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2016-06-02

유시현 기자 | 91qhdodb@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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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리버티는 어떤 동아리인가?

A. 이퀄리버티(equaliberty)는 평등(equality), 자유(liberty)를 합친 말이다. ‘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회과학 동아리다.
〈이퀄리버티〉는 원래 정치외교학과 98학번 선배들이 만든 중앙동아리인 ‘한우리’로부터 시작됐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선배들끼리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3학년도, ‘한우리’를 이어 받아 학내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온건한 지성을 모아 함께 목소리를 내보자는 목적으로 중앙인권동아리 이퀄리버티가 출범했다. 이퀄리버티는 지난해부터 중앙사회과학동아리로 명칭을 변경했다. 인권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다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권 감수성만 가지고선 권리를 쟁취하기가 매우 힘들다. 사회, 경제, 역사에 대해 강도 높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퀄리버티는 매주 노동, 여성, 반전평화, 5·18 광주항쟁, 한국현대사, 신자유주의 등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롭게 고민과 토론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퀄리버티〉의 세미나다.

Q.현재 이퀄리버티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A. 2011년, 현대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은 야간 노동 철폐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이 공장에서는 노조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한광호씨가 자살을 했다. 시청광장에 현대유성노조 탄압과 관련해 한광호 씨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분향소에 가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고 학내에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그 외에도 세월호 3주기 집회에 참석했고 매해 인권영화제를 열기도 한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짧은 시간에 쉽게 전달하는 방안으로 영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투쟁을 담은 <또 하나의 약속(2013)>, <카트(2014)>를 상영했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델마와 루이스(1991)>란 영화도 상영했다.

Q.2013학년도부터 도시 빈민과 노점상, 철거민을 찾아가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반빈곤연대활동(이하 빈활)을 했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했나?

A. 지난해에 연대한 곳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의 배경인 염리동 서소문 재개발 지역이었다. 처음 빈활에 참가할 때 철거민은 우리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동아리 회원들 역시 부담스러워하고 괜히 겁을 먹기도 했다. ‘우리 같은 대학생들이 가도 되는 것일까’하는 고민 끝에 일시적으로 끝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연대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도달했다. ‘재개발, 재건축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억울하게 쫓겨난 철거민들이 계속 생겨나는 걸까? 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빈활에 참가했다.
매해 빈활공동기획단이 꾸려진다. 해마다 변동은 있지만 지난해엔 약 1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4박 5일 동안 철거지역, 노점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세미나와 연대활동을 하며 철거지역에서 모두 함께 돗자리를 깔고 자기도 했다. 여름에 하는 활동이다 보니 더욱 피로했다. 활동 마지막 날엔 빈활에 참여한 학생들과 빈민 수 백 명이 지역 구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 철거민들의 요구사항을 모아 다함께 구청으로 간 것이다. 우리가 먼저 사람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외칠 때, 실제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빈활을 통해 철거민들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A. 철거민들의 대부분은 집을 뺏긴 채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용역폭력배, 대기업시공사의 폭력, 행정당국과 경찰의 무관심 속에서 철거민들은 스스로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철거민들은 용역폭력배의 무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육체적인 어려움과 법률 싸움에 부딪히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철거민들의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잘 몰랐을 때 ‘생존권 보장’이라는 붉은 글씨의 플래카드를 걸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터전을 허망하게 뺏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예전처럼만 살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무관심과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안타깝고 슬펐다. 우리도 가슴이 아픈데 그 모욕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철거민들의 속은 얼마나 곯아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현실을 직접 마주하면서 ‘단지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이퀄리버티가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을 지지하는 서명운동과 같은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탄압 등 노동자에 대한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학생 단체인 이퀄리버티가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무엇인가?

A.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 티브로드(t-broad) 비정규직 기사들을 포함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이 ‘예비 노동자’인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는 우리나라 경제, 산업구조 전반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기업에 의해 이윤은 사유화되는 반면에 손실은 사회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양극화 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의 책임은 소유주, 재벌이 져야 할 문제다. 하지만 현실에선 모두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으로 모든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퀄리버티도 재벌들의 책임 전가에 반대하고 실경영자인 재벌이 문제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를 키워나가자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는 ‘실천 없는 학습은 공허하고 학습 없는 실천은 위태롭다’라는 좌우명으로 활동한다. 일례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며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해야한다고 설득했다. 학생들이 시위를 하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관심 있게 본다. 이해관계가 없는 대학생들이 와 시위에 동참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연대하면서 노조의 관심과 가입률을 높일 수 있었다.

Q.서명운동, 대자보 부착 등 사람들에게 보이는 활동들이 많은 만큼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이퀄리버티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A. 어려움보단 이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세미나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 정세에 대해 공부하며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는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자발적으로 외침이다. 물론 처음엔 확신이 있어도 주변 친구들, 우리학교 학생들, 나아가 시민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실행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의외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보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며 확신을 갖고 더 용기를 내게 됐다.

Q.이퀄리버티의 활동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A. 우리는 난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난세와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싸우고 목소리를 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무엇인가를 쟁취할 수 있다. 세미나를 하는 이유는 정세분석 때문이다. 과거엔 정세분석의 선봉에 서있는 대학생이야말로 지식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1987년에 있었던 6월 민주항쟁도 정세의 선봉에 서있던 등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들만의 운동을 만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이퀄리버티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