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의 사드배치, 출구는 있는가?

2017-05-08

홍석진 기자 | 93h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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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가 사드(THAAD·이하 사드)배치를 공식화했다. 지난 6일 국방부는 오산에 사드 발사대 2기가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사드 배치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전과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지역 전략 및 균형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 했을 때 학계와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보복을 우려했고, 이제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일대의 여행사에 한국행 여행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지시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영업이 정지된 롯데마트는 중국현지 전체 지점수의 3분의 1인 39곳이 문을 닫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러시아도 한반도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 미사일 방어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발표하는 등 사드 배치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완석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 주임교수와 사드 배치에 대한 중·러의 입장에 대해 알아봤다.

Q1. 러시아가 사드에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을 어떻게 볼 수 있나?

러시아와 중국 모두 사드 배치를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것은 중·러 양국이 정치적 교감신경의 작동을 통해 발표한 일종의 ‘외교적 공명’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전략적 협력 수준에 있어 유사 이래 최고의 황금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중·러관계를 밀착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미국이다. 냉전 종식이후 미국은 단극적 패권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국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고 봉쇄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추동하는 나토의 동진팽창에 시달리고 있고, 아시아에서 중국은 미국이 일본·한국·호주·인도 등을 앞세워 조직한 소위 ‘다이아몬드 연합’에 포위돼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항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러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한 ‘외교적 톤’으로 반대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렇지만 중·러의 대응에는 ‘온도차’가 있다. 사드 위협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사정권 내에 첨단 산업시설과 인구밀집 지역이 포진한 중국에는 큰 위협이 되지만, 지전략적 중심이 한반도에서 서쪽으로 만 Km 이상 떨어져 있는 러시아에는 그다지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더욱이 한반도 사드 배치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Q2. 중·러의 ‘황금 밀월기’가 오래 지속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아주 ‘센’ 헤게모니 지향적 강대국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과 영토 대국이 긴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다. 중·러 양국이 추구하는 지역적 및 세계적 이익은 상호 조화의 요소보다는 충돌의 요소가 더 많다. 미국 요인과 에너지가 현재 양국의 우호관계를 견인하고 있지만 가치가 아니라 이익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결속력은 취약하다. 이해관계가 해체되면 언제든지 ‘어깨동무’가 풀릴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대중 관계에서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러시아에 제공한다면 중·러 연대는 약화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트럼프 신정부가 대러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면서 협력정책을 펼친다면 미국을 향한 중·러의 ‘스크럼’은 서서히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러시아는 미국 패권을 억제하기 위해 대중 결속을 강화하지만 다른 한편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푸틴과 아베는 총 16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일·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일·러의 밀착을 견인하는 추동력은 ‘중국 견제’ 심리다. ‘국제사회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이익이다’고 설파한 영국 정치가 팔머스톤의 경구가 새삼 떠오른다.

Q3.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됐다. 중국은 보복을 계속 할 것인가?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도 있는가?

한국과 중국의 산업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중국의 무역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의 중간재를 우리나라에서 수입 가공해 제3국에 수출하는 형태다. 우리에게 경제 보복을 가하면 중국 또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의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는 제외하는 가운데 상징적 차원에서 파급효과가 큰 한류 콘텐츠, 화장품, 여행 등을 보복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이상의 보복은 중국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보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러시아는 현재 서구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제 코가 석 자’다. 따라서 경제제재는 불가능하고 기존에 해오던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강화하거나 극동지역에 미사일 부대를 증강 배치하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다. 사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외교적 수사(修辭)와는 다르게 러시아의 가려운 부분을 미국이 대신 긁어주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욱일승천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안보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동원해 중국을 대신 견제해주기 때문이다.

Q4.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제재의 핵심국가들인데, 이번 사드 반대로 인해 이 국가들은 대북제재 공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반도 내의 사드 배치가 대북제재 공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대북제재의 원인은 ‘북핵’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국가가 가장 불편해할까? 물론 한국과 미국도 포함되지만, 가장 노심초사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여부에 따라서는 북한 핵이 지리적으로 먼 미국보다는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의 핵 보유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잠재적 핵보유국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무대에서 미·중·러가 국제질서의 패권을 두고 티격태격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한 이유다. 그래서 사드 배치와 대북제재는 연관성이 적다.

Q5. 사드에 대한 한국, 러시아, 중국, 미국의 의견이 너무나도 상반됐다. 서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중국을 설득 할 수 있다면 어떤 카드를 꺼내 설득해야하는가?

현 상황에서 한·미·중·러 네 국가의 접점을 찾기는 힘들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인식은 다르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러의 봉쇄가 주목적이며 미국 중심의 일극 우위적 패권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인식한다. 관련 국간 불신과 오해가 낳은 불편한 진실 게임의 성격을 띤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큰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한국의 경제주권, 안보주권에 기여하고 동시에 건강한 한중관계의 미래에도 유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러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과 이것이 한국의 안보주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조치라는 점을 지속해서 설득해 나가야 한다. 관련국간 상호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한·미·중·러 4자회담 개최도 고려해 봄 직하다.

홍석진 기자 93h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