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대앞역? OO대입구역? 뒤죽박죽 ‘대학역 이름’

2017-05-08

김희지 기자 | 93heedyi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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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서울캠퍼스 학생이라면 나무계단이나 잔디관장만큼이나 익숙한 지하철 안내 방송이 있다. ‘이번 역은 외대앞, 외대앞 역입니다. This stop i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1호선을 상징하는 파란 배경 위에 하얀 글씨로 적힌 ‘외대앞’이라는 표지의 이미지는 머릿속에 금방 떠오른다. 그런데 혹시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왜 ‘외대’역이나 ‘외대입구’역이 아닌 ‘외대앞’역인가? 그리고 왜 영어론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역인가? 영어 표기에서 ‘외대앞’역의 ‘앞’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건가? 그렇다면 외대가 아닌 대학교 지하철역들은 어떤가? 뒤죽박죽 대학역 이름, 기준은 있는 걸까?

◆대학역 이름, 어디서 어떻게 붙이나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의 명칭을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코레일과 같은 기업이 붙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하철역 이름 지정은 국가 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역 이름이 한 장소를 대표하는 만큼 지하철역 이름 지정은 대표성과 공익성을 지녀야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대학교 관련 지하철 역 이름 지정에 대해, △역사가 대학교 부지 내에 위치하거나 △대학교와 인접해 지역의 대표명칭으로 인지할 수 있고 △지역 주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경우 대학교 이름을 역 이름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름 옆에 ‘앞’, ‘입구’와 같은 단어를 추가적으로 붙이는 것에 대해선 정확한 기준이 없다고 했다. 역과 대학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 ‘앞’을, 먼 경우 ‘입구’를 붙이는 경향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지하철 역 이름 옆 괄호에 들어가는 부역 이름에 학교 이름을 넣는 경우는 어떨까? 고려대역, 숭실대입구역과 같이 지하철역이 대학교가 소유하고 있는 땅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엔 최초 역 이름을 지정할 때부터 역 이름제정 기준에 의해 해당 대학교의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학교는 간판과 이정표 교체를 위한 비용과 광고비용을 부담해 대학이름을 부역 이름으로 쓸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다. 부역 이름을 쓸 수 있는 권한은 3년간이다. 실제로 서울문화예술대학은 2억여 원을 지출해 홍제역의 부역 이름 자리를 차지했다.

◆여러 명칭의 대학역 이름
대학역 이름은 주로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OO입구역, OO역, OO앞역이다. 수도권의 모든 대학역 이름과 역에서부터 대학 입구까지 도보로 걸리는 시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기사 하단 참조)
실제로 외대앞역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외대 정문까지 도보로 5분정도 걸려 OO앞역의 명칭이 역과 대학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 때 주로 쓰인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서울대입구역도 지하철역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도보로 22분정도가 걸려 OO입구역이라는 명칭이 역과 대학 사이의 거리가 멀 때 주로 쓰이는 것인 듯했다. 총신대입구역도 도보로 28분정도 걸려 같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예외가 더 많았다. 숭실대입구역과 건대입구역의 경우엔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대학이 있지만 주로 역과 대학 사이가 멀 때 붙이는 ‘입구’라는 단어가 대학 이름 옆에 붙어있다. 한대앞역은 역에서 한양대학교에리카캠퍼스까지 도보로 31분이 걸리지만 ‘앞’이라는 단어를 붙여 외대앞역과 거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외에도 동대입구역, 경인교대입구역 등이 앞서 말한 경향에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학명에 ‘앞’, ‘입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은 역에서도 어떠한 규칙성도 찾을 수 없었다. 대학 내에 지하철역이 있는 한양대, 가천대, 명지대에서부터, 역부터 대학까지 도보로 25분이 넘게 걸리는 오산대, 명지대, 시청용인대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한편 대학이 아닌 다른 건물 등을 역 이름으로 한 역들의 경우 거리를 기준으로 한 ‘입구’나 ‘앞’과 같은 명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광화문역에서 광화문까지는 도보로 8분이 걸리지만, ‘광화문앞’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선바위역에서 선바위까지 도보로 14분이 걸리지만 ‘선바위입구’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역 이름의 영어표기에서 ‘앞’과 ‘입구’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했다. 예를 들어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영어표기는 ‘Seoul National University Station’이고 외대앞역의 영어표기는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tation’이다.

◆정확한 기준 마련해야
현재의 기준 없는 대학역 이름은 이용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입구’는 지하철역과 대학교 사이의 거리가 먼 경우, ‘앞’은 가까운 경우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예외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두 단어가 나타내는 어감의 차이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입구’를 대학교 정문으로 인식하고 ‘앞’보다 가깝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역 이름은 한번 지정되면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역 이름의 목적물이 소멸된 경우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변경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역 인근 주민이나 기관의 개정요구가 있으면 지역주민 및 자치구 지명위원회와 지하철 운영기관의 의견을 듣고 서울시지명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역 이름을 개정, 고시한다. 절차가 다소 까다롭지만, 서너 대학역에 인근 주민이 개정요구를 한다면 대학역 이름 제정의 기준을 새로 도입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하철 이용객들의 혼란을 막고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다. 일정한 거리를 기준으로 대학역을 분류해 알맞은 대학역 이름을 정하고, 새로 정해진 기준과 역 이름이 무엇인지 이용객들이 알 수 있도록 분명히 고시해야 한다. 기준을 정하기 애매하다면 ‘입구’나 ‘앞’이라는 단어를 대학역 이름에서 아예 삭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지하철역의 한글과 영어표기도 자연스럽게 통일된다.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대학역 이름 때문에 지하철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희지 기자 93heedyi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