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기자 <4월 13일과 크로노스>

2016-04-26

김정록 기자 | 91roc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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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 프란시스코 데 고야, 캔버스에 유채, 83Ⅹ146cm, 프라도 미술관

그림의 주인공은 크로노스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크로노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권력을 쥔다. 죽기 직전의 우라노스는 크로노스 역시 자식에게 자리를 뺏긴다는 저주를 내린다. 마치 크로노스 자신이 우라노스의 자리를 빼앗았듯이 말이다. 크로노스는 겁에 질려 아내인 레아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집어 삼켜버린다. 더 이상 자식을 잃고 싶지 않았던 레아는 여섯 번째 자식이 태어나자마자 보자기로 둘러싼 돌덩이와 바꿔치기해 결국 아이를 살린다. 그 여섯 번째 아이, ‘제우스’에 의해 크로노스는 결국 권력을 뺏기게 된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는 자신의 아이를 먹고 있는 크로노스를 잔혹하게 묘사한다.(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크로노스의 라틴어 발음은 ‘사투르누스’다.) 그림은 검은색과 어두운 초록색, 황토색으로 그려졌다. 아이를 삼키고 있는 크로노스의 표정은 무언가에 홀린 듯하고 이미 머리가 잘려 피를 흘리고 있는 아이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다. 겁에 질린 그의 눈에서 관객인 우리를 의식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 그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대통령 선거도 일 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권력욕에 취해 크로노스처럼 추한 몰골을 보여선 안 되며 유권자들 또한 크로노스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어선 안 된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자식을 두려워했다면 지금의 권력자들은 누구를 두려워해야할까. 기필코 권력을 지키려고 자식마저 삼켜버린 크로노스는 결국 아들인 제우스의 손에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시대에 제우스는 투표이고, 유권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