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가?

2016-05-18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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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카메론(D. Cameron) 영국총리가 다가오는 4월에 자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브렉시트(Brexit, Britain과 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 논의가 다시 공론화 됐다. 이미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로존 금융위기의 여파로 영국에서는 반통합 정서가 극에 달했다. Brexit를 표명한 독립당(UKIP)이 27.5%(24석)의 득표율로 영국에 배정된 유럽의회 의석 중 33%(73석중 24석)을 점했다. 독립당은 1993년 창당해 이듬해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1% 득표율로 단 한석의 의석도 얻지 못한 정당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유럽으로의 대량 난민유입과 파리와 브뤼셀에서의 이슬람 과격주의자의 테러행위로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논의가 한층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다수의 영국 정치인들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양측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하면서 현명한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여러 유럽언론들은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중 왜 유독 영국에서 통합에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가?’, ‘과연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 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의문에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며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영국은 의회민주주의 발상지로서 자국의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미국과 함께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는 국가로 남길 원했다. 따라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적 정체성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1958년에 출범한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참여하지 않았다. 1973년 뒤늦게 경제적 이해로 유럽연합에 합류한 영국은 국가주권 축소를 야기하는 통합방향에 반기를 표명했다. 1988년 9월 당시 영국 총리 대처(M. Thatcher)는 벨기에에 위치한 유럽대학(College of Europe)에서 이른바 브뤼헤연설(Bruges speech)을 통해 ‘공동체(유럽연합)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본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영국은 국가간 통합이 경제적 필요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확고했다. 영국이 원하는 통합은 자국에게 경제적 이해를 가져다주는 통합된 단일시장(single market) 및 대외협상력 제고를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통상정책 정도로 한정된다. 반면 통화통합, 외교안보 및 사회정책 등 여타 이슈는 개별 국가에서 다루어질 사안이다.
문제는 유럽통합의 방향이 단일통화, 외교안보, 이민망명, 인권 및 노동시장 규제 등 영국의 이해와 달리 국가주권 영역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영국은 이러한 통합의 진척을 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유럽연합은 원활한 통합진행을 위한 방편으로 영국이 원치 않는 정책에 대해서 선택적 거부권(opt-out)을 부과했다. 선택적 거부권은 조약에 명기된 특정 사안에 대해 회원국에게 이행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영국을 비롯해 일부 회원국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영국은 1989년 유럽연합 회원국간 사회정책 조정을 담은 사회헌장(Social Charter) 체결을 거부했다. 같은 해 역내국경철폐와 외부공동국경을 내용으로 한 쉥겐이행협정(SIC)에서도 영국은 자국이 불법이민자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선택적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영국은 1999년에 출범한 유로존 역시 국내정책의 자율성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이외에도 영국은 유럽연합이 실행하는 정책 등에 부분적으로 선택적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정적으로 2007년 리스본조약 체결로 유럽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유럽연합기본권헌장이 유럽연합 법체계로 편입돼 구속력을 갖게 되자 영국은 본 사안에서도 제한적 수용을 관철했다.
영국의 이러한 저항은 국가이익 수호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일면 타당성을 갖는다. 영국은 독일과 함께 단일시장 효과를 누리는 대표적 국가이다. 하지만 유로존에서 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단일시장과 다른 양상을 갖는다. 2011년 기준 런던 금융가(City)는 유럽연합 내 금융상품 판매의 36%를 점하며, 유럽연합 금융서비스 수출의 61%를 점한다. 런던의 금융시장 경쟁력은 유럽중앙은행(ECB)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자국의 금융시장 규제와 미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금융허브라는 이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유로존 가입은 유럽연합의 엄격한 금융시장 규제를 받게 돼 금융 중심지로서의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느린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시스템 역시 영국의 금융시장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편 2013년 영국은 유럽연합과 비유럽연합 국가로부터 총 45만 명의 이민자를 수용했다. 같은 해 영국보다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61만 명) 뿐이다. 독일이 영국보다 인구가 약 2,200만 명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국은 유럽연합 내 최다이민자 수용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은 쉥겐(Schengen)과 유럽연합의 난민수용 조치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
고조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움직임에 대응해 2016년 2월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유럽연합은 통화동맹을 더욱 심화하되 유로존 미가입국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유럽연합내 노동의 자유이동이 야기하는 불법이민 등의 폐해에 강력한 대응 등 영국의 이해관계 수용을 위한 여러 조치에 회원국이 동의했다. 유럽연합의 입장에서 부상하는 독일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할 국가는 영국뿐이다. 2014년 논쟁 끝에 반독일 정서가 뿌리 깊은, 폴란드 그단스크 출신 투스크(Donard Tusk)가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으로 취임한 배경엔 독일에 대한 견제라는 여러 회원국의 이해가 숨겨져 있다.
영국은 쉥겐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유럽연합이 구축한 쉥겐정보시스템(SIS)은 적극 활용하고 있다. 쉥겐정보시스템은 유럽연합이 쉥겐 참여국의 모든 국경검문소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국경통제에 효과적인 장치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영국은 반통합 정서와는 별개로 유럽연합 잔류를 택해 선택적 거부권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