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김정은 제거 방정식

2016-05-18

이봉규 미네르바교양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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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두 달 동안 실시되는 키리졸브 한미 연합작전에 1만 5천 명의 미군이 참가한다. 작년의 3천 5백명 정도에 비해 무려 4배가 넘는 사상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본토와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미 해병대도 7천여명이 참가할 계획이다. 특이할만한 것은 이번 합동훈련에서 한미 양국 해병대는 상륙작전의 다음 단계인 내륙작전 훈련을 강화할 방침인 것이다.
해병대는 원래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수행한다. 그런데 이번 훈련에서는 상륙에 이어 내륙으로 올라가는 훈련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하고 나섰다. 다시 말해 북한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륙 핵심시설로 진격해 제거 또는 접수하는 훈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텔스 기능으로 무장, 저승사자에 비유하는 F-22, B-52, B-2같은 지구 최강의 폭격기에 핵잠수함과 항공모함까지 총동원된다.
요즘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단어가‘참수작전’이다. 한마디로 북한 김정은 제거작전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북한 지도자의 참수란 말이 거론된 적은 없었다.‘참수작전’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를 사용해가면서 대놓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훈련임을 공표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훈련의 목적과 방법이 이전 한-미 합동훈련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강경해서일까? 아니면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으로 한번 시원하게 퍼포먼스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미 정상들이 이전과 달리 호흡과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럴까?
국제정치를 너무 단순하게 보면 여러 가지 해석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정치는 국내정치보다 훨씬 더 냉엄하고 잔혹하다. 철저하게 자기네 국익만 생각한다. 국내정치에서는 의리나 상도의(商道義)도 필요해 멀리 내다보고 지금 당장 다소 손해 보는 일이 있어도 행동한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국익에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할 수가 없다. 국가 간의 협력도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게임이다. 또한 하나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하나는 포기할지언정 의리를 위해 얻는 게 없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만 하는 최악의 경우뿐일 것이다. 그 같은 최악의 경우를 맞지 않기 위해 국가마다 힘을 기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힘이 센 나라와 친구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특히 미국은 이 같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너무도 스마트하게 잘 이행한다. 선한 나라이기에 세계의 경찰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라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경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장기적으로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만세토록 이어나가는 전략을 영악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비난하거나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어느 국가나 자국의 이익만을 좇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이 최근에 북한에 대한 전략을 확 바꿨다.‘참수작전’을 공공연히 외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의 차원에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참수작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 위험하다고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미 본토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다소 느긋하게‘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해 왔었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고 워싱턴은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핵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순진하게 대화와 압박을 번갈아가면서 우물쭈물 하는 사이 북한은 핵무장을 야무지게 발전시켜 버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미국이‘참수작전’운운하며 대대적인 제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다행이다.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늘 우리는 남에게 의존해왔다. 못된 버릇이 타성처럼 굳어져버려 고치기가 어렵다. 이번에 들이닥친 북한 발 공포도 미국이 해결해주길 바라기만 하고 넋 놓고 있는 꼴이다.
차라리 방해만 안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적으로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연합작전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안달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대한민국과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미국이기에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는‘참수작전’이라도 감행하는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한미 합동‘참수작전’에 관한 대한민국의 국론분열은 아직까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에 미국은 훈련이 아닌 진짜 실행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여 주기식의 훈련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그 전단계인 훈련을 통해 워밍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번 훈련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냥 보여 주기만 할 만큼 미국의 재정상태도 예전만 못하다. 그만큼 북핵은 위협적으로 발전했고 미국은 다급해졌다. 그리고 국제정치의 잔혹한 본질을 어느 나라보다 잘 실천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만약‘참수작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대한민국과의 동맹의리를 멀리한 채 북한과 직접 거래(deal)를 할지도 모른다. 미-북간의 평화협정체결에 관한 비밀 회담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로선 뒤통수 맞은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그것이 냉혹한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말로만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고 세련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얌체처럼 굴지 말고 진짜 동맹국임을 물심양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름길일 수 있다. 동시에 우리도 영악하게 우리만의 힘을 길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