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는 자들 2016-06-02
국·부장 고정칼럼 | 이메일 조회수 519  댓글 0
▲최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는 단연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다. 긴 시간동안 잠자고 있던 무거운 진실은 피해자들의 끓는 분노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모든 언론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쉬지 않고 보도했다. 살균제 제조회사인 ‘옥시’는 흡입독성평가에서 임신한 실험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사망할 정도로 유독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시중에 판매했다.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조 교수와 옥시가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자사 제품과 사망자들의 폐 손상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옥시 측은 사과기자회견에서 5년이나 지난 때늦은 사과와 함께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혔다.

▲이에 대해 모 국회의원은 ‘이를 섣불리 정부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환경부의 몫이지만, 제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변명은 이어진다. 관계된 회사도, 정부도 책임이 없다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의 책임이라는 것인가. 옥시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애경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는 정부가 늦장을 부리는 사이 128명의 피해자를 양산했고 이 중 27명은 사망했다. 옥시사태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심각성이 다른 것이 전혀 없다. 앞으로 얼마의 피해자가 더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중 단 3명의 피해자만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환경부는 지난달에야 성분과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 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이에 조선 ‘빅 3’에 해당하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으로 회사를 살리고자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정도로 사태가 악화 될 때까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던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정부는 이제야 조선 업계 현장을 직접 가서 둘러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정작 실 책임자인 경영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데 애꿎은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화살을 맞았다. 이런 사태는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간 경영난과 불황을 인원 감축으로 해소하려 했던 기업들의 시도와 정부의 묵인은 노동자들에게 무거운 책임의 멍에를 씌워왔다. 이제 더 이상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의 짐을 대신 져주는 시대착오적인 일은 없어야 한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디고, 책임을 가진 자는 책임을 져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