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끝, 그 아름답지 못한 결말 ‘데이트 폭력’

2017-05-10

박지민 기자 | 94pjimin0303@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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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들리는 새내기들의 캠퍼스 커플(이하 CC) 탄생 소식과 동기들에게서 들리는 이별소식, 3월에는 사랑의 시작과 끝이 아주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인 것 같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동기들, 새내기라는 풋풋함이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서로 사랑하게 만든다. 한편으로 들려오는 이별 소식이 좋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연애의 끝이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일까. 일 년의 시작인 봄이지만 기자는 연애의 끝에 대해 써보려 한다.

한 16학번 여학생은 엠티를 통해 동기 남자와 친해졌고 얼마안가 그 동기와 과CC(학과 내 커플)가 됐다. 성인이 돼 학창시절 꿈꿔왔던 캠퍼스 연애를 시작했다. 남들이 다 가는 놀이동산도 갔고, 한 학기 동안 시간표를 맞춰 매일같이 밥도 같이 먹고 시험공부도 했다. 하지만 어느 커플의 결별 이유와 같이 성격 차이로 헤어졌고 그 후 들려오는 그녀에 대한 뒷담화, 그리고 새로운 연애 시작과 함께 시작된 전 남자친구의 SNS 저격. 잠시나마 함께 했던 남자와의 연애의 끝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 데이트 폭력?
‘배우자 하나 잘못 만나면 인생 망친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할 존재이니 배우자를 고르는데 신중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은 연애만 잘못해도, 애인 하나만 잘못 만나도 신세를 망치는 수가 있다. 이른바 ‘데이트 폭력’ 때문이다. 사귀던 사람에게 집착과 스토킹을 당하는 것부터 폭행이나 감금, 협박에서 살해까지 당하는 일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살해나 협박의 경우 극단적인 상황들이라 모두 일반화시킬 수 없는 사례들이지만, 집착과 스토킹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데이트 폭력이란 서로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협 또는 폭력이다. 둘 중 한 명이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권력적 통제 우위를 가질 때도 데이트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행,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 데이트 폭력의 원인은?
심리학에서 데이트 폭력은 ‘이성교제(중) 폭력’, ‘구애기 폭력’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으며,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회학습이론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부모 간 폭행 장면을 목격하면서 성장한 사람이 이를 연인관계에서 모방한다는 이론.
두 번째, 사회유대이론은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연인관계에서도 유대감을 형성하기 힘들다는 이론.
세 번째, 가부장 패러다임은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이 데이트 폭력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
세 개의 이론을 통해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경험이 데이트 폭력의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데이트 폭력의 사례
일상생활에서도 경미한 데이트 폭력 사건은 자주 발견된다. 강간, 살인 말고도 남녀 간에 일어나는 언어 폭력이라든지, SNS를 이용한 ‘저격(상대를 욕하는 것)’, 학과나 주변 지인들에게 고의적으로 안 좋은 소문을 내는 등의 이별 후 보복이 학내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폭력, 강간, 살인 등과 같은 물리적인 사건들에 비해 이런 ‘비물리적인’ 데이트 폭력은 입증하기도 어렵고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언론에 이슈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데이트 폭력은 남녀사이의 ‘치정’정도로 치부되다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면서 수면에 떠올랐다.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의 사례이다.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학년 남학생은 여자친구였던 동기와 갈등으로 헤어졌다. 이후, 여자가 다른 남자와 교제중임에도 남자는 지속적으로 다시 만날 것을 요구했고 여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가는 여자를 따라가 살해했다. 남자는 여자를 살해 후 부산을 여행을 떠났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의 단서 때문에 경찰에 걸려 자백했다. 이 사건으로 가해자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 주변에도 데이트 폭력 사례는 쉽게 목격된다. 익명의 제보자는 전 남자친구에게 자신과 헤어진다면 자기 친구인 폭력배를 데려와 폭행을 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소문이 퍼질까봐 고의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내는 것, SNS에 실명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지인이라면 누구라도 알만한 내용으로 전 애인을 조롱하고 깎아내리는 행동. 시간표만 안다면 스토킹하는 것은 쉽기 때문에 스토킹도 자주 일어난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흔히 일어나는 것 또한 데이트 폭력이다.

◆ 우리 학교 데이트 폭력 실태
본지가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학생 698명 중 91명이 연인과 헤어진 후 연인의 ‘데이트 폭력’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 당한 데이트 폭력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학생은 응답인 618명 중에 254명으로 41.1%에 해당한다. 응답자 중 과반수의 인원이 데이트 폭력을 직접 겪었거나 간접적으로 들은 것이다.
데이트 폭력 종류로는 학과나 지인들에게 고의적으로 안 좋은 소문을 냄(37.23%), 언어폭력(34.04%), 신체적 폭행(13.83%), SNS를 이용한 ‘저격’(9.57%)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의 목격자가 목격한 데이트 폭력의 종류도 같은 순서의 비율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이 우리 주변에 공공연히 행해짐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신고했다는 답변은 0%로 데이트 폭력의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안다고 답한 응답자는 5.74%로 매우 적은 수치였다. 여성폭력방지법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것은 영국의 클레어법(39.71%)이었으며, 데이트 폭력 방지법에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한다는 응답이 과반수(50.66%)를 넘었다.
◆ 다른 나라의 해결책은? - 영국 클레어법, 미국 여성폭력방지법, 호주 경찰명령
영국 클레어법은 배우자(애인)가 가정폭력 전과 또는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또한, 경찰이 가해자가 폭력을 가했을 것이라고 의심되면 72시간 내에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다. 미국 여성폭력방지법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의무 체포해 피해자와 격리한다는 ‘의무 체포’와 ‘민사상접근금지명령’을 주요 내용으로 한 법률이다. 호주 경찰명령은 72시간동안 가해자는 피해자 또는 피해자가 있는 곳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법률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권 가정폭력방지본부에서 정리한 위 세 가지 법률은 데이트 폭력을 포함한 가정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접근을 금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2월 3일에서 3월 2일, 한 달간 경찰은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지정했다. 1272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이에 결과로 868명이 입건됐다. 이 중 전과자는 466명(58.9%)으로 입건 수의 절반이 넘었다. 2015년에 가정폭력 재범률 1.9%, 성폭력 재범률 2.1%인 것에 비해 데이트 폭력은 다른 유사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은 편이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들의 이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다. 연애의 끝이 아름답다면 사랑을 끝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답게 했던 사랑을 좋은 추억으로 내버려 두는 것은 어떨까. 지나간 인연을 데이트 폭력으로 잡기에는 사랑의 추억마저 짓밟는 잔혹한 행동이 아닌가.

박지민 기자 94pjimin0303@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