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미네르바 기부왕 2017-05-24
홍석진 기자 | 93hong@hufs.ac.kr 조회수 1802  댓글 0
 
이덕선 회장은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현재의 기업을 이룬, 말 그대로 無에서 有를 창조한 인물이다. 1966년 그는 26살의 나이로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Allied Technology Group, Inc.(이하 ATG)를 창업했으며, 2008년 11월 한국계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비즈니스 레전드 어워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덕선 선배는 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해로 8년째 56명의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나누는 삶에 대해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이덕선 선배를 만나 그의 인생과 남다른 후배 사랑, 그리고 나누는 삶에 대해 들어보자.

Q. 미국으로 어떻게 가시게 된 건가요?

제가 미국 가기 전 카톨릭 구제회(당시 한국인 지원 천주교 단체)에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미국으로 전쟁고아를 입양시켜주는 일을 했죠. 구제회에서 일한 덕분에 빈 화물선을 얻어 타고 미국으로 갈 기회를 얻게 됐죠. 저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빈 화물선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저는 워싱턴에 있던 먼 친척집으로 향했죠. 비행기 표를 살 돈이 없던 저는 저렴한 버스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친척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 다시 버스로 미 대륙을 횡단하며 스스로 약속한 게 두 가지 있어요. 첫째는 다시는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지 않는 것. 둘째는 다시는 미국 대륙을 횡단할 때 버스를 타지 않는 것. 다행히 약속을 지켰네요. (웃음)

Q. 컴퓨터조차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1966년 당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상당히 생소했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프로그래머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신건가요? 독일어를 전공하셨는데, 프로그래머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남들보다 좋은 학력도 없고, 그렇다고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닌 제가 앞으로 미국에서 뭘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척분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컴퓨터 계통의 직업을 제안하셨어요. 맞아요. 그 당시에는 컴퓨터가 무척 생소했죠. 컴퓨터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그 당시 컴퓨터를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컴퓨터를 본 적도 없었던 제가 어떻게 컴퓨터에 관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Q.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기관이 없었을 텐데, 어디서 컴퓨터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셨는지요?

당시 미국의 컴퓨터 기업이었던 컨트롤 데이터 코퍼레이션(Control Data Corporation)1)에서는 컴퓨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컨트롤 데이터 인스티튜트(Control Data Institute)(IBM, Honeywell과 같은 미국의 컴퓨터 대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사라짐)를 설립했어요. 저는 그곳에 입학해 컴퓨터 지식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5개월 동안 전문지식을 쌓고 2기 졸업생으로 졸업했죠. 그리고 컨트롤 데이터 코퍼레이션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2년 정도 컨트롤 데이터 일을 하고 웨스텟(Westat)이라는 곳으로 직장을 바꿨어요. 1969년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서 7년 후에는 웨스텟의 부사장이 됐어요.

Q. 1986년에 ATG를 설립하셨습니다. ATG를 설립하게 되신 계기는?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웨스텟에서 20년 동안 일하면서 나의 회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986년도 ATG를 설립하고 웨스텟 부사장을 겸직했죠. 그리고 몇 년 후에 웨스텟과 합의 하에 직원 6명을 데리고 나와서 같이 ATG를 경영했습니다. 웨스텟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웨스텟이 없었다면 ATG는 없었겠죠.
경영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웨스텟에서 ATG로 이직한 저의 연봉은 줄었고, 사무실도 작아졌죠.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일을 수주하는 것이었어요. 회사로 들어오는 일이 없어서 자본은 부족했습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 몰래 집을 담보로 해서 자금을 빌리기도 했어요. 다행히 저는 웨스텟에서 근무했을 때 만난 많은 분들이 절 도와줬어요.

현재 ATG는 미 국방성은 물론 국무부, 국가정보국(DI), 국토안보부, 해군, 해안경비대 등 미국의 보안 관련 부서의 컴퓨터망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기업체다.

Q. ATG는 미국 정부의 컴퓨터 보안을 전담하는 기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ATG가 이렇게 큰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한 회장님의 경영 철학, 또는 노하우 등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관계’가 중요합니다. 고객들과의 관계, 직원들과의 관계, 협력업체들과의 관계, 모든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언제, 누가, 어떻게, 나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항상 관계라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관계야말로 사업의 핵심이자 기초입니다. 다른 하나는 ‘올인(ALL-IN)하는 자세’입니다. 뭔가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것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그리고 ‘약속’입니다.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일 이내에 일을 끝내야하고, 약속한 것 이상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저의 경영 철학입니다. 약속을 통한 신뢰는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는 ‘비밀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 운영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은 고객과 신뢰를 쌓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Q. 다양한 기부활동을 해오시고 계십니다. 나누는 삶에 대한 철학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나누는 삶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나눔을 강조하셨어요.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두 분께 배웠던 게 ‘기부’와 ‘배려’였기 때문에 몸에 자연스럽게 밴 것 같아요. 누구에게 기부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기부에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특히나 저는 교육에 기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교육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모교에 기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문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됐으면 더 좋겠어요. 저의 기부로 학교에서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좋은 사람이 돼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일꾼 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홍석진 기자 93h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