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히 시험 볼 순 없나요?

2017-05-24

박주원 기자 | 94swj04142@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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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학기 시험 때마다 일부 비양심적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인한 공정성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시험을 담당하는 교수도, 시험을 치르는 학생도 이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부정행위자에 대한 얘기가 들린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지, 부정행위 학생에 대한 처벌은 어떤지, 실제 처벌 사례가 있는지 알아봤다.

◆지속적으로 문제됐던
학생들의 부정행위
지난 해 12월 16일 한 교양 강의 시험 중 몇몇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는 글이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나무숲에 여러 차례 올라왔다. 시험을 봤던 학생들은 다른 학생 뒤에 숨어 몰래 핸드폰을 사용하고 옆 친구와 답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큰 강의실에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치렀지만 당시 감독관이 조교 한 명뿐이어서 감독이 철저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학생들이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고 부정행위자들을 색출해 적절한 처벌을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반면 부정행위를 했음에도 아무런 처벌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또 다른 교양 강의 시험을 보던 이 씨는 미리 준비한 ‘컨닝 페이퍼’를 꺼내 답을 적던 도중 뒤에서 감독을 하던 담당 교수에게 적발됐다. 그러나 별다른 처벌 사실이 없었고, 성적 상 불이익을 받은 것도 없었다.

◆부정행위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있나?
우리학교의 부정행위 처벌 규정은 다음과 같다.

(징계)
① 총장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한다.
1. 시험 부정행위를 한 때
② 징계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및 제적으로 구분한다.
③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을 함에는 해당 학생징계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강도 높은 징계로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부정행위로 인해 징계위원회가 열린 적은 없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부정행위 처벌이 교수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본지에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 중 부정행위를 목격한 적이 있는 학생은 454(26.38%)명이었다. 이중 ‘어떤 처벌이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65(51.59%)명이 ‘F학점 부여나 해당 시험 성적 0점 처리 등 학점에 관한 징계’가 이뤄졌다고 응답했고 ‘재시험이나 추가 과제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라고 답한 학생도 18(14.29%)명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부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고를 준 후 다음부터 컨닝 시 0점 처리 하겠다고 구두로만 설명했다’, ‘부정행위 학생을 집중적으로 감독한 것 외엔 처벌이 없었다’ 등과 ‘함께 어떤 처벌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성균관대에서는 전자전기 프로그래밍 실습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경고와 이에 따른 처벌을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명시한 사례가 있었다. 두 명의 학생이 다른 학생의 코드를 베껴 제출한 사실이 발각됐고 학교 측에서는 부정행위 경위서 및 반성문을 pdf파일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파일 제출이 확인되면 해당 과목을 F학점 처리로 마무리 짓고, 만일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거나 경위서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정학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계속해서 부정행위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험 당시 감독관의 감독이 잘 이뤄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1005(63.13%)명이 ‘아니오’라고 답해, 과반수의 학생들이 시험 감독이 허술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독관의 부주의한 감독, 학생 수에 비해 적은 감독관 등의 경우로 부정행위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감독관 대신 부정행위를 목격했던 학생들이 있었지만 사실을 알리지 않은 학생들도 405(79.41%)명으로 상당히 높았다. 그 이유로는 ‘신고해도 부정행위자에 대해 제대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 143(39.5%)명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실제로 ‘부정행위 학생에 대한 교수의 징계가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를 택한 응답자 수는 318(83.68%)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징계 조치의 부재’ 외에 ‘부정행위를 신고할 시 고자질을 했다는 안 좋은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103(28.4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증거 확보의 어려움’ △‘시험 중 집중력 감소’ △‘조용한 시험장’ △‘평소의 친분 관계’ △‘귀찮음’ △‘보복의 두려움’ △‘무관심’ 등 다양한 이유를 답한 기타 항목이 71(19.62%)명을 차지했다.

◆부정행위를 바라보는 시선들
부정행위에 따른 징계 강도에 대해서는 ‘현재가 적당한 수준의 징계’가 873(51.75%)명, ‘더 강한 수준의 징계 필요’가 805(47.72%)명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만족하거나 징계 강도를 높이길 원했다. 그러나 징계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양심과 적절하고 공정한 처벌 이행이다. 우리학교 대나무 숲에서 한 학생은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성적을 잘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정행위로 피해 받는 다른 학생들도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글을 올렸다. 김 씨(경영·경영 16) 또한 “일관된 기준으로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부정행위자의 인상착의나 이름 등을 파악해 시험 후 말씀드리면 더욱 확실한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해 1월 전북대는 집단 부정행위를 일으킨 전자공학부 학생 7명에게 정학처분을 내렸다. 2015년에도 5명의 학생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 사실이 발각돼 30일간의 유기정학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대학가에 만연한 부정행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 관리·감독 규정에 따라 부정행위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주원 기자 94swj04142@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