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성소수자가 나온다면?

2017-05-24

김지현 기자 | 93wlgu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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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을 치르는 동안 후보들은 저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섯 명의 후보들 중 동성애를 ‘찬성’하고 그들의 결혼을 합법 추진하겠다는 후보는 한 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많은 성소수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안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학교 안팎과 사회 전반에 걸쳐 성소수자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은 일반인들에겐 그저 재밌는 ‘문화’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인 성소수자들에겐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을 만나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자.

◆동성애의 미디어 트렌드화?

동성애의 미디어 트렌드화란 말 그대로 미디어에서 동성애를 하나의 포맷으로 유행처럼 사용하는 경향을 뜻한다. 특히 그들의 성 정체성을 재미삼아 이야기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에선 동성애 중에서도 특히 남자와 남자사이의 동성애를 개그소재로서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동성애를 친숙하게 다가오게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동성애를 재미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 Say, Yes!
현 사회에서 조심스럽게만 다뤄지던 동성애가 미디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의식이 선진화 돼간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숨기려고만 하는 음지문화가 계속되면 편견이 더욱 짙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밝고 친근하게 비춤으로써 동성애에 무지한 일반인들에게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Say, No!
동성애를 미디어 트렌드화 시킴으로써 그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지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그리고 현대의 젊은 층은 동성애에 대해 개방적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대다수 노인들처럼 보수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또한 동성애는 미디어에서 트렌드화 시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미디어 속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히려 동성애를 경시할 수 있다.

◆성소수자 개그가 재밌나요?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생들은 동성애의 미디어 트렌드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송 씨는 “우리나라 정서상 동성애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미디어가 잘못된 선입견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동성애 미디어 소비는 주로 남자 동성애자에게 향해 있으며 그들이 일반 남성보다 섬세한 표현을 한다는 편견을 개그소재로 이용해 그들의 이미지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학생인 조 씨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그를 이성애자들은 그저 재미로 볼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이용해 재미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으론 이를 통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성애 미디어 트렌드화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긍정적·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담고 있다. ‘성소수자의 미디어 트렌드화’를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민주실현주권자회 간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이전보다 개방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그러한 원인에 미디어어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1 : 미디어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미디어의 영향만이 동성애 수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개인의 개별성 개념’이 성소수자를 ‘양지화’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해당 개별성에 대한 존중보다 무심함에 가까워 보이는데 동성애의 문제가 자기 자신과 연계되는 순간 무관심이 동성애에 대한 반대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Q2 : ‘성소수자의 미디어 트렌드화’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인가? 반대하는 입장인가?
A2 : 동성애의 미디어 트렌드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일단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다. 동성애를 하나의 유행으로 다루는 것은 그들을 양지화한다는 장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반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는 특정 유행 코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다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그들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으로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별성의 존중이 아닌 무심함을 낳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캠퍼스 성소수자 동아리 포스터 논란

지난 3월 글로벌캠퍼스에서 성 소수자 동아리 ‘큐사디아’가 게재한 포스터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찢으며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성소수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분노했다. 이 논란에 대해 성소수자인 김 씨는 “내가 성소수자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세상에서 내가 살아있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남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일상을 사는 일을 남들에게 눈치보고 숨겨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포스터 훼손과 같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차별은 성소수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사라지게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성소수자들도 모두 인간이고 남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행복할 권리를 부정당하지 않도록 성소수자를 향한 배려를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소수자의 미디어 트렌드화는 성소수자들의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또 그들이 받고 있는 이유 없는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을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양지화 돼가는 과정은 많은 잡음이 있지만 성소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확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그들을 향한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지현 기자 93wlgus@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