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위한 변명 2017-05-11
기자 | 이메일 조회수 249  댓글 0
 
첫 시간에 ‘중간시험은 없어요.’하면 호응이 폭발적이다. 하지만 대신할 만만찮은 과제를 안겨준다. “인도를 위한 변명”을 주제로 시사칼럼을 쓰게 한다.
주변에 인도에 대한 희화화 된 해프닝이 공공 매체를 실리면 여기서 만들어진 풍문은 SNS시대에서 순식간에 퍼진다. 풍문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나 정부 정책실 등 제도권에서도 사실인양 굳혀진다. 검증되지 않은 풍문이 인도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상황이 심각하다. 이러니 인도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한들 뭔 대수냐고 할 순 없다. 우리에게 더구나 글로벌 환경을 늘 마주해야 할 청년세대에게 인도는, ‘Incredible 인도’가 아니라 ‘Inevitable 인도’로 피해 갈 수 없는 상대인 바, 편견으로 인해 상대를 옳게 파악하는 혜안이 가려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기 때문이다.

오리엔탈리즘이 아닌 우리의 사시(斜視)가 인도를 비틀어
탄핵, 소환, 영장청구 그리고 구속으로 숨 가쁘게 달리는 대선정국에 대한 뉴스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사드 사태이후 ‘포스트차이나, 인도’라는 이슈에 따라 각 특파원들이 전하는 인도뉴스가 정규뉴스나 뉴스포탈 첫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보도 가운데, 현장접근과 심층 분석이 없이 자극적이면서 흥미유발 하는 머리기사를 앞세운 내용불충분한 소식이 적지 않다. 여기에다가 더욱 증폭된 자극적 표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려는 비틀어진 억측이 더해진 SNS소식이 가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 인도의 적극적인 변명이나 해명이 없는 사이에 덧칠된 ‘인도편견’이 우리 사회에 굳혀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서구 언론이 비틀어낸 인도사시(斜視.오리엔탈리즘)가 오해와 편견의 진원지였다면 이제는 인도이해가 결여된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인에 의한 현지 토막소식이 우리 사회에서 인도를 비틀어지고 있다.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인도를 접근금지국가로 할 순 없어
“인도서 또다시 외국인여성 성폭행·피살. 관광안전 우려”라고 특파원 보도가 한국에 3월 중순 알려졌다. 이후 숱한 SNS엔 ‘인도는 성폭행 천지’라는 표현은 물론 심지어 국내에서 ‘인도인 추방’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나돌았다. 사건지역의 배경과 실체 그리고 시사 되는 바를 짚어보기보단 ‘인도’, ‘또다시’ 그리고 ‘성폭행피살’이라는 특정된 결론을 던지는 특파원 보도로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인도에 대한 포괄적 이미지는 ‘안전이 심각히 우려되는 위험국가’로 이어지는 ‘편견’을 만들고 있다. 사건보도가 이래선 안 된다. 솔직히 한국인이 인도에 여행을 가든 안 가든 별 관심 아니다. 안전하지 않은 국가로 ‘관광갈 수 없는 나라’라는 정도로 끝나는 편견이라면 이를 길게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편견은 다른 이해를 방해해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 냄으로 결국 글로벌 시대에 소통해야 할 중요한 상대인 인도와 불통 관계가 형성돼 그 손실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던져지니 이를 간과할 수 없다.

다층다면체 거대인도에서 개별사건을 일반화 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특파원이 보도한 ‘성폭행 피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3월 중순에 인도의 유명 휴양지인 남서부 해안도시 고아(Goa)에서, 인도여행 경험 있는 영국국적의 젊은 여성이 또 다시 홀로 여행을 하다가, ‘봄맞이’라는 본래 의미보다는 이를 기화로 감정표출이 과격해지면서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인도의 전통축제(Holi)기간 중에 안타깝게도 앞서 여행에서 알게 된, 외국인 상대 범죄경력이 있는 지역 부랑배 인도청년에게 성폭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직후 유기된 시체가 발견돼 즉시로 수사에 착수한 현지경찰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피해여성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사고당일 아침부터 함께 스쿠터를 타고 일대를 돌아다니던 피의자를 특정하였고 사고 이튿날 피의자 자택에서 체포해 범행사실을 자백 받았다. 워낙 범인이 지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부랑배로 알려져 있었던 까닭에 인도정부가 안전을 위해 곳곳에 설치한 CCTV 자료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쉽게 특정될 수 있었다.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서구문화행태에서 개방적 스탠스를 지닌 인도 최대의 해안 휴양지 고아(Goa)에서 요란한 거리의 축제가 벌어지는 축제기간 중 범죄의 개연성이 짙은 부랑배에게 이를 감지 못한 외국여행객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이로 인해, 인도전체는 물론 고아라는 관광지역 전체가 위험지구라 낙인 될 수 없고 또한 13억은 인구 아니 고아지역 150만 인구를 잠재적 우범자라 여길 순 없다.
성폭행과 살인은 배경이 무엇이든 또 이유가 뭐든지 용서 받지 못할 잔인한 범죄라는 것은 이 사건에 무슨 해석을 할지라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사건으로 인해 인도, 인도인 전체를 범죄국가인양 여기는 프레임 갇힌 시선은 곧 부지부식 간 ‘인도는 여행조차도 안전하지 않은 흉악한 나라’라는 감당할 수 없는 일반화된 인도편견을 만들게 된다. 용서 받지 못할 범인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피해자에게 깊은 애도를 갖으면서, 그런 가운데 고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면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팩트를 근거로 전후좌우 현실을 진단하면서 아울러 사후 대응에 대한 이해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를 위한 ‘인도를 위한 변명’
얼마 전, 국책기관이 인도 식품시장동향에 대해 도움을 청해왔다. 이에 응하던 중, 기관 임직원들이 ‘인도는 카레위주의 채식국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닭고기와 양고기 등 육류소비가 매년 10% 이상의 성장한다는 현황설명에 의구심을 보였다. 뉴질랜드가 질 좋은 양고기를 차별화된 소비욕구를 지닌 인도의 중산층을 겨냥해 매년 인도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인도는 채식’이란 섣부른 선입견을 깨고 납득 시키는데 대부분 시간을 낭비해 정작 안건에 대한 심층논의는 뒷전이었다. 이처럼 편견이 만들어지면 이후에 오류가 지적돼도 착오에 대한 자기합리화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더구나 상급자가 편견을 갖고 있으면 더욱 심각해 시시비비 없는 주변의 침묵 속에 ‘오류인줄 아는 오류’조차 버젓이 사실인양 돌아다니게 된다. 침묵 속에 고착된 인도편견은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인도의 노력은 없다. 한국거주 인도인이 고작 만 여명에 불과하고 또 한국이 우선순위에 있는 관심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도를 위한 변명’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편견을 속아내는 것은 ‘인도를 위한 것’이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존재인 인도를 상대해야 하는 ‘나를 위한 것’이며 인도를 옳게 이해하는 것은 시대적 소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