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민 곁으로 오다 2017-05-24
김영환 기자 | 92youngx@hufs.ac.kr 조회수 1916  댓글 0
 
취임한지 열흘 남짓 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시작이 좋다. 문 대통령이 표지로 나온 타임지는 주문 폭주로 3차 재입고에 들어갔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할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이 74.8%에 달한다.(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5월 15일 발표)
한편 문 대통령의 ‘짤(패러디나 합성을 통해 재밌게 만든 사진)’도 인기다. 문 대통령과 만화 캐릭터를 합성하거나, 마치 연예인의 팬들처럼 그의 사진을 수집하는 누리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 다소 권위적이고 어렵게 느껴졌던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국민들 가까이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발표 모습은 사뭇 달랐다. 4년 전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인사 발표를 진행할 당시 인사 명단은 철저한 비밀 속에 전달됐다. 대변인도 발표할 당시 인사 명단을 처음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쏟아지는 기자들의 인선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 앞에 서 인사 발표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과 인사 네 명은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고 국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의 의지를 내비쳤다.
11일 오찬을 마친 문재인 내각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와이셔츠 차림에 테이크아웃 한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하는 문 대통령과 신임 참모진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누리꾼들은 ‘대통령의 생활을 하나하나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대통령도 똑같은 직딩(직장인)’, ‘대통령 식후땡(식사 후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격의 없는 대통령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경호 실장을 당황하게 한 문 대통령의 요구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경호 실장에게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 부탁하고 경호원들과 측근들의 만류에도 이동 시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시민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고 ‘셀카’를 찍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관저 보수를 위해 이틀간 홍은동 자택에서 출근할 당시도 마중 나온 주민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이다’ 업무지시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 구성’이었다. 일자리위를 통해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지난 16일 정부는 일자라위 구성에 착수했으며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을 포함해 정부가 빠르게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사안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2호 업무지시는 ‘국정교과서 폐지’였다. 이를 통해 민심을 무시하고 강행했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는 1년 7개월 만에 폐기 수순을 밝게 됐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도 1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국정교과서 폐기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많은 시민단체에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반기고 있다.

업무지시 3호는 미세먼지 감소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중단이었다. 이에 따라 30년 이상 노후 된 화력발전소 10기 중 8기는 6월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또한 다음 해부터 3월부터 4개월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도록 했다. 4호 업무지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지시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세월호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지만,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들을 빠르게 실행해 나가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박근혜 정부가 4년 간 한 일을 문재인 정부는 일주일 만에 했다’, ‘투표가 대통령을 바꾸고 대통령이 나라를 바꾼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문 대통령의 빠른 업무지시에 대한 의견을 보였다.

◆지지자와 ‘팬’ 사이

문 대통령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니’로 통한다. 문 대통령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인’을 귀엽게 부르는 별칭이다.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말도 유행이다. 본래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지만, 취임 후 소통 행보와 빠른 업무지시가 연일 뉴스를 타면서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말로 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짤’도 인기다. 문 대통령과 닮은 만화 캐릭터를 합성하거나, 연예인처럼 잘 나온 사진들만 모은 일명 ‘문재인 짤’들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유행하고 있다.
보통 정치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지자’라 칭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일반적인 지지자들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을 만화 캐릭터와 합성해 재밌는 ‘짤’을 만들고, 그의 잘 나온 사진들을 개인 소장하는 모습은 마치 연예인의 팬을 보는 듯하다.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와 업무지시가 ‘지지자’들을 불러 모았다면, 그의 외모는 ‘팬’들을 불러 모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의 외모에 대해 ‘외모패권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군복무 시절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현재는 ‘역대급 외모’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조국 민정수석은 ‘대학생 시절 너무 잘 생긴 게 콤플렉스였다’고 밝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들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 또는 외모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정치 혐오’에서 벗어나,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치 참여율이 낮았던 2,30대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참여의 이유가 어찌됐든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임기 2주차를 맞고 있는 문 대통령이 그의 외모에 버금가는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영환 기자 92youngx@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