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의 향방은? 국정 역사교과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2017-05-11
김희지 기자 | 93heedying@hufs.ac.kr 조회수 1171  댓글 0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온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국정 역사교과서다.
여론의 반발과 지속적인 논란에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라져가는 국정 역사교과서, 그 향방을 알아보자

◆국정 역사교과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가가 직접 저작에 관여해 그 내용을 결정하는 역사 교과서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했다. 이는 2017년부터 모든 역사 교과서를 국가가 만든 국정교과서로 통일하도록 한 것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시작부터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된 것으로 그 목적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학교 앞에서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펼쳤다.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 관련 교수 561명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펼쳐 지난해 11월 2일 교육부에 40만여 명의 반대서명을 전달했다. 전국 17개 가운데 14개 시·도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불채택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작년 11월 28일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속행했다. 이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고, 검토본에서 내용의 편향성과 수많은 오류 등이 지적됐다. 대표적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는 부분은 △5.18관련 내용의 폄훼·왜곡 △대한민국 건국을 수립으로 표현 △900여건이 넘는 오류다.
이 외에도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는 데 사용한 예비비 44억여 원의 사용내역을 비공개 처분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238일 만에 예산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의 홍보를 위해 어느 언론사에 얼마를 지원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된 상태였다. 여론의 불신은 점점 커졌다.
교육부는 지속적인 논란에 작년 12월 27일 “국정 역사교과서의 학교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고 2018년부터 국·검정을 혼용한다”며 정책을 수정했다.

◆유일한 연구학교 문명고, 법원 “연구학교 지정 효력 정지”처분
1월 31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며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우선 사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학교 신청을 했던 학교들이 하나둘 신청을 철회하면서 경북 경산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남게 됐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측에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장은 이들의 요구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계속해서 학교 측과 대립했다. 신입생 5명이 전학가거나 자퇴하는 등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이에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 5명은 지난달 2일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이후 지난달 17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을 정지하라”는 선고를 내리며 학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여부가 논의되는 등 앞으로의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는 “이로써 국정교과서를 수업에서 주교재로 사용할 학교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며 “검정역사교과서 제작과 국검정 혼용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사실상 국정교과서 폐지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탄핵, 국정 역사교과서 탄핵
반대여론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향후 야권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방침이 유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회는 국정교과서 금지법의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엔 이미 국정교과서 논란에 휩싸였던 교육부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교육부 축소 또는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유일한 연구학교였던 문명고에 법원이 “연구학교 지정 효력 정지”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역사 국정교과서가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국조교과서’, ‘국정 무협지’, ‘박근혜 가족사’로 불린다고 한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국정교과서란 수치스러운 이름은 역사 속으로 한시 빨리 사라져야 한다.


김희지 기자 93heedyi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