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의 볼륨을 높여라 2017-03-08
홍석진 기자 | 93hong@hufs.ac.kr 조회수 2572  댓글 0
 
Q.1 러시아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와 방송국에서 번역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준: 원래 새로운 것을 좋아했어요. 17 살 때 사업을 하시는 어머니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개월 정도 공부했었어요. 하지만 도중에 집안 사정상 한국에 돌아오게 됐어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러시아를 잊지 못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러시아에서 공부하던 중 방송국에서 학교에 한국어 프로그램에 대해 제안했고 한국인 학생들을 모집했어요.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는 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주신 기회였죠.

성혁: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를 편입하려 했습니다. 전역 3개월 전이었어요. 그때 부모님의 추천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유학을 오게 됐죠. 2 주 정도 살아보니 이곳이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내기로 결정했죠.

Q.2 번역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

동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번역 실력이 미숙합니다. 전문번역가 번역물과 비교하면 질적인 차이가 있죠. 개인적으로 번역 시 가장 고민하는 점은 ‘심층적인 의미가 내재된 러시아어 문장을 어떻게 한국어로 옮겨 적어야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와 ‘전문번역가가 이미 번역해놓은 몇몇 전문 용어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이미 번역된 사례가 있는 용어를 놓치고 새로운 단어로 번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항상 번역할 때 검색엔진을 켜 놓고 한국어 관련 분야 뉴스와 러시아 문장을 검색해 봅니다.
철저히 찾아보고 열심히 번역한 글도 사이트에 올릴 때가 되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누가 혹시 제가 번역한 기사를 보고 지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물론 그런 지적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하고 묵묵히 맡은 번역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Q.3 방송국에서 번역을 하는 이유가 꿈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동준: 저는 러시아를 오기 전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과외 했어요. 과외를 하면서 느낀 건, 한국을 홍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라는 생각이었어요. 한·러 수교가 이뤄진 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러시아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한·러 관계는 발전하고 있다고 믿으며 언어를 통해 그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성혁: 제가 번역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한국은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아직 많은 한국인들에게 먼 지역이기만 합니다. 독립운동의 핵심 본거지인 ‘권업회’, ‘신한촌’이 여기서 시작했거든요. 저희가 하고 있는 번역을 통해 한·러 간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Q.4 러시아 방송국에서 한국어 방송을 준비하는 기분은 어떤가?

동준: 러시아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뉴스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러시아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점점 러시아로 향하는 우리나라 여행객, 기업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얼마 안 가 러시아는 생소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흐름의 시작에 제가 있는 것 같아 영광입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방송국 지사 중에서는 한국어 서비스를 유일하게 제공하는 데, 이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큰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Q.5 유학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나?

동준: 처음엔 재정적인 부분이 힘들었어요. 9월 군 복무를 끝내고 러시아에 온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었어요. 러시아는 9월이 입학 시기에요. 그래서 자금을 모으고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이곳으로 날아왔죠. 당시 통장 잔고에 200만 원 정도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체력에 무리가 왔고 무기력한 생활을 반복하게 됐죠.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것이 ‘운동’이었어요. 꾸준히 운동하니 체력이 좋아졌고 다시 기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건강과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6 유학생활 중 느낀 한국과 러시아의 다른 점은 뭔가요?

동준: 한국과 러시아의 다른 점은 ‘일 처리 속도’같아요. 제 기숙사에 바퀴벌레가 많아서 고생한 경험이 있어요. 기숙사 관리팀에 바퀴벌레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고 제가 외부 벌레퇴치 업체를 불렀더니 기숙사에서 외부업체의 진입을 통제하더군요. 화가 나서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제야 일을 처리해줬어요. 이곳은 한국에 비해 은행 업무 속도도 느려요. 한국의 은행에서는 하루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러시아는 일주일이 걸립니다.

Q.7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동준,성혁: 처음에는 단순히 언어 실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번역 일을 하면서 사이트 자체에 대한 애정이 생겼습니다. 또 구독자 수가 조금씩 늘면서 성취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됐어요. 처음에는 1년을 계약했으나, 현재는 계약연장에 대해 상의 중이에요. 만약 더 진행할 수 있다면, 이 사이트를 한국인들 사이에서 ‘러시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이트로 만들고 싶어요.





동준 씨 그리고 성혁 씨가 번역하는 것은 단순한
글이 아니다.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다리일
것이다. 그들이 쌓아놓은 다리를 건너 우리가
러시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홍석진 기자 93h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