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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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홍(미네르바 교양대학․문학이란 무엇인가 강의)

오래된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매혹적인 목소리와 리라연주로 인간뿐만 아니라 짐승까지도 유혹했다고 한다. 아내인 유리디스가 독사에 물려 죽자 리라를 켜고 노래하면서 명계의 신들을 매혹시켜 죽은 아내를 다시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명계의 강을 다시 건너기 전까지 그녀를 돌아봐서도, 말을 건네도 안 된다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맙소사!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순간 그는 유리디스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이 신화의 해석은 어렵지 않다. 의심할 여지 없이, 모든 서구의 전통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르페우스는 최초의 시인(예술가)이다. 그가 가진 마술적인 힘은 시가 인간과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징한다. 시와 사랑이야말로 죽음의 신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 힘인 것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조바심 나는 욕망으로 인해서 언제나 불안하고 깨지기 쉽다.
오르페우스가 죽음의 경계에서 위험을 감수했듯이 모든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하는 자들이다. 지하 세계로의 하강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정신의 모험을 의미한다면, 시인들의 시도는 언어의 심층으로 내려가 보이지 않는 진리를 폭로하려는 것이다. 모든 시인에게는 오르페우스의 환영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 오르페우스의 환영은, 냉혹한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즉각적인 효용성만이 지고의 가치로 인정되기에 갈수록 시문학의 위상이 의심받고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또 인류가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좌는 약간은 도발적으로 들릴 제목이지만, 대학의 일반교양 강좌의 범주에서 문학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그 주목적을 둔다. 그러나 이 강좌에서는 기존의 문학 개론 수업처럼 문학의 각 장르에 대한 정의나 그 연구 방법론, 혹은 그 기법들에 대한 논의는 피한다. 그런 것도 필요하고 그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겠지만, 그러한 논의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원초적 활동의 하나로서의 문학의 본질에 대한 검토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강좌는 일차적으로는 문학의 본질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총 3부로 구성된 이 강의의 1부를 차지한다. 2부는 인식론적인 접근이다. 이 단계에서는 ‘현실적 가치가 떨어지는’ 문학이 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존속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다룬다. 또한 문학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도구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지막으로는 20세기 말부터 닥쳐온 디지털 정보 과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문학에 가져온 변혁과 그에 도전하게 되는 문학의 운명에 대해서 다룬다. 이를 다루는 이유는 문학 역시 현실에 터전을 갖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어떤 차원에 있어서는 현실과 사회로부터 결코 유리될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