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버지들이 보고 싶다 2016-06-02
김정록 기자 | 91rock@hufs.ac.kr 조회수 755  댓글 0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가족>이다. 그림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등장한다. 아버지의 몸은 말랐으나 다부져보인다. 그의 팔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그 긴 팔과 다리 가운데 아내를 품고 있다. 어머니는 힘든 모습으로 역시 아이를 다리 사이에 두고 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치고 있다.
이번엔 그들의 시선에 집중해보자. 아이는 어머니에게 기대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머니는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아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그림의 정면을 응시한다. 마치 아이와 아내를 지키려 두 눈을 부릅뜨고 낯선 우리를 감시하는 것만 같다. 아마 에곤 쉴레는 미래 자신의 가정을 이렇게 상상했을 테다.
1918년 에곤 쉴레에게 세 가지 시련이 닥쳐온다. 첫째는 그의 스승이자 우상이었던 구스타프 클림트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다음으로 쉴레의 아내도 스페인독감에 걸려 뱃속에 아이를 품은 채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쉴레도 같은 해 28살의 젊은 나이로 독감을 앓아 클림트(Gustav Klimt)와 아내 곁으로 따라간다. 결국 그의 소망이었던 단란한 가정, 든든한 아버지는 그림 속에만 남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눈물을 많이 보였다. 2년 전 세월호에서 아이를 잃은 아버지들은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자신을 책망하고 오열했다. 故최성호 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죽었는데, 힘이 없는 아버지는 자식이 왜 죽었는지 모른다”며 울먹였다. 故강승묵 군의 아버지는 “(마지막 통화에서 지시를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내가 아이를 죽인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옥시(Oxy)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도 아버지들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했다. 내 손으로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어 내 아이를 죽였다며 가슴을 쳤다.
모든 아버지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뜬다. 그런 아버지가 약한 모습을 보이고 눈물을 흘리면 더욱 슬프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슬픈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