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이 얼만데!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방값 전쟁 2017-05-07
이재권 기자 | 94dlwo@hufs.ac.kr 조회수 735  댓글 0
 
◆대학생이 살 수 있는 집 맞나요?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다방’에 따르면 2월 기준 서울 지역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158만 원에 월세는 48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방이 발표한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평균 42만 원보다 6만 원 오른 가격이다.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정부의 계산 방식을 따르면, 대학가 원룸의 한 평(3.3㎡)당 월세는 16만 3천 원이 된다. SBS 리포트에 따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53평(174㎡) 기준으로 한 평당 월세가 15만 8천 원이다. 즉, 대학가 주변 원룸 월세가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보다 더 비싸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주변에서 자취하는 이 씨는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취방의 월세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학교 주변의 자취방은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들은 꼼수 아닌 꼼수를 쓰게 된다. 싱크대와 변기가 한 공간에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의 방을 주변 시세보다 10~15만 원 정도 싸게 내놓는다. 이렇게 열악한 주거환경임에도 싼 가격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항상 인기가 좋다. 그러나 이런 가격조차 부담스러운 학생은 대학가에서 눈을 돌려 학교에서 먼 곳에 집을 마련하거나 하숙집 형태에서 잠만 청하는 ‘잠숙’에 관심을 가진다. 또한, 집 한 채를 두 명 혹은 여러 명이 같이 쓰는 셰어 형태 자취도 늘고 있다. 주거공유기업 ‘오셰어하우스’의 한국외국어대학교지점 매니저는 “셰어하우스에 입주해 비용을 절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보증금 6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수준으로 자취방에서는 없는 셰어하우스만의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본지가 지난 7일 부터 나흘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자취하는 학생 534명 중 89.7%(479명)가 ‘자취방의 월세 또는 보증금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자취방의 월세는 얼마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527명 중 51.61%(272명)의 학생이 ‘41~60만 원대’라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취방의 월세 또는 보증금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가?’라는 물음에 527명 중 가장 많은 비율인 78.18%(412명)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다’라고 답했고 다음으론 13.28%(70명)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기숙사 입주비 및 관리비가 부담되나?’라는 물음에는 631명 중 69.1%(436명)의 학생이 ‘부담 된다’고 답했다.


◆우리학교 ‘자취러’가 되어보자
실제 우리학교 주변 자취방의 주거환경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거환경의 차이가 학생들의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자는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주변의 집들을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다방’을 통해 알아본 뒤 직접 부동산을 찾아가 봤다. 외대앞역 주변 이문동, 휘경동의 자취방들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5만 원 정도의 아주 저렴한 방부터 보증금 1억 원의 월세 60만 원 정도의 비싼 방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그중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의 방을 직접 둘러 봤다. 외대앞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은 주인이 1층에 살고 있고, 옥탑방을 세놓은 주택이었다. 철제 계단을 통해 올라간 옥탑방은 5평 남짓한 방으로 구석구석 곰팡이가 있었고, 화장실 바로 옆에 부엌이, 그 옆에 방이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보일러는 수리 중이었고 벽지와 장판이 습기에 의해 울어 있는 상태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증금 2,500만 원에 월세가 70만 원정도인 방이었다. 외대앞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다세대 주택으로 외관이 깔끔했다. 화장실과 부엌, 방이 구분돼 있으며 도배와 장판도 깨끗하게 마무리돼 있었다. 곰팡이도 없었고 기본 옵션으로 세탁기, 냉장고가 제공됐다. 또한 주택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도어 록이 있어 안전해 보였다.
결국 학생 또는 학생의 부모들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주거환경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일종의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주변에 자취하는 김 씨는 “자취방 월세의 부담이 커서 어쩔 수 없이 작고 습하지만 가격이 싼 곳으로 집을 결정했다”면서 “금전적 여유만 있다면 나도 좋은 방에서 지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하죠 주인아주머니
차별 없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숙사를 늘리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자취하는 학생들에 비해 재정적인 부담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학교를 포함한 서울 주요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2%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는 넓은 부지를 활용해 신축 기숙사 준공을 완료했다. 하지만 서울캠퍼스는 협소한 부지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하는 것은 아직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우리학교 기획건설팀의 관계자는 “서울캠퍼스의 기숙사가 학생들 수요와 비교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번해 4월에 서울캠퍼스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기숙사’를 착공해 20개월 뒤 준공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캠퍼스 기숙사의 학생들이 글로벌기숙사로 나뉘어 우리학교 학생들의 주거난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택공사에서는 청년전세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 같은 제도를 통해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행복주택에 입주하면 월 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는 전세 보증금을 8,000만 원 한도까지 지원해준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에는 행복 주택과 같은 임대주택이 거의 없을뿐더러 전세자금을 지원해 주는 청년전세임대주택도 시세에 비해 낮은 보증금 한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비영리 청년 주거권 보장 연대 ‘민달팽이 유니온’은 논평을 통해 “청년의 입장에서 주택의 △탐색 △계약 △거주 △퇴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서울시가 책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들여다볼 때다”라면서 “공급 중심의 정책을 벗어나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며 정책 분야 확대와 시장을 교정하며 공급을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전세 품귀현상이 많아져, 신용 형성이 아직 안 된 대학생들에게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빛을 못 보는 거 같아 안타깝다”면서 “보증금 지원의 현실화를 위해 재원을 관리하는 국민주택도시기금과 협의하는 등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책 유형을 다각화하여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청준 LH 주거복지기획처 차장은 “사회경험이 많이 없는 대학생들이 전세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기관이 대학생을 일대일로 지원해 집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세임대주택제도를 연 1회 시행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한다”라면서 “전세임대주택제도의 수시모집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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