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엑스트라다

2016-04-26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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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다 우연히 깨달은 것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속 기자는 항상 ‘엑스트라’라는 것이다. 극의 장르가 어떤 것이든 기자는 사건이 일어난 후 뒤늦게 나타나 등장인물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며 질문을 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수많은 기자들을 무시하고 현장을 빠져나간다. 심지어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도 기자는 단독 주인공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대기업의 비리 같은 사건이 없다면 기자는 홀로 흥미로운 줄거리를 이어 나갈 수 없다.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사건을 일으키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중심인물일 수 없다. 실제로 드라마, 영화 속 기자들처럼 무시당하는 것도 다반사다. 기자는 제 3자이며 당사자들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기자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엑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엑스트라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들이 없다면 극이 흘러갈 수 없는 것처럼, 기자가 없는 세상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눈과 귀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눈과 귀가 없다면 삶의 질은 추락할 것이다. 눈과 귀는 사는 데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엑스트라인 것이다. 기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먼저 보고 들으며 대중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여론을 만들기에, 눈과 귀같이 세상에 꼭 필요한 엑스트라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눈과 귀를 스스로 닫으려 한다는 것이다. 학보는 독자들에게 더 많은 학교 내외의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학보에 큰 관심이 없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학보에 대해 물어봐도 학보 자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알고 있다 해도 학교 소식에 관심이 없어 잘 안 읽는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학보뿐만이 아니라 학교 자체에 학생들의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것 같다. 갈수록 취업이 어렵기 때문일까? 학교는 점점 학점과 졸업을 위한 직업 훈련소가 돼가는 분위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당장 내가 속해 있는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관심이 없다면 사회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내가 속해 있는 학교와 사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엑스트라 한 명이 극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기자인 내가 학교와 학생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바뀌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독자들의 눈과 귀로서 학생들이 학교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교가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엑스트라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