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응답하라 1972

20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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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열풍이 불고 있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드라마에서 그 시대의 모습을 거의 완벽히 재연해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몇몇 학교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성신여대에서는 학점 때문에 총학생회장 선거 중 후보자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신여대 중선관위는 “학칙에 의거해” 매년 총학생회장 후보의 성적조회를 학교 측에 요청, 징계여부 확인 공문을 보내왔다. 이번 후보자에 대해 학교 측은 ‘성적 미달’이라고 밝혔고 중선관위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다. 해당 총학생회장 후보자는 입장서를 통해 “이러한 학생회장 자격기준 학칙은 이미 타 대학에서는 이미 사문화 된 자치침해 조항”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엔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학교 측이 학점이 낮다는 이유로 후보자에게 선거운동 중단을 권고했다. 이 또한 “학칙에 근거한” 조치였다. 이에 이번해 1월 6일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이화여대 학관에서 ‘“대학의 학생자치 침해에 대하여! 위헌학칙 개정의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학생자치 침해는 유신시절 제정된 ‘학칙의 독소조항’ 때문에 일어난다. 독소조항이란 법률이나 공식 문서에서 본래 의도하는 바를 교모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뜻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임원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어느 선 이상이여야 하고 △대자보 부착·시설물 이용 시 학교의 명예를 침해할 경우 주무부서에서 승인 거부가 가능하며 △시험기간에 자치활동이 금지되는 등 여러 가지 위헌적 학칙이 존재했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학칙에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학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 마음대로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규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

▲안타까운 것은 2012년 대학 자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교육부에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행령을 없애 학칙 재·개정의 열쇠는 총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총장의 결단 없이는 완전한 독소조항의 해소는 불가능하다. 학칙 재·개정뿐만 아니라 학교의 전반적인 사안을 결정하는 대학평의원회에 참석할 수 있는 학생도 소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학생들이 목소리 내기는 힘들다.

▲유신시대가 이미 막을 내린지 30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학칙 독소조항들은 대학사회에 아직까지 남아 학생들의 자치권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러한 독소조항을 통한 학교의 규제는 지난해에도, 이번해에도 어김없이 이뤄져왔다. 이번 성신여대 총학생회장 자격 박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악칙을 개정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학사회가 퇴보하고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