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짐 놔두는 곳이 아니에요!

2017-05-11

이하정 기자 | 94haj@hufs.ac.kr

조회수 2703 댓글 0

서울캠퍼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선 ‘자리 예약 시스템’을 사용해야한다. 도서관 자리 예약 시스템 기계에서 자리를 선택한 후에만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시간을 연장해야만 같은 좌석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다. 자리 연장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도서관 어플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예약 없이 도서관 자리를 이용하는 사람, 예약 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자리에 개인 물건을 놔두는 사람들(일명 ‘사석화’현상) 때문에 다른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문제가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 해결 방법은 없을까?

◆심해지는 도서관 사석화 현상
사석화란 도서관 열람실을 예약이나 연장을 하지 않고 이용하거나 좌석에 개인 짐을 놓고 다니는 현상을 일컫는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는 지금,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로 가득 쌓인 짐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자리들이 보이고 그 짐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놓여있다. 예약을 하고 온 학생들은 자리를 차지한 물건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예약한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에게 예약증을 보여주자 짜증난다는 듯 자리를 옮기는 태도에 마음이 상한다. 이렇듯 일부 학생들의 배려 없는 행동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도서관학생위원회(이하 도학위) 위원장 강하은(사범·한교 15)씨는 “지난 해 보다 이번 해 사석화가 더 심해졌다”, “사석화는 도학위 측에서 관리하는데, 가끔 몇몇 이용자들이 짐을 치워달라고 말하면 오히려 화를 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라며 도서관 관리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사석화는 ‘자리 예약제’라는 도서관 이용 규칙에 어긋나는 현상이며 계속해서 악순환을 유발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좌석 예약을 하고 해당 좌석으로 갔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 있을 시 예약 없이 다른 좌석에 앉는다. 이렇게 되면 그 다른 좌석은 또 다른 사석화된 좌석이 돼 버린다. 마음을 굳게 먹고 도서관을 갔는데 자신이 예약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거나 사석화로 인한 갈등을 목격하는 것을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석화, 그 이유는?
한흥진 팀장에 따르면 자리 예약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부터는 사석화가 전보다는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해 말 학교 측에서 도서관내 사물함 일부를 철거한 이후부터는 사석화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 강하은 위원장은 “지난해에 비해 사석화가 늘었다”며 “사물함 개수가 줄었기 때문에 취업준비생과 같은 졸업생들은 훨씬 짐이 많음에도 사물함을 배정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졸업생들처럼 사물함 배정을 받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개인 짐들을 도서관 열람실에 놔둔다”고 말했다. “처음에 예약을 하더라도 자리에 짐을 놔두고 다니거나 연장을 하지 않고 집에 가버린다”라고 말했다.
우리학교는 2018년까지 도서관을 증개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물함 철거도 이 때문이지만 이로 인해 증가한 사석화는 관리자에게 큰 골칫거리이다. 예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짐을 놔둔 사람들에게 날짜를 표기한 경고장을 주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짐이 그대로 있으면 강제 수거한다. 기존엔 기간을 일주일을 줬는데 최근에는 삼일로 줄일지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리자체를 봐서는 기간 만료된 자리인지 알 수가 없다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석화를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외부인출입도 사석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학교 도서관에 외부인이 출입하려면 출입증이 있어야 하지만 출입증이 있더라도 예약과 연장이 필수이다. 하지만 예약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외부인들이 대다수다. 강하은 위원장은 “예전에 한 아주머니 분이 외부인인 것 같아 자리를 확인해 봤더니 예약 기간이 만료된 자리였고 연장하셔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분은 ‘연장’이라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외부인들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는데 학교 측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공지를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외부인들도 꽤 많이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학교 측에서 제대로 공지를 하거나 제재를 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노트북 전용 열람실도 부족해요
한편 노트북 전용 열람실 좌석 수가 이용자 수에 비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규정상 노트북 열람실 외에는 인터넷 강의를 제외하고 노트북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기간 같이 이용자 수가 많을 때는 노트북 열람실이 꽉 차 몇몇 이용자들은 일반 열람실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기도 한다. 강하은 위원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트북 사용을 자제시킨다”며 “하지만 시험기간에는 노트북 열람실이 협소한 관계로 일반 열람실의 노트북 사용자를 제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노트북 전용 열람실 좌석의 부족은 자리 맡기 현상의 심화를 야기하며 이는 곳 사석화로 이어진다. 한흥진 팀장에 따르면 실제로 도서관 증개축 계획 중 노트북 전용 열람실 확장 계획이 포함돼있다. 한흥진 팀장은 “현재 노트북 전용 열람실의 좌석 수는 약 162개로 시험기간 이용자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며 “현재 도서관 증개축에 관한 확실한 계획을 정해져있지 않지만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스터디룸과 세미나실을 신설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트북 전용 열람실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트북 전용 열람실의 확장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해결방안은 있을까?
현재 도서관 측에서 마련한 사석화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이나 정식적인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학위에서 자율적으로 관리를 하는 중이며, 학생이 제재를 내리고 수거하기 때문에 몇몇 학생들은 그 제재를 무시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따라서 도서관 측에서 이용 규칙을 강화해 이를 어길 도서관 이용에 일부 제약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물함과 노트북 전용 열람실의 증축이 필요해 보인다. 사물함과 노트북 전용 열람실 좌석 부족은 도학위 위원장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열람실 사석화의 원인이다. 이번 사물함 철거를 하면서 약 200-300개의 사물함이 없어졌다. 사물함 개수가 준만큼 도서관 이용자들이 개인 짐을 보관할 장소가 줄어 사석화가 증가하는 것이다.
노트북 전용 열람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번 자리를 뜨면 금방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하루 종일 짐을 놓고 자리를 차지한다. 외부인들이 규칙을 올바르게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 측에서 출입증은 발급 해줄 때 주의사항을 명시하거나 예약을 하지 않은 채 열람실을 사용했을 시 출입증을 반납해야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식 개선이다. 예약제로 이루어지는 도서관 좌석 사용법을 지키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이용법을 준수하고 다른 사람은 배려했을 시 사석화의 악순환은 끊길 것이다. 강하은 위원장은 “이용자들이 도서관은 열람실은 짐을 놔두는 자리가 아닌 공부를 위한 곳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도서관 좌석은 다른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서로 배려해서 이용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하정 기자 94haj@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