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최대의 실험, 유럽통합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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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28개 회원국, 5억 850만 명의 인구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경제 주체이며 인류 최초, 최대의 국가 간 통합 실험의 결과다. 제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전쟁 억지, 경제 부흥, 민주주의 신장에 대한 유럽의 염원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 오늘날에 이르렀다. 통합 유럽에 대한 욕망은 28개 회원국 간의 △재화 △서비스 △자본 △사람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유럽 단일시장을 탄생시켰다. 이는 1999년 단일통화 유로(Euro)의 출범으로 이어져 2016년 현재 28개 회원국 중 19개국에서 유로가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또는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Grexit),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에 반발하는 핀란드의 탈퇴 가능성(Finexit), 그리고 유럽연합 내에서의 자국의 위상 및 이익 제고를 목표로 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Brexit) 등이 거론됐다. 그동안 거침없이 진행돼 온 유럽통합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통합작업은 근본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유럽 대륙 내에서의 평화 유지, 경제 번영,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세 가지 기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염원에서 출발했다. 전쟁 억지를 위해 주요 군수물자였던 석탄과 철강의 생산 및 유통의 공동 관리를 목표로 1951년 프랑스의 주도 하에 패전국 독일과 이태리를 포용하고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이 참여해 파리조약을 체결하면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출범했다. 1957년 로마조약의 체결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최대 비극의 원인이었던 원자력의 공동 관리를 목표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결성됐으며, 이와 함께 석탄과 철강의 공동 관리에서 나타난 경제적 효과를 일반 재화 및 서비스로 확대하고자 유럽경제공동제(EEC)가 탄생됐다. 1973년에는 영국을 포함한 3개국이 유럽공동체에 참여했으며, 이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가입함으로써 EC12가 형성됐다.
신입 회원국의 확대에 고무된 유럽공동체는 기존의 경제협력체를 뛰어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의 영역에서 공통의 노선과 정책을 추진하고자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체결하면서 유럽연합을 출범시켰다. 냉전 체제 종식의 첫 신호로 1995년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EU15가 됐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을 일정 요소 충족을 조건으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따라 2004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공화국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8개 동구권 국가와 말타, 사이프러스가 가입했으며, 2007년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가입했다. 2013년에는 크로나티아가 유럽연합의 28 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해 EU28이 됐다.
유럽연합의 28개 회원국은 인종, 언어, 종교,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구 8,100만 명의 독일과 43만의 말타, GDP 규모 2조 7,376억 유로의 독일과 73억의 말타, 1인당 GDP 83,400 유로의 룩셈부르크와 5,500의 불가리아를 망라하는 거대 조직체를 결성하고 상호협력하면서 공통의 가치와 정책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법치(法治)를 기본 가치로 하고 인구 강국, 경제 대국들이 인구 소국, 경제 소국들의 이해관계를 배려하면서 회원국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이해관계의 상충을 비교적 슬기롭게 극복해 왔으며 발전의 길을 걸어 왔다.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위기라 불리는 최근 상황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된 세계경제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유럽연합 일부 회원국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에 이미 국채 규모가 GDP의 103.1%에 달하고 있었으며,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부실금융기관 인수와 경기부양책 등으로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국채규모는 2014년 178%로 치솟았다. 2010년 4월 그리스 정부는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ECB)·IMF의 소위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건전화 조치에 반발하는 그리스 국민 및 일부 정치권의 반발로 인해 그리스의 유로존 또는 유럽연합 탈퇴(Grexit)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전파돼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태리 △프랑스 등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어 핀란드는 디폴트 위기에 처한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염출에 반대하며 유로존 탈퇴(Finexit) 카드를 꺼내들고 유럽연합 집행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의 강국이면서도 1973년에야 유럽통합 작업에 참여한 영국은 가입 초기부터 이제까지 적극적인 통합에의 참여를 주저해 왔으며, 유럽 내에서의 영국의 위상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러한 상황과 영국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로 인해 영국 국민들의 반EU 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케머런 수상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했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의 반EU 정서는 다분히 장기적인 세계경제의 위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와중에 나타난 극우정당들의 반EU 선전에 회원국 국민들이 동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경제적 위기상황에서는 통합으로부터의 원심력이 작동하게 되고 경제가 순탄한 발전을 하게 되면 통합을 향한 구심력이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에서의 평화유지, 경제번영, 민주주의 신장을 목표로 통합작업을 진행해 오면서 유럽단일시장을 완성시켰고 단일통화를 도입했다. 유럽통합 작업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최초로 시도된 국가 간 실험이었으며, 그 통합 작업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다. 유럽연합이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경제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이나 유로존으로부터의 탈퇴는 쌍방 간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봐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