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 다른 학과

2016-06-02

김영환 기자 | 92youngx@hufs.ac.kr

조회수 1084 댓글 0

지난 2014학년도, 우리학교는 양 캠퍼스를 통합해 본·분교의 구분을 없앴다. 이 과정에서 양 캠퍼스는 같은 언어를 가르치는 유사학과들을 서울캠퍼스에서는 ‘어문학’과 ‘인문·사회계열’ 위주의 학과로, 글로벌캠퍼스는 ‘지역학’과 ‘통·번역’, ‘이공계열’ 위주의 학과로 재편했다. 두 개의 캠퍼스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복되는 학과들의 명칭과 커리큘럼을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은 서울캠퍼스의 EICC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영어통번역학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어 이번 해 글로벌캠퍼스에서 있었던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다. 본·분교의 통합이 이뤄진지 1년이 넘은 지금, 양 캠퍼스 어문계열 유사학과들의 커리큘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언어를 가르치는 두 개의 학과
같은 언어를 가르친다하더라도, 서울캠퍼스의 ‘어문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학과’는 비중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 서울캠퍼스의 ‘어문학과’가 어문학을 중심으로 해당 국가의 문학과 언어학을 가르친다면,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학과’는 통역과 번역 훈련을 중심으로 실용성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캠퍼스 독일어과의 경우 전반적인 독일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독일어연습’, ‘활용독일어’ 등과 같은 강의에 ‘독일현대문학’, ‘독일문예론’과 같이 독일 문학에 관련된 강의가 추가돼있다. 반면, 글로벌캠퍼스 독일어통번역학과의 경우 ‘독일어연습’과 같이 전반적인 독일어 학습을 위한 강의에 통·번역 관련 강의가 추가돼있고,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강의도 포함돼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2년 연속 같은 질문이 나온 것처럼 학생들이 비슷한 커리큘럼에 대해 가장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학과는 서울캠퍼스의 EICC(English for International Conferences & Communication)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영어통번역학부 통번역심화전공이다. EICC학과는 2014학년도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가 통합되기 전까지 ‘영어통번역학과’였지만 당시 양 캠퍼스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EICC학과가 됐다. EICC학과는 본래 영어통번역학과였던 만큼 통·번역 강의를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하지만 EICC학과는 통·번역 강의 외에도 국제회의영어·협상영어·커리어개발·국제관계이슈·세계영어 등과 같이 △국제회의나 협상테이블에서 사용되는 영어를 가르치는 강의 △진로 개발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는 강의 △다양한 국가의 영어를 가르치는 강의 등을 개설해 글로벌캠퍼스 영어통번역학부의 통번역심화전공과 차별성을 뒀다. 또한, EICC학과는 이번 학기에 한 강의를 제외하고 모든 강의를 원어로 진행하지만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심화전공에서는 일부 강의만 원어로 진행한다는 점도 다르다. 이상빈 EICC학과장은 “EICC학과에서도 통역과 번역을 가르치지만, 통·번역 강의를 중심으로 관련성 있는 학문을 추가적으로 강의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우(영어·EICC 15) EICC학과 학생회장은 “실제로 EICC학과에서는 통·번역 강의뿐만 아니라 ‘국제회의영어’와 같은 실무를 위한 영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강영환(영어·영어 14) 영어대학 학생회장은 “서울캠퍼스의 영어통번역학과가 EICC학과로 바뀔 당시만 해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EICC학과만의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는 등 글로벌캠퍼스의 영어통번역심화전공과 차별화되는 커리큘럼을 구축해가고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학과명과 개설 취지에 맞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캠퍼스 유사학과의 차별화?
서울캠퍼스의 ‘어문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학과’는 커리큘럼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캠퍼스 ‘어문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국제지역학과’를 비교했을 때 커리큘럼에서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서울캠퍼스의 인도어과와 글로벌캠퍼스의 인도학과를 비교해봤을 때, 두 학과 모두 문법이나 회화 등 힌디어 학습을 위한 강의에 △철학 △문학 △문화 △지역학 △경제 관련 강의가 추가돼있어 두 학과의 커리큘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캠퍼스의 노어과와 글로벌캠퍼스의 러시아학과 또한 러시아어 학습을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에 △문학 △문화 △정치 △예술 △역사에 관련된 강의를 두 학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양 캠퍼스에 같은 커리큘럼을 가진 학과가 있어서는 안 되며, 두 학과에 차별성을 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래 취지대로 서울캠퍼스의 학과는 ‘어문학’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을, 글로벌캠퍼스의 학과는 ‘지역학’에 중심을 둔 커리큘럼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단기적으로 양 캠퍼스 유사학과의 커리큘럼에 큰 차별성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문학과 지역학 어느 쪽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언어와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두 학과 모두 단순히 차별성을 중시하는 커리큘럼이 아닌,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양 캠퍼스 유사학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본지에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1,108명의 학생 중 ‘양 캠퍼스에서 같은 언어를 배우는 두 학과에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두 학과의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52.17%(578명)를 차지해 과반수의 학생이 양 캠퍼스 유사학과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학과는 비슷한 학과지만 커리큘럼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77%(485명)인 반면 ‘두 학과가 전혀 다른 학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35%(26명)에 불과했다. ‘지난 학기만 해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 학기 많은 학과에서 특성화된 강의를 신설해, 구분이 생겼다’는 의견과 ‘서울캠퍼스의 어문학과와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학과를 제외하곤 같은 언어를 가르치는 두 학과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몇몇 기타의견도 있었다.
양 캠퍼스 유사학과의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 609명 중 ‘양 캠퍼스에서 같은 언어를 배우는 두 학과에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같은 학문을 배우지만 비중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고 답한 응답자는 56.98%(347명)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서울캠퍼스의 어문학과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학은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3.5%(204명)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론 ‘졸업 이수 과목수와 학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양 캠퍼스에서 같은 언어를 배우는 두 학과의 커리큘럼이 개선된다면, 어떻게 개선됐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는 ‘두 학과의 방향성에 더욱 차이를 뒀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71.92%(789명)를 차지해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양 캠퍼스 유사학과가 더욱 차별성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론 ‘양 캠퍼스의 유사한 두 학과를 통·폐합해 단일 학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서울캠퍼스는 문과계열로, 글로벌캠퍼스는 이공계열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율(국제지역·인도 14) 군은 “한 학교에 두 학과가 비슷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각 학과의 취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