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치워야 되는데’ 심리학 2017-05-24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90  댓글 0
 
수업 중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방 치워야 되는데’ 심리학이 있다. 의무와 본능이 싸우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 나 역시 항상 달고 사는 말이다. 의무와 본능 중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마다 대체로 의무를 따랐다. 어렸을 땐 동생을 잘 돌봐야 했고, 학생이 되고 나선 공부를 잘 해야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해야 하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다. 그래선지 “하고 싶은게 뭐야?”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었다. 여태껏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던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막연히 어딘가 크게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컸다.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 사람들은 나에게 원하는 걸 찾으라고 한다.
대학생이 되고 최대한 내 마음대로 살고 싶었다. 알바해서 혼자 여행도 가보고, 공연도 보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 보기도 했다. 놀기만 하니 주변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오지랖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람들의 말을 걸러들을 줄 알아야겠다고 느꼈고,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눈치보고 걱정 많고 소심한 나는 여전하다. 노는 와중에도 머리로는 자정까지 마감인 과제를 생각하며 마음 한 켠이 불편하고, 미래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사서 스트레스 받는다. 참 피곤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교수님은 예지몽을 꾼다고 하셨다. 꿈에 나온 일들이 일어나서도 생생히 생각나면 무조건 그 꿈은 예지몽이었다. 하루는 시험 문제와 답이 꿈에 나왔고 다음날 있던 시험을 97점 맞았다.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니 교수님은 ‘될 일은 뭘 하든 되고 안 될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안된다’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하셨다. 결국에 될 일은 된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행동들을 모두 운명에 맡기는 무책임한 말인데도 마음에 와 닿았다. 의무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고 좋아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차라리 운명에게 내 몫을 맡기고 조금은 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더 막 살고 싶다. 이것, 저것 걱정만 하며 살기엔 지금이 너무 아깝다. 수업을 듣고 나오는 길,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봐야지’ 하면서도 쉽게 예전 모습을 지우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노력하다 보면 진짜 ‘내’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게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