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문화로 접근하는 한국학 우리학교 한국학과 시이달(CedarBough Saeji) 교수님 2015-03-23
김현진 기자 | 90hyung1781@hufs.ac.kr 조회수 2612  댓글 0
 
글로벌배움터에 2014년 신설된 한국학과는 우리나라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체험 학습, 인턴십 등의 통합 교육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시이달 한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민속 정책과 전승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탈놀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각종 강연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시이달 교수의 본명은 시다바우 새지(CedarBough Saeji). 한글 이름인 시이달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시이달 교수가 연구하는 한국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시이달 교수는 일본을 제외하면 지난 세월 동안 문화재를 법으로 보호해온 역사가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해 문화재들을 비교적 잘 보호해온 국가다. 국외 학자들 또한 잘 보존된 우리나라나 일본의 문화재에 연구 욕심을 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이달 교수는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문화재를 연구한 논문은 번역, 홍보나 표현이 어려워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재 보존현황, 문화재에 대한 자세한 지식 등이 알려지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이러한 문화재 중 춤 동작과 음악에 농담까지 섞여있는 탈놀이는 그녀에게 활력소 같은 존재가 됐다. 시이달 교수는 지난 십여 년간 탈놀이를 연구하고 공연하고 있다.
탈놀이에는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시이달 교수는 탈놀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같은 탈놀이라도 각각의 색이 다르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봉산탈춤의 목중 같은 역할은 동작이 크고 멋지지만, 어떤 역할은 이와 달리 우아한 멋이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탈놀이 공연을 보러 가면 생소한 공연을 접하게 될 기회도 많아진다. 시이달 교수는 “탈놀이를 정확하게 자세히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조금 생소한 탈놀이를 접하더라도 내가 그 시대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탈놀이와 탈춤은 다른 것”

사람들이 흔히 탈놀이를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탈놀이와 탈춤의 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탈춤을 모든 탈놀이를 아우르는 단어로 자주 쓰고 있다. 시이달 교수는 이러한 잘못을 지적하며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황해도에서 내려온 망명자들이 봉산탈춤을 췄는데, 이 탈춤이 유명해지면서 대표적인 탈놀이가 됐다”고 말했다. 탈놀이는 본래 탈춤을 포함한 탈을 쓰고 하는 연극을 일컫는 말로, 흔히 쓰이는 것과 달리 탈춤은 탈놀이의 하위개념이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단어 사용을 그녀는 “모든 엠피쓰리 플레이어(MP3 player)를 보고 아이팟(iPod)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하며 웃어보였다.

봉산탈춤이 한국 대표 민속문화? 아니다!
시이달 교수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민속문화로 어떤 것을 들까? 그녀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문화가 무엇인지 딱 꼬집어 대답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우리나라의 풍어제만 예를 들어도 여러 지역의 풍어제가 있기에 하나를 꼽기 어렵다. 풍물도 6개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지정돼 있지만 이 외에도 더욱 더 많은 유형이 살아있기에 어떤 하나가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이달 교수는 대표적인 한 가지를 정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문화나 한 단체가 대표성을 띤다면 나머지 단체나 문화들이 힘을 잃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이달 교수는 “멕시코에는 ‘마리아치(mariachi)’라는 음악이 있는데, 이 음악은 지역마다 특징이 달라 서로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러한 경쟁 덕에 항상 멋진 공연을 만들고 있으니 모두가 이익인 것처럼, 다양한 문화를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문화가 다 같이 아우러져야 발전하고 제대로 전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속문화 전승의 필요성
민속문화가 전승되는 방법이 과거와 달라짐에 따라, 같은 종류의 민속문화라도 다양한 색깔을 보존하며 다음 대에 이어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조선 시대만 해도 능력이 월등한 한 선생 아래서 많은 학생들이 그를 따라배웠다면, 지금은 수많은 선생들이 각자의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시이달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민속문화를 배울 때 스승에게 스스로를 무조건 맞춰야 했지만, 요즘에는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람마다 다양한 색을 겸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한 민속문화가 전승되는 구조는 ‘보유자(자격)-전수교육조교-이수자-전수자’ 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수자에서 전수교육조교로 건너뛰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다보니 전체 구성비율도 조교부터는 급격히 적은 숫자가 된다. 하지만 시이달 교수는 이수자와 전수자에 주목한다. 그녀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 같은 전문가들을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이수자는 상대적으로 젊으면서 대개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실력자들”이라며 “앞으로의 민속문화는 이들이 이끌어나갈 수 있기에 이수자나 전수자의 행보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우리만의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 부족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케이팝(K-pop)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지만, 시이달 교수의 시각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케이팝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시선이 음악적 분석이나 경제적 측면, 앞으로의 가능성에 맞춰져 있는 반면, 시이달 교수에게 케이팝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탈놀이에 이어 케이팝의 춤에 대해 접근해 논문을 쓰고 있는 그녀는 케이팝에서 우리나라만의 색이 없어지는 현상을 아쉬워했다. 시이달 교수는 “언젠가부터 뮤직비디오에 외국인이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케이팝의 대중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한국의 음악이라는 케이팝의 의미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만의 것을 지켜나가는데 관심이 부족한 것은 탈놀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약 50여년간 무형문화재를 보존해 왔기에 그녀의 눈에는 배울 점도 많고 연구할 점도 많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이나 민속문화를 체험하는 경험은 부족하기만 하다. 시이달 교수는 “탈놀이만 해도 한 번 공연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관객이 없거나 보러온 관객들도 딴 짓만 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이달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민속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우려는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민속놀이 전승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진 기자 90hyung1781@hufs.ac.kr / 사진제공 시이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