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모집의 빛과 그림자

2017-05-08

이승준 기자 | 94l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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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모집과 인문과학계열이란?

단과대학이 해당 대학에 속해 있는 여러 학과를 한데 묶어 신입생을 모집하는 입시 제도를 광역모집이라 한다. 광역모집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경우 광역모집에 포함된 학과들의 정원수 모두를 합해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신입생을 한 번에 모집할 수 있다. 광역모집으로 입학한 경우 해당 단과대학에 속해있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입학할 당시 정했던 학과가 졸업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한 학과당 정원수는 제한돼있고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과들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기준에 의해 입학한 학과와 2학기 이후 배정되는 학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학교 인문과학계열의 경우 지망과 학점에 따라 배정되는 학과가 결정된다. 광역모집으로 단과대학에 입학할 경우에 대학마다 시기가 다르지만, 보통은 2학년이 되거나 1학년 1학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학과가 결정된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인문대학의 인문과학계열에 포함돼 있는 학과는 언어인지과학과, 사학과, 철학과로 인문과학계열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1학기 이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오티)에 참석해 언어인지과학과, 사학과, 철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과에서 첫 한 학기 동안 생활을 하게 되는데, 1학기 종강 전 자신이 원하는 과를 1지망에서 3지망까지 원서에 적어 인문대 학생회장(이하 인문대장)에게 제출한다. 이후 여름방학 기간 인문대장이 학생들에게 배정된 과를 통보하는데 학생들이 각 과의 정원 내로 지원했다면 모든 학생들이 1지망으로 지원한 학과로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학과에서 정원수가 초과 될 경우 학점순으로 등수를 매겨 과를 배정받게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은 입학 시 선택했던 학과와 다른 학과를 배정받을 수도 있다.

◆인문과학계열 광역모집으로 학과가 바뀌는 학생들?

2학기가 되면서 입학 당시 선택한 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를 배정받은 김동현(인문·철학 16) 씨는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럽고 아쉬웠지만, 과가 달라져 전 학과 사람들을 안 보는 건 아니다”라며 “바뀐 과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과 동기가 다른 과로 배정받는 것을 지켜본 어수경(인문·언어인지 16) 씨는 “지난 1학기 동안 서로의 희로애락을 공유한 동기들이 다른 과로 간다는 것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번해 인문과학계열로 입학한 양세연(인문·인문과학계열 17) 씨는 “과가 바뀐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다”며 “내가 다른 과로 가게 된다면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문과학계열 입학생들이 2학기가 지나며 학과가 바뀌었을 때, 이전에 학과에서 수강한 전공 강의가 교류 전공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문과학계열로 들어온 16학번 A 씨는 1학기 때 언어인지과학과에서 전공 강의인 ‘언어와 인간’을 수강했다. A 씨는 2학기부터 철학과로 과가 변경됐는데 ‘언어와 인간’이 처음엔 자유선택학점(이하 자선)이 돼 있다가 교류 전공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동현 씨는 “언어와 인간이라는 언어인지학과 전공 강의가 다른 학과 교류 전공 인정 여부를 학교에서 충분히 공지해야 했는데 이에 대해 제대로 공지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해윤 언어인지과학과 학과장은 “14학번부터 ‘언어와 인간’ 강의는 교류 전공으로 인정되며 “2학기 때 과가 결정됐을 때 자기가 소속된 학과에 상관없이 자신이 직접 학생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에 가서 자선을 교류전공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내용은 신입생 오티 때 공고해야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창헌(인문·언어인지 16) 씨는 “지난해 신입생 오티에 참석했는데 자유선택이나 교류 전공 학점에 관한 공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해 인문과학계열로 입학한 이태원(인문·인문과학계열 17) 씨도 “신입생 오티에서 해당 사항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필형 인문대장은 “언어인지과학과 학과장님이 과가 달라졌어도 이전에 들은 전공과목이 자선이 아니라 교류전공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나는 해당 사항과 관련하여 공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이 인문과학계열에 포함돼 있는 학과에 대한 정보를 모르거나 학과의 정원이 모른 채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식(인문·언어인지 16) 씨는 “지난해 새내기로서 이번 해는 인문대학 학생회 소속으로 인문과학계열 학생들의 학과 배정을 지켜봤는데 처음 입학한 학생들 중엔 인문과학계열에 무슨 과가 있는지 잘 모른다”며 “학교 측에서 인문과학계열에 어떤 학과가 있는지 미리 학생들에게 공지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이 들은 전공과목이 2학기엔 다른 학과로 자선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나타냈다. 김동현 씨는 “전공이 자선으로 들어가는 문제점과 교류전공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이 연락할 때마다 다르다”며 “수강편람에 적힌 내용과 학종지의 답변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우리학교 과거 광역모집 시행과 폐지

우리학교 2014학년도 사회과학계열, 동·서양어대, 인문과학계열로 광역모집을 시행했다. 기획조정처(이하 기조처)는 “광역모집을 시행하는 대학이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광역모집을 하고 있었다”며 “우리대학의 경우 주요 명문 사립대보다 입학정원수가 적고 모집단위가 분절화 돼 있기 때문에 입학 전략적인 측면에서 입시에서 접근성이나 수월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입시결과를 높이기 위해서 광역모집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글로벌캠퍼스 입학관리팀 팀장은 “모든 단과대학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희가 일부의 모집 단위에서 입시결과가 떨어지니 서울, 글로벌캠퍼스의 단과대학들에게 모집 단위 광역화를 제안했다”며 “광역화를 신청한 대학이 사회과학대(이하 사과대), 동·서양어대, 인문대였고 이 단과대학들에 한해서 광역모집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는 2014~15년도 사회과학계열(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동·서양어 대학이 광역모집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인문과학계열을 제외한 광역모집은 모두 폐지됐다. 기조처는 2016년 학과별 모집으로 다시 전환한 것은 광역모집을 시행 했던 사과대와 동·서양어대가 다시 학과별 모집을 시행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학교 측은 해당 단과대학들의 광역모집을 폐지했다. 사회과학계열 광역모집을 시행한 사과대의 경우 이중전공 신청 제한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문제 말고 여러 문제들에 관해 학생들이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회과학계열 광역모집으로 입학한 정수인(사과대·정외 15) 씨는 “광역모집이 사라진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광역이 아니라 학과생이 돼야 소속감이 생겨 학교생활에 충실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1학년 때 수강한 전공과목 중 몇 과목이 전공학점이 아닌 자선으로 인정돼 있었는데 나중에 학종지에 가서 고쳐야 하는 불편한 점도 있었다”고 불평했다.
인문대학 측이 광역모집의 일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속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모집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 기자 94l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