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5일만에 돌아온 세월호, 2주 만에 다시 밝혀진 촛불, 그 현장에 다녀오다 2017-05-10
사진·글 홍석진 기 | 93hong@hufs.ac.kr 조회수 578  댓글 0
 
지난 25일 새벽, 침몰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4월 16일 사고 발생 후 1075일만이다. 같은 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2주 만에 21번 째 촛불 집회가 재개됐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 선체를 안전하고 조속하게 인양하라’,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본지 기자들은 이 날 광화문 광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고 집회의 모습을 담아왔다.

지난 25일 저녁 6시 경, 광화문역 9번 출구를 나오자 멀리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가 가장 먼저 보였다. 분향소 앞은 이미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분향소 가까이로 다가가자 304명의 희생자 영정사진이 보였다. 영정사진 밑에는 ‘아직 세월호에 9명의 미수습자와 유품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함께한 기자 중 한 명은 “영정사진이 너무 많아요”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분향소 앞에선 한 노년의 남성이 망연자실한 듯 분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게 제일 큰 불효라고, 자식들 저렇게 보낸 부모들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요”

검은 하늘에는 노란 풍선이 떠있었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달려있었다. 그 아래론 사물놀이패가 앞장서고 뒤따르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 여성을 ‘세월호 침몰원인 이제는 밝혀라’라고 적힌 노란 천을 망토처럼 두르고 행렬을 따르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울 나이에, 그렇게 떠나버린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나라는 책임자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도 않고, 3년이 다 지난 이제야 세월호를 물 밖으로 꺼냈어요. 어른으로써 부끄럽고 미안할 뿐입니다”

많은 시민들 사이로 익숙한 옷을 입은 남성이 보였다. ‘한국외대’가 적힌 ‘과잠’을 입은 우리학교 학생이었다. 조재원(경영·경영 17) 씨는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에 집회에 나왔어요. 3년은 참 길었던 시간입니다. 이제라도 세월호가 인양돼 다행이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있길 바랍니다”
사실상 세월호 인양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슬픈 기쁨’을 나누고 잔잔한 축제를 이어갔다. 고 남지현 양의 친언니인 남서현 씨도 무대에 올랐다. “동생은 떠나기 전 날 밤, 밤새도록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사랑하는 동생을 본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세월호에는 제 동생과 같은 304명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희생자 김건우 군의 아버지 김광배 씨도 말을 이어갔다. “참사 진상을 은폐하려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왜 선체 인양 방식이 계속해 바뀌었고, 그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는지도 낱낱이 밝혀야 해요” 이어서 조명과 촛불을 모두 소등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에는 암흑만이 남았고, 그 모습은 마치 3년간 바다 속에 묻혀있던 세월호의 모습 같이 느껴졌다.


세월호 참사, 1076일의 일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고현장 방문
23일 최초 신고한 단원고생 시신 발견

◆5월 4일 박 전 대통령, 사고현장 재방문
15일 이준석 선장 포함 승무원 15명 기소
19일 해양경찰청 해체 발표
29일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국회 통과

◆6월 2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국조특위 구성

◆7월 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에 국회의원 178명 동참
21일 7월 임시국회 세월호 특별법 TF 재가동

◆8월 7일 세월호 특별법 1차 합의안 발표
19일 유가족, 합의안 재협상 요구
30일 국조 특위 활동 종료

◆10월 6일 세월호 참사 수사결과 발표
28일 295번째 희생자 수습

◆11월 11일 정부, 세월호 희생자 수색 종료
18일 세월호 참사 대책본부 해체

◆2015년 1월 12일 세월호 보상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3월 5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시작

◆4월 22일 정부, 세월호 인양하기로 발표

◆5월 15일 세월호 희생자 3명에 배상금 총 12억5천만 원
최초 지급 결정

◆8월 4일 해수부, 세월호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로 선정

◆11월 12일 대법, 이준석 선장 무기징역, 선원 등 14명
징역 1년 6개월에서 12년 선고

◆12월 14~16일 세월호 특조위 1차 청문회

◆2016년 1월 12일 단원고 생존 학생 졸업

◆3월 28~29일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7월 29일 세월호 선수 들기 성공

◆9월 1~2일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
30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종료

◆11월 1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세월호 7시간’ 의혹으
로 ‘박 대통령 퇴진’ 주장
11일 청와대 세월호 7시간 동안 성형시술 의혹 해명

◆12월 6일 언론, 박 전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올림머리 손질 의혹
보도
9일 국회,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세월호 유가족 40명 국회 방청

◆2017년 2월 27일 박 전 대통령 헌재 최종변론서 참사 당일
미용·성형시술 의혹 부정

◆3월 6일 특검 수사결과 발표
10일 박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
22일 세월호 시험인양 착수
25일 반잠수선 선적, 사실상 인양 성공
26일 세월호 선체 해수면 위로 완전 부양


사진·글 홍석진 기자 93h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