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혼돈의 수강신청 2015-03-24
박윤진 기자 | 90yoon@hufs.ac.kr 조회수 721  댓글 0
이번 해 2학년이 된 김 양은 수강신청에 성공한 줄로만 알았다. “이번 학기는 1,2교시가 없으니까 지각해서 학점 깎일 일은 없겠다”라고 안심하던 찰나, 34교시 수업 대신 1,2교시로 옮겨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강의 시간표 조정을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번학기 수강신청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네르바 인문강좌>

2월 27일 신입생 수강신청 이후 일부 학생들의 시간표가 강제로 옮겨졌다. 필수교양 수업인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넘쳐 학교 측에서 임의로 시간표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원래 미네르바 인문강좌 한 강의 당 제한 인원은 45명이었다. 그런데 화요일 1, 2, 3교시 수업에 전산 상으로 대략 140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수강신청을 하면서 140명 모두가 수강신청에 성공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77명, 69명 이상이 신청한 강의도 있었다. 이렇게 인원을 초과해 신청된 강좌를 위해 같은 시간에 강의를 추가로 개설하려 했지만 강의실 마련 등의 여건 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다른 시간에 추가로 강좌를 개설해 0.01초 단위로 수강신청을 늦게 한 학생부터 추가 강좌로 옮겼다. 김미자 서울배움터 학사종합지원센터 팀장은 “어쩔 수 없이 0.01초 단위로 수강신청이 늦은 학생들을 옮겼다”며 “당시로서는 가장 공평한 분배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 순으로 옮기다보니 학생들의 강의 시간이 다른 과목과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동시에 학생들의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기존의 ‘글쓰기’가 ‘미네르바 인문강좌’로 바뀐 데 있다. 지난해까지 졸업을 위한 필수 교양이었던 글쓰기를 대신한 미네르바 인문강좌는 처음 신설된 강의기에 기존 재학생에게마저 생소한 강의다.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졸업 전까지만 수강하면 되지만 선배들의 조언을 듣지 못한 신입생들은 이 강의를 1학년 때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면서 1학년 학생들의 90% 이상이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신청했다. 김 팀장은 “이는 이전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개설 강의 수 자체는 적은 수가 아니지만 1학년 수요가 증가한 데다 글쓰기를 수강하지 않은 재학생과 글쓰기를 재수강할 학생들까지 몰려 인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학사종합지원센터는 미네르바 인문강좌 주임교수에게 따로 요청해 강제 이동된 학생들이 신청했던 원래 시간에 강좌를 추가 개설했다. 강좌 수는 38개에서 44개로 늘었고 수강 제한 인원도 본래 45명에서 50명으로 증가했다. 학생들은 이전 시간대로 다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태국어통번역학과 전공수업 조정>

미네르바 인문강좌처럼 태국어통번역학과의 1, 2학년 전공수업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성공하고도 몇몇 강의의 시간을 옮겨야 하는 상황도 일어났다. 1학년 기초태국어쓰기 수업의 경우 목 3, 4교시에 학생들이 몰려 1, 2교시로 2명이 이동했다. 2학년 과목은 12명이 중급태국어회화 3, 4교시에서 1, 2교시로 옮겨졌다. 뿐만 아니라 중급태국어번역실습 5, 6교시에서 7, 8교시로 5명이, 커뮤니케이션 태국어 5, 6교시에서 7, 8교시로 7명이 수업 시간을 바꿔야 했고 6명의 학생들이 중급태국어작문연습 3, 4교시에서 1, 2교시로 수업 시간을 변경해야 했다.
이렇게 강제로 시간표를 옮겨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수업 당 정원이 미리 정해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겨울방학 중 정해진 기간 내에 학과 조교가 수업 정원을 제출해야 했지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정원 없이 수강신청이 이뤄지게 됐다. 이후 태국어통번역학과 학생들은 조정된 시간표에 맞춰 수강신청을 변경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 수강신청에서 시간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윤설(통번역·태국어통번역 14)양은 “미리 정원이 정해져 있었다면 시간표를 억지로 바꾸는 희생을 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경영대 증원신청>

경영대학은 지난해까지 이중전공이나 부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수업에 한해 정원이 꽉 차도 증원신청을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왔다. 그런데 이번 해 갑자기 증원신청이 불가능해져 많은 학생들이 당혹감을 느꼈다. 경영학과가 수강신청 인원을 줄인 데에는 ‘AACSB(The 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 of Business) 인증(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인증)’이 원인이었다. AACSB 인증은 우수 경영대학의 역량을 인정받으면 부여되는 경영교육인증이다. AACSB 인증을 얻는 데에 중요한 건 중 하나가 한 강의 당 50명 이하의 학생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인데 경영대학은 그동안 이중 전공과 부전공대상 수업에서 많은 수의 학생이 수업을 들어왔다.
현재 우리학교 경영대학은 경영대학에 개설된 수업을 하나라도 듣는 양 배움터의 이중전공생과 부전공생 그리고 1전공생까지 합해 2600명에 이르는 규모다. 경영학 수업을 듣는 학생은 많지만 교수와 강사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수업을 들어야하는 학생 수 만큼 강의를 추가 개설해주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업의 수요는 높지만 공급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1,2학년 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항상 몰리고 있다. 그 이유는 경영대학의 특수한 전공의 특성 때문이다. 경영대학의 전공수업은 △일반경영경제 △조직인사 △마케팅 △재무보험 △경영정보 △국제경영 △생산운영 등 7개의 세부전공분야로 나뉜다. 이들은 다른 전공으로 호환이 힘들다. 또한 기초 과목의 경우 1,2학년과 부전공자들이 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상위 전공 수업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기초과목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유경원(경영.경영 12) 전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이중전공 또는 부전공으로 경영학과를 택해주는 것 역시 고마운 일”이라며 “쾌적한 수업을 위해 경영대학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박윤진 기자 90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