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애물단지, 전공서적 2016-09-20
김영환 기자 | 92youngx@hufs.ac.kr 조회수 14020  댓글 0
 
◆대학생들이 싫어하는 전공서적
대학내일이 지난 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전공서적을 구매하기 위해 한 학기에 평균 9.4만 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이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이 지난 해 조사한 한 달 대학생 생활비 평균인 366,000원에 4분의 1이 넘는 금액이다. 또한, ‘20대 대학생의 83.5%가 전공서적이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조사됐다. 인문계열을 전공하는 학생의 한 학기 평균 전공서적 구입비는 9.4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이공계열의 학생의 11%는 평균 20만 원 이상의 전공서적을 구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의 내에서 전공서적의 사용률이 낮다고 답한 학생도 49.7%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실제로 전공서적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이 대다수며,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학교와 같은 ‘외국어대학’에서 가르치는 ‘특수어’의 경우 정식으로 수입된 전공서적과 참고서적이 적을 뿐 아니라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학교 도서관 대출을 통해 전공서적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다. 한 강의 정원은 평균 20명 이상인데,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 모두가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을 대여하기엔 도서관에 비치된 서적 수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정가를 주고 구입하기 보다는 중고서적이나 선배나 친구로부터 물려받거나 불법복제(제본)를 이용해 원하는 전공서적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전공서적을 사고파는 사이트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학과 내에서도 선후배 사이에 전공서적을 물려주는 것도 흔한 일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복제다. 전공서적의 가격이 부담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원서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불법복제를 통해 싸게 전공서적을 구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적을 불법으로 복제하다 적발된 인쇄소와 수거된 복제물은 각각 404곳·1만2739점(2013년), 369곳·1만5474점(2014년), 459곳·1만6335점(2015년)으로 매년 늘고 있다.
우리학교 앞에서 영업 중인 한 인쇄소 대표는 “개강하면 평소보다 인쇄물 의뢰가 증가한다”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이용하고 참고서나 유인물 인쇄도 많이 맡긴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전공서적 구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경로를 통해 구입하고 있을까?
우리학교 학생들은 전공서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지에서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우리학교 학생 1,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공서적 가격이 비싸다고 느낀 적 있나’라는 질문에 95.66%(1,367명)가 ‘그렇다’라고 답해 거의 모든 학생이 전공서적 가격에 부담을 느낀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주로 전공서적을 얻는 경로는 64.8%(1,316명)의 학생이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있어 과반수의 학생들이 전공서적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전공서적을 ‘인쇄소에서 제본’해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은 19.6%(398명)로 그 다음을 이었다. ‘전공서적을 인쇄소에서 제본해 사용한 적 있다’고 답한 58.05%(829명)의 학생 중 ‘전공서적을 제본 해 사용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72.67%(734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해 전공서적을 제본해 사용하는 학생들 중 많은 수가 불법임을 인지하고도 제본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서적을 제본 해 사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정가를 주고 사긴 가격이 부담돼서’로 44.42%(768명)가 전공서적의 비싼 가격을 제본 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전공서적이 비싼 이유
그렇다면 전공서적이 일반서적에 비해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재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한 출판사 대표 A씨는 “전공서적의 경우 글자 수와 쪽 수가 많다보니 조판비가 일반서적에 비해 훨씬 비싸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전문서적을 1,000부 이상을 출판하고 수출도 하기 때문에 페이퍼백 같은 저렴한 서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인구수가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공서적 출판 부수가 500부 미만이라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가격을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대학교재를 집필해도 수익이 나지 않아 원고를 쓰려는 교수가 없다”며 “외국에서 수입한 번역서가 30%를 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콘텐츠가 줄어드니 전공서적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출판사 관계자 B씨는 “현재 국내 출판업계가 큰 위기에 처해있다”며 “일반인의 수요가 적은 전문서적은 공공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에서 구입해야하지만 전문도서를 비치해놓는 도서관이 줄어들고 전자책 수요도 늘다보니 현재는 조판비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전공서적의 가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출판사 관계자들 모두 ‘앞으로는 대학교재의 종류가 줄어들고 가격은 점점 더 비싸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공서적 구입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
전공서적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중고서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중고서적을 구입하기 위해선 ‘알라딘’ 같은 대형 중고서점을 직접 방문할 수 있고 ‘인터파크’, ‘예스24’ 같은 온라인 도서 사이트에서도 중고서적 거래가 가능하다. 이런 대형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전공서적이라면 ‘북장터(campustalk.co.kr)’, ‘대방헌책(www.oldbook8949.co.kr)’ 등 대학생을 위한 중고서적 사이트를 이용하며 좀 더 손쉽게 원하는 전공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
한 학기만 보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전공서적이라면 대여하는 것도 구입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도서관에서 원하는 전공서적을 빌릴 수도 있지만, ‘빌북(www.bilbook.kr)’을 이용하면 더욱 다양한 전공서적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대학교재 대여 서비스인 빌북은 학생들이 안 쓰는 교재를 맡겨두면 빌북에서 이를 필요한 학생에게 대여해준 다음 교재를 맡긴 학생에게 수익금을 나눠주는 서비스다. 빌북은 택배비 없이 무료로 교재를 맡길 수 있고, 교재를 맡긴 학생은 맡긴 교재가 대여될 때마다 정가의 10%를, 판매될 경우 정가의 40%를 최장 5년간 받게 된다. 빌북에서 전공서적을 대여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원하는 서적의 제목과 저자를 검색하고 대여를 신청하면 하루에서 이틀 안에 원하는 전공서적을 배송 받을 수 있다. 학기가 끝나면 택배를 통해 반납하면 되고 대여 보증금을 만 원 이상 지불하면 배송비는 무료다.
대학생들의 전공서적 구입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도 있다. ‘빅북’은 교수들이 쓴 전공서적의 저작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운동이다. 2013년에 시작된 이 운동에 전국에서 교수 20여 명이 참여해 교재 10권을 발간했고 이번 해는 8권을 추가로 발간할 예정이다.
김영환 기자 92youngx@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