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소통이 늘었지만 점점 무뎌진 칼날" 독자좌담회 통해 바라본 외대학보의 한 학기

2015-12-08

유시현 서명지 기자 | 91signpaper@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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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15학년도 2학기 동안 본지는 ‘열린 공간’의 ‘지난호를 말하다’ 코너를 통해 매호마다 지난호에 대한 독자위원의 피드백을 받았다. 마지막 호인 만큼 전체적인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양 배움터 독자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자위원을 맡아 신문을 읽으면서 이번학기 외대학보의 전체적인 느낌 및 생각은 무엇인가?

나: 지난해까지의 학보를 보면 독자위원들의 요구가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번학기는 달랐다. 학생들과 독자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유: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보도할만한 행사가 많다. 대학원의 소식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 대학을 다닐 때 읽었던 학보와 외대학보를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학교 행사를 너무 간단하게 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고차원적으로 세심하게 다뤄줬으면 한다. 또 내용이 글로벌배움터에 치우쳐진 느낌이 있다. 서울과 글로벌 내용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인물면은 대부분 독특하고 재밌는 편이다.

호: 학기 초반에는 학보에서 대학 내 주요한 논쟁거리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모습이 보여 즐겁게 읽었다. ‘대학구조평가’, ‘몰카가 우리를 향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같은 기사들은 현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문은 정보 전달의 목적도 있지만, 여론을 조성하고 유지시키는 기능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987호, 988호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990호는 읽으면서 많이 실망했다. 전에 보였던 날카로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8면의 지면 중 중복되는 주요 기사가 네개나 있었다. 그나마도 정보전달에 치우쳐 있는 기사여서 안타까웠다.

○ 코너별로 파헤쳐보기
(보도 / 학술 및 국제 / 기획 및 심층 / 사회 / 열린 공간 / 인물)

보도: 1-3면
정: 보도면에선 모르고 있었던 학교 주요 행사들을 알게 돼 의미가 있었다. 여러 정보들을 간략고 알기 쉽게 실은 점도 좋았다.

유: 전체적으로 신문에 정치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던 것과 파리 테러 얘기 등 실을 만한 주제가 많았지만 990호는 특히 그런 주제들을 담아 내지 못했다.

국제 및 학술: 5면, 9면
정: 국제면에서 ‘지구촌을 읽다’ 코너는 외대학보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혜: 학술면과 ‘지구촌을 읽다’는 학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인터넷 신문으로도 사회정치 면을 자주 읽는 편인데, 사건에 대한 나열만 이뤄져있는 인터넷 기사에 대한 아쉬움을 ‘지구촌을 읽다‘ 코너를 통해 달랬다. 자세한 전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나: 매호마다 시의적절하게 학술의 주제가 나오고 있다. 교수님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국제적 사안을 알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더 기우는 부분은 ‘외대인이 만난 세계’다. 이 부분을 늘렸으면 한다. 우리학교에는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많다.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소소한 경험들을 싣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학생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기고 글을 담아줬으면 한다.

류: ‘외대인이 만난 세계’는 일기형식이라 너무 주관적으로 느껴진다. 일기장 느낌이 아니라 냉철한 시각도 필요하다. 또 국제면은 전체적으로 손이 안 간다. 소중한 면을 아깝게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기획과 배치로 국제면이 확실하게 개편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 ‘외대인이 만난 세계’의 문체는 읽기가 너무 불편하다. 잘 안 읽게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새로운 코너로 우리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의 입장을 다뤄도 좋을 것 같다.

심층 및 기획: 4면, 6-7면

나: 심층 및 기획면에선 기자의 신념이 돋보인다. 독자들이 한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988호의 세계민속문화축전(이하 세민전)의 경우에도 세민전에 대한 존재에서 끝난 게 아니라 다양한 심층적 정보를 전했다. 다른 기사에서도 많은 준비와 조사를 한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날카로운 기획들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유: 989호의 기획은 조금 약했다. 클린 주점도 괜찮았지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도서관, 국정교과서 등 이슈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기획은 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호: 기획 및 심층면은 더욱 자세하고 꼼꼼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들이 점점 중복되고 날카로운 면이 무뎌졌다.

혜: 987호 심층면의 학식 관련 기사는 일반 신문들의 구조를 따르지 않고 학식 식판 사진을 넣은 것이 참신했다. 창의적인 레이아웃으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회: 8면
유: 개인적으로 그림과 고전영화와 같은 명작을 좋아한다. 사회면의 칼럼은 그림과 포스터가 함께 실려 눈에 잘 들어온다.

나: 986호 사회면의 등록금 카드 납부 기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카드납부에 대해 피상적 논의만 있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우리학교는 왜 안 되는지, 다른 학교 사례는 어떤지 등 카드 납부에 대한 현황을 담아 등록금 카드 납부를 할 수 없는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를 알렸다.

정: 사회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알 수 있는 단순한 정보들이 아닌 외대학보의 시각으로 바라본 학내 사회문제들을 알 수 있어 뜻깊었다.

열린 공간: 10-11면

유: ‘뒷담하는 기자’는 기자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은 코너라고 생각한다.
일시정지의 ‘그다음 수업이 어디더라’의 사진이 위트 있어 좋았다. 하지만 만평의 퀄리티가 아쉽다. 만평의 글이 빠졌으면 한다.

소: 맞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알 수 있는데 글이 만평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정: 열린 공간은 빈의자와 뒷담하는 기자가 가장 재밌었다. 989호의 ‘우리는 아직도’를 통해 기자들의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인물: 12면

유: 990호의 소설가 김진규씨의 인터뷰가 독특했다. 인터뷰를 통해 김진규 씨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고 우리학교가 이런 예술가를 배출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인물면은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을 다루는 부분이 좋다. 또, 학교에서 인물들을 추천해주는 줄 알았는데 기자들이 직접 인물을 찾고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것은 처음 알게 돼 놀랐다.

혜: 우리학교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긍정적으로 자극받았다. 990호 김진규씨 인터뷰 기사는 기자가 김진규씨의 소설을 직접 읽고 쓴 기사였다는 점에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외대학보가 나아가야 할 길

유: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학보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1면 커버스토리를 무엇으로 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시사적이고 관심이 많이 가는 큰 이슈를 담아야 한다. 불통이 아닌 소통하는 학보가 됐으면 좋겠다.

소: 기자들과 만남의 기회를 더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재밌는 구성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읽고 싶은 신문이 되길 바란다.

호 : 크고 뜨거운 불기에 휩싸인 장작은 빠르게 타올라 사라진다. 그 장작을 천천히 태울지 빨리 태워버리고 다른 장작으로 갈아탈지는 언론이 결정한다. 보통의 대중들은 그저 불타오르는 것만 멍하니 구경할 뿐 능동적으로 개입하려 들지는 않는다. 언론의 선택에 몸을 맡기고 그저 휩쓸려 가는 것이다. 그만큼 언론은 힘이 세다. 그렇기에 신문을 구성하는 기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자신감과 주관을 가지고 쓰는 글은 결이 다르다. 앞으로의 작성될 기사들에서 부디 정곡을 찌르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유시현 서명지 기자 91signpaper@hufs.ac.kr
사진 윤수연 기자 91alici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