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직자의 머리 위에 헤드헌터가 있다

2016-04-19

김영환 기자 | 92youngx@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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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한 대기업은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는 구조조정이었다. 이 구조조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겨우 1,2년 근무하고 퇴직을 권고 받은 신입 사원도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이 대기업이 내걸었던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했다.
요즘은 정말로 ‘사람이 미래’인 시대다. 기업은 내부적으로 직원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하며, 외부적으로는 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인사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매출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추락도 각오해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사를 관리할까? 또, 어떻게 필요한 인재를 찾을까? 이 질문들의 모든 답에는 ‘헤드헌터’가 있다.
고강식 ㈜탑경영컨설팅 대표는 대한민국 1세대 헤드헌터로 불리는 기업인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한 1987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헤드헌터의 불모지였다. 고강식 대표는 우리나라에 헤드헌터 시장을 개척한지 25년이 넘었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어떤 곳에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다.

고강식 (영어 73)
㈜탑경영컨설팅 대표이사

◆학생들에게 ‘서치펌’이나 ‘헤드헌터’라는 말은 조금 생소하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직업인지 설명해 달라.

기업들의 전통적인 인사 채용 방법은 공채 광고를 통해 지원서와 면접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방식은 신입사원이나 일반적인 사무직 직원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합하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 특별한 경력이 있는 인재나 고위 간부를 채용하는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기업은 좀 더 능동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를 이용한다. 본래 ‘헤드헌터’나 ‘헤드헌팅’이라는 단어는 원시 부족이 상대 부족 구성원의 머리를 잘라 온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정식 명칭은 아니다. 정식 명칭은 ‘서치펌(Search Firm)’이나 ‘서치 컨설턴트(Search Consultant)’다. 실질적으로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인원은 그 기업 구성원의 3% 미만이다.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키 맨(Key Man)은 매우 극소수인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그런 중요인물들을 필요한 기업에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특히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하려 할 경우 한국인 최고 경영자나 중역들을 선발하기 위해 서치펌에 많은 의뢰를 한다. 외국의 경우 경영진을 선발할 때 서치펌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보편화 돼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서치펌 시장의 활성화로 과장이나 부장급, 대리급 인사까지도 서치 컨설턴트를 이용해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식적인 의미의 서치펌은 새로운 경영자나 중역이 필요한 기업에 적절한 인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서치펌과 직업소개소는
어떻게 다른 개념인가?

서치펌과 직업소개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직업소개소는 실직자나 이직을 원하는 현직자를 대상으로 하며 일반 행정직 근무자나 사무보조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 구직을 원하는 실직자가 직업소개소에 직접 의뢰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과 직업을 소개받는 비용은 전액 구직자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서치펌과 차이가 있다.
서치펌도 실직자나 이직을 원하는 현직자를 대상으로 하나 하위직이 아닌 사장이나 중역 같은 경영진, 소수 전문 인력이 주요 대상이다. 의뢰 또한 개인이 아닌 기업 단위에서 이뤄지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공개 광고나 모집이 아닌 서치펌 내의 정보와 네트워크를 통해 동종, 유사 업계에서 후보자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전액 의뢰 기업에서 부담한다.
서치펌에서 기업이 의뢰한 인재를 찾는 절차는 직업소개소와 다르게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먼저 고객 면담을 통해 원하는 인재를 파악한 후 업계 조사 및 분석을 시작한다. 그 후 후보자의 명단을 추려 면담을 통해 1차적으로 인물과 자격을 심사한다. 최고 경영자나 고위 간부일수록 의뢰 기업과 후보자 모두 심사숙고하기 때문에 네 번, 다섯 번 이상의 면담과 심사는 필수다. 그렇게 다시 추려진 최종 후보자 명단을 의뢰 기업에 제시해 최종적으로 채용이 결정되면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서치펌이 기업의 인재를 뺏어오는 일을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서치 컨설턴트는 의뢰 기업과 후보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 어느 쪽에도 이직을 강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직은 최종적으로 개인적 의사 결정의 결과다. 필요한 인재를 적절한 기업에 연결시켜주는 것은 개인과 기업 모두가 성장하는 길이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 시장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일이다.

필요한 인재를
적절한 기업에 연결시켜주는 것은 개인과 기업
모두가 성장하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치펌은 어떤 변화와 역사를 겪어왔는가?

국내에서 서치펌은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7년 우리나라 IMF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리 회사를 포함한 모든 서치펌들의 의뢰 기업은 99% 이상이 외국 기업이었다. 그 당시 국내 기업들은 공채로 직접 인재를 뽑고 키우는 방식의 ‘순혈통주의’를 고집해오며 먼저 직원에게 퇴사를 권고하는 일도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IMF 사태로 국내 경제가 무너지면서 구조조정을 감행해야했고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들을 해고해야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기업들은 다시 인재들을 필요로 하게 됐고 그 때부터 국내 기업들도 서치펌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고 세계 시장으로 더욱 진출하기 위해 더 많은 외국 인사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한 외국계 인재를 찾기 위해 서치펌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도 외국계 인사를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변화하는 서치 컨설턴트 시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치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

먼저 외향적이고 친화력 있는 성격의 소유자여야 한다. 서치 컨설턴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만나는 직업이다. 의사소통 능력이 좋지 않고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돌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면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서치 컨설턴팅은 결국 ‘남’의 기업 임원을 선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념과 끈기도 중요시 되는 자질 중 하나다. 의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까지는 많은 기간이 걸린다. 거래처나 후보자의 거절에도 강하고 끈기 있게 설득하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구조와 인사관리 체계는 복잡하고 수시로 변화한다. 이를 이해하고 필요한 인재가 어디에 있는 알기 위해선 업계소식이나 기업정보, 노무관리 등 경영학 지식은 꼭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을 평가하는 능력이다. 인사 담당 업무 경력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후보자의 능력을 파악하고 성격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어야 서치 컨설턴트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서치 컨설턴트로서 바라본 현재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어떤가?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경’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직원의 능력보다는 학벌이나 스펙, 나이를 중시했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도 연령이 지나치게 낮거나 학벌이 좋지 않다면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많은 기업에서 ‘배경’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학벌이 좋지 않다거나 스펙이 좋지 않아도 직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면 누구든지 기업에서 중요한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문화를 가진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현상이다. 애플(Apple)이나 델(DELL)과 같이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창업자들이 연령이 높고 학벌이나 스펙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들처럼 외국도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세계적인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외국의 기업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현재 외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있으며 한국의 인재를 원하는 외국 기업도 많이 존재한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세상을 바라본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동문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우리학교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취업에 대한 걱정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는 외대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영환 기자 92youngx@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