동전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동전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한국스마트카드도 이번 시범 사업에 적극 동참한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일찍부터 GS25(2010년), GS슈퍼(2013년)와 함께 ‘티머니를 통한 잔돈 적립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티머니를 통한 잔돈 적립서비스를 강화 및 확대한다고 밝혔다. △CU △세븐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롯데마트 5개 유통업체 2만3000여 개의 매장에서 동전 거스름돈을 적립할 수 있다. 적립 수단은 7종류로 △티머니(한국스마트카드) △캐시비(이비카드) △하나머니(하나카드) △신한FAN머니(신한카드) △네이버페이포인트(네이버) △L포인트(롯데멤버스) △SSG머니(신세계I&C)이다. 이로 인해 우리학교에 있는 자판기에서도 티머니카드나 체크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동전 없는 사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편의성 이외에 한은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다. 과거 10원짜리 동전 1개의 생산 비용은 38원이었고 현재는 20원이다. 과거에는 생산비용이 원가치보다 약 네 배 정도 더 들었고 지금도 두 배는 더 든다. 한은은 새 동전을 찍는 데 해마다 600억 원씩 들이고 있고 해 마다 적자를 낳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는 이 현상을 해결하기에 제 격인 사업이다. 하지만 ‘동전 없는 사회’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해킹, 금융사기,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카드사용이 미숙하고 카드발급에 제약을 받는 경제취약 계층에게는 동전 없는 사회는 낯선 세상이다. 전자결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신용불량자와 빈곤층도 자신의 명의로 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마련하기 힘들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금통과 코인노래방, 인형 뽑기방 등과 같은 ‘동전 사업’ 종사자들도 점차 동전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재래시장과 노점상 같은 현금 위주의 상점 때문에 당장 이 사업을 모든 곳에서 시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가상계좌로 인한 수수료나 번거로움 때문에 천 원 단위로 물건 값을 책정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화폐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일부 나라는 동전 없는 사회를 넘어서 ‘화폐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이번 해부터 동전과 지폐 생산을 전격 중단하고 필요한 만큼의 화폐를 다른 나라에 위탁 생산해 들여오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e크로네(덴마크 화폐인 크로네에 일련번호를 부여한 전자화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덴마크뿐 만아니라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도 화폐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는 강도가 은행에 왔지만 현금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중 가장 흔하게 쓰인다. 비트코인은 2009년 프로그래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P2P(Peer to Peer: 다자간 파일 공유)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 금융거래 시스템이자 새로운 화폐다. 최근 이 비트코인을 현금을 대신해 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다른 화폐와는 다르게 환율을 따지며 환전할 필요가 없으며 제3자를 배제하고 구매자와 판매가가 직접 결제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쉽게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통화량이 정해져 있고 단일 운영 주체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불안할 때는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지급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에서는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지정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개인들이 지닌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전자지갑이 거래소에 접속하는 방식은 해킹 위험에 취약하며, 실제로 다수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마약, 무기 등의 불법 거래나 돈세탁, 탈세 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새로운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이 비활성화 될 수 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화폐 없는 사회가 금융실명제 초기처럼 단기적으로 거래 자체 가 다소 움츠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른 선진국들처럼 순차적 이행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정 기자 94haj@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