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삶은 닮았다다 2016-05-18
신주철 한국어교육과 | 글·사진 김정록 기자 91rock@hufs.ac.kr 조회수 1527  댓글 0
 
◆올바른 글쓰기 교육

올바른 글쓰기 교육이 왜 필요한가?
대학에서의 학술활동은 최종적으로 글로 표현된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글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 하면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그 가치를 발현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대학은 글쓰기를 필수 교양 과목으로 운영 하고, 학교에 따라 심화과정이 있기도 하다. 심지어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와 같은 공대 중심 대학도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원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논거를 들어 전개하고 마무리로 나아가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신주철 교수는 우리학교 특성상(외국어특성화) 올바른 글쓰기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학교에는 어학 전공자가 많은 편인데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낱말과 문법을 암기하고 문장 단위의 연습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읽고 해석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수준 높은 글쓰기를 하기 위해선 분석하고 통합하며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과 사태, 주제, 독자 대상, 글의 목적 등을 적절히 파악해 글을 시작하고 전개하며 마무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자신을 총체적으로 살피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그와 같은 능력의 함양은 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을 했을 때 업무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재구성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모기업 인사부에 근무하는 지인은 우리학교 졸업생들의 개별적, 단편적 개인 능력은 뒤지지 않는 편인데 업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체계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한 편이라고 했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그의 파악은 평소에 내가 가졌던 이해와 아주 흡사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보다 넓은 시선으로 전체를 조망하면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 각각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글쓰기 교육으로 이런 약점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다. 글은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쓰는 것이 아니다. 먼저 문제 상황을 깊이 파악하고 글의 목적과 독자를 고려하면서 글을 구성해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건들의 맥락을 파악해 적절히 배치해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을 글쓰기 교육으로 함양할 수 있다.

글쓰기 교육을 통해
‘통합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

◆문학과 문학교육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 무엇이냐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유희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겐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내게 문학이란 ‘나와 너와 우리 삶의 길 찾기’다. 나와 너, 우리들, 우리 곁의 자연과 여타의 생명체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고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의 표현이다.

문학은 나와 너와
우리 삶의 길 찾기

이렇게 말하면 ‘그것은 철학이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겠다. 문학가와 철학자가 공히 사람 살이를 둘러싸고 묻고 모색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때, 철학은 철학적인 논리로 길을 내간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문학은 비유나 은유, 실감 있는 언어 등으로 구현된 형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할 때 쉽게 묻고 답을 모색해볼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일 수 있겠다. 작가들은 ‘한 번 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나?’와 같은 질문을 하고 나름대로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작가(시인)들이 나보다 앞서 고민하고 좌충우돌하며 통찰하고 숙고해 형상화해 놓은 작품을 읽으면서 내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문학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이 책 저 책 구분 없이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자아 찾기, 혹은 삶의 의미 찾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뜻 맞는 5~6명 정도가 모여 1년 이상을 계획해 한 작가의 작품 전부 또는 전집을 읽으라고 추천한다(훌륭한 작가라면 누구라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작가가 우리 학생들처럼 젊었을 때 시작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떻게 자아와 세계를 인식하고 고민이 깊어지고,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전환점을 맞고 세계와 화해하며 마침내는 어떤 깨우침에 도달하는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해 젊었을 때 좌충우돌하는 간절함, 막막함에서부터 시작해 부단한 도전을 이어가고 연륜과 경륜을 쌓아가는 과정을 읽으며 현재의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것이다.
최인훈 작가의 전집 읽기,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곱씹어 읽기, 문학 작가는 아니지만 프로이트 전집을 초기작부터 읽어 나가기 등을 하면서 그들이 살아낸 몇 십 년을 축약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린 적이 있다. 자신과 당대의 문제를 집요하게 질문하면서 고민하고,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면서 드높은 경지에 오르는 그들에게서 인간의 치열함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인간이 도달한 한 경지를 맛볼 수 있었고 나도 좀 다르게 살리라 하는 욕구를 가지기도 했다.

대작가의 작품은
드높은 경지에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교육 강의를 맡기도 하는 나는 문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노력한다.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함의를 논하기보다는 작품이 생산된 시대와 사회적 상황, 작가의 생활과 지향성 등을 고찰하며 작품에 다가가 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곧, 죽어 있는 텍스트를 낱낱이 해체하는 방식보다는 그 작가(시인), 작품과 내가 ‘만나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한 측면이다. 이를테면, 이번 학기 한국어교육과 1학년 강좌에서 나는 모둠을 구성한 후 “성북동에 가서 한용운의 심우장, 이태준의 수연산방, 김자야(백석)의 길상사를 탐방하면서 관련 작가와 작품들을 엮어 헤아릴 것”이라는 과제를 냈다. 앞서 길을 내어간 작가들의 궤적을 통해 나의 길을 가늠하면서 ‘사람의 삶이 이렇기도 하구나’를 추체험(추론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학과 사회과학?
문학은 인간과 더 닮았다.

문학보다 사회과학을 쉽고 명료하게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게 여기는 학생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두 영역의 성격은 무척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과학이 통상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자료를 근간으로 하면서 분석적으로 발언한다면, 문학은 명료한 객관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에두르기’, ‘꾸미기’를 사용해 표현한다. 그러면서 독자 스스로 답을 찾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문학이 인간 또는 우리네의 삶과 더 닮아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명료하거나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무수하다. 가까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이 있을 때 그 관계가 명료하고 명백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두 사람 사이에 종종 갈등도 있고 손을 맞잡고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기도 한다. 서로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에서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실제 삶은 사회과학적으로 명확한 자료로 분석되지 않는다. 문학은 이런 점에서 스스로 이중적이고 다중적인 면이 있는데 바로 이런 면이 인간, 삶을 닮았다.

문학은 에두르며 말한다.
문학이 왜 이런 발언방식을 채택했는가.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정록 기자 91roc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