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외대학보 학술대전 - 인문과학분야 당선작

20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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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도 어느 덧 1년이 지났 다. 아직도 애플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우 뚝 서있고, 이는 그만큼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 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이 수없이 등장하고, 본인의 롤 모델에 스티브 잡스를 꼽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아직도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스티브 잡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는 무엇일까?
“I would trade all of my technology for an afternoon with Socrates.” 바로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평소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문학으로 유명 한 리드 대학에 입학했고, 그 대학에서 실행한 ‘고 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이 본인의 삶에 굉장히 도 움이 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실제적 인 예로, 그의 아이패드2 출시 설명 연설을 보면, Liberal Arts와 Technology라고 적힌 두 화살표 를 겹쳐 둔 그림이 나온다. 그 그림을 통해서 그는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다. 기술과 인 문학,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 인 제품을 만든 비결이다.” 라고 연설했다.
이처럼 인문학은 분명히 재조명받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삼성소속의 삼성경제연구소 또한 지 난 해 9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 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과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 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 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 라고 강조하 고 있다. 또한 서점에 갔을 때, 인문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칸에있는것은더이상놀랄만한일이 아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2010 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기 염을 토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관계자는 1981 년 교보문고 개점 이래 인문 서적이 연간 종합 베
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 명하기도했다.그래서다시한번강조하지만,이 처럼 인문학은 분명히 재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인문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재 밌게잘포장된인문학서적말고,기업의이윤창 출도구로써의인문학말고,실제인문학그자체 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문학의 범위는 어디까지이 며, 인문학은 무엇을 공부하는 학문인가? 진짜 인 문학은 잘 포장된, 실용적인 인문학이 아니다. 그 것이인문학의하나의발전형태는될수있다.또 한그런형태의인문학은현재분명재조명받고있 다. 하지만 실제 ‘학문’으로서 인문학은 아직 그렇 지못하다.인문학은꽃과같이빛나는학문은아 니지만,그꽃이성장하는데필요한자양분같은 학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인문학이 여러가지 이유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인문학의 몰락이 가파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데 주목할필요가있다.이는우리사회가보다풍요 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내 인문학의 위기의 심각 성을 인지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고, 또 극복방안 을제시하는것을목표로한다.필자는국내인문 학적 위기를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인 복합적인 이유로 판단했으며, 그 중 교육제도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교육제도 의개선을통한인문학위기극복에초점을맞추어 다뤄보고자 한다.
인문학의 위기 및 극복방안에 관련된 선행연구 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안상헌(2010:138- 147)은 인문학적 근본주의의 위기를 언급하며, ‘저항적 인문학’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박규철 (2011:126-131)은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의 대학 내부에서의 확산 방안 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김명주(2007:7-21)는 인 문학의 위기극복을 위해 정신성의 회복을 주장하 고 있다. 한숭동(2001:188-200)은 철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위기를 동일시하여 대학 교양과정에서 의철학및인문학의역할을강조하고있다.이외 에도 인문학과 관련된 논문은 많이 있지만, 대체로 인문학의 위기 및 극복방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구들을 소개하였다.

2. 인문학의 위기와 심각성

우선인문학의위기를보는관점은두가지로 나눠볼수있다.먼저시장경제의도입으로인한 어쩔수없는결과라는의견,그리고상실되는인 간의 정신적 가치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 이있다.이글에서는후자의관점으로보다절실 하게 인문학의 위기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 이전에 인문학의 위기라는 전제조건에 대해 보다 명확히 하기위해몇가지자료를소개하고자한다.먼저 2006년 9월 15일,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들은 일명 ‘인문학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 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처한 위기 상황 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한다.
둘째, 인문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천명한다.
셋째,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인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포괄적으로 밝힌다.
넷째, 현재 당면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인문학자 들의 임무는 무엇이고, 인문학의 진흥을 위한 사회 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밝힌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스스로 진 단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글이나 의견이 산발적으 로나마 나오기는 했지만, 이처럼 권위와 위상을 갖 춘대학교수집단에서목소리를합쳐인문학의위 기 타개를 촉구하는 선언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 다. 따라서 근래 인문학은 분명 재조명받고 있지 만, 그것은 실질적인 학문적 차원에서 그 효과성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12년 7월 24일 발표된 한국대학연구소 (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 소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통계서비스 대 학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학·윤리학 25개, 프랑스어·문학 16개, 독일어·문학 13개 등 인문 계열 학과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공학계열또한설치학과나학생수가많 이 줄었지만, 이는 폐과보다는 통합 개념으로 학과 명이바뀐것으로실제공학계열학과나학생수는 위의표보다더많은것으로집계된다.연구소는 이러한 학과 변화 추이가 정부가 취업률과 충원율 을 대학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로 반영하면서 학 문단위 구조조정이 강요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 다. 따라서 취업률·충원율 지표에 불리한 기초학 문은 통폐합을 하고, 실용 중심의 학과를 신설하거 나 증원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다른예를보면,지난달열린국회문방위전 체회의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런 질문 을했다.내년방통위사업중인문학과연결된내 용은 무엇이며, 예산편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관해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그런 예산편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필요한 것은 인정 하지만 예산편성을 하다보면 여유가 없다”고 답했 다. 이러한 사건들은 인문학이 대학에서도, 정부에 서도그가치를인정받지못하며쇠퇴의길을걷고 있다는것을보다명확하게인지할수있는사건들 이다.
굳이 이러한 자료를 첨부하는 이유는 아직 사람 들이인문학의위기에대해그심각성을잘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서론에 언급했듯이 서점에는 인문학 관련된 책이 즐비하고, 기업들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 서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실제 위기에 대 해서잘인지하지못하며,오히려시장경제의도 입과경쟁사회속에서어쩔수없는결과라고이야 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사회의 단면만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정말돈버는것이삶의전부인지말이다.세
상에는돈보다값진것들이너무나도많다.그중 으뜸이바로인간이인간답게사는것에대한물음 이며,그물음과인문학은바늘과실과같이떨어 질수없는것이다.따라서인문학위에그어떤학 문도놓여서는안될것이며,어떤학문도인문학 을떼어놓고는찾고자하는답을얻을수없다.
가치 혼돈의 시기에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인문 학적 자기성찰을 절실하게 요청하게 된다. 이는 대 학 내의 ‘인문학 위기’ 담론에도 불구하고 대중사회 의일각에서는‘인문학에대한절박한요청’이이어 지고있음을통해서도잘알수있다.인문학의위 기 담론에도 불구하고 ‘독서 시장’은 여전히 인문학 서적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으며, 넘쳐나는 인문학 서적의 출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문학과 철학 의 빈곤에 대해 불평한다. 물론 대중들이 요구하는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이란 여유로운 중산층의 ‘지 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당의정(糖衣錠)’ 인문학 일수있다.그러나그들의내면에는단순한‘인문 학적 지식’에 대한 갈구만이 아니라, 현재적 삶에 대한깊은회의와성찰을통해삶의진정한의미를 발견하게 해 주는 ‘인문정신’에 대한 본래적 욕구가 깊이 내재해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인간은 누구나 인문학적인 자아성찰 을 절실히 필요로 하며, 인문정신에 대한 본래적 욕구를깊이가지고있다.이것이위에말한인간 이인간답게사는것에대한물음이다.따라서인 문학의 위기는 비단 인문학 자체만의 위기가 아닌, 인간 자체의 위기이다. 다시 말하지만 서론에서 인 문학의 재조명으로 소개한 부분은 진정한 인문학 의 모습은 아니다. 대중들이 요구하는 쉽고 재미있 는인문학은잘포장된인문학에불과한경우가대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문학? 그것도 진 짜 인문학은 아니다. 기술과 조합하기 위해 인문학 적 요소를 이용했을 뿐이다. 따라서 정말로 인문학 이라 부를만한 것에 대한 위기상황은 여전히 상존 한다.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상태가 지속된다면 사 람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불균형 상태에 빠지기 쉬우며 그것은 사회 적으로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3. 국내 인문학의 가파른 몰락과 그 원인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이렇게 중요한 인문 학이위기의길을겪고있다는것은굉장히충격적 이다. 그렇게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특히 한국은 그문제가더욱심각하다.왜냐하면그몰락의추 세가 너무나도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에서 인문학의 몰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 까?필자는그이유에대해서세가지로나누어보 았다. 첫째로, 급격한 경제성장 안에서 인문학의 자리가 없었다는 것. 둘째로, 지성의 중심에 서있 는 대학생들이 인문학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 마 지막으로, 인문학 교육 자체도 실용적인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로, 급격한 경제성장이 어떻게 인문학의 몰
락의원인이될수있는지부터알아보자.소위‘한 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는 빠른 시간에 경제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많은소중한것을잃었다.그중하나가인 문학의 몰락이다.
이렇듯 ‘인문학의 위기’는 세계화 자본주의의 역 사적 전개의 필연적 결과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초 기의 ‘물질적 생산’ 중심의 산업자본주의 단계를 넘 어서 ‘대중문화’와 ‘서비스’의 상품화 단계를 거쳐 마침내 ‘학문과 정보와 지식의 상품화’ 및 ‘인간 자 체와 몸의 상품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단계 를 거치면서 ‘인문학’은 최소한의 본연적 역할조차 현대의 자본주의 문화 일반을 다루는 새로운 학문 분야인 ‘문화연구cultural studies’에 내어주고 ‘상 품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인문학 출판시장의 독점적 경향, 배타적 저작권법의 강화, 거대 출판사의 학술지 컨소시엄 형성과 유료화, 대 학교재 복사이용료의 일괄징수, 베스트셀러의 날 조와 스타작가군의 형성 따위가 그것이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상품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인문 학은 가차 없이 시장에서 축출되며, 상품적 가치가 있는 일부 인문학 콘텐츠만이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메커니즘에 의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위글처럼인문학의위기를자본주의와그역 사적인 전개의 필연적인 결과로 보는 관점은 굉장 히 설득력 있다. 197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도 우 리는소위‘밥벌이’가되지않는학문은배워도쓸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어른들 이 생각해온 방식이며, 우리는 그 사고방식을 의 심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 만 더욱 불행하게도, 현재 아이들이 꿈꾸는 장래희 망을보면이사고방식은또다시되풀이될것으 로 보인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13세 에서 24세까지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2012 청 소년 통계’를 공개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 년 청소년(13~24세)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28.3%를 차지한 ‘국가기관’이었다. 대기업 (22.9%), 공기업(13.1%)가 그 뒤를 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 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기관’, 즉 공무원을 선호한 다는것은금전적인안정성과직업자체에대한안 정성,두마리토끼를다잡겠다는심산인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생각이다. 아주 멀리 내다보는 훌륭 한 인생전략이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이런 생각을 청소년 때부터 한다는 것이과연바람직한가?정말내자녀가열세살때 부터 이런 생각을 한다면 나는 그것을 뿌듯해하며 칭찬해줄수있을까?아니그보다먼저,정말로이 것은 그 아이들의 생각일까? 보통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보통 부모님과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다. 위의 통계를 13~19세, 20~24세의 두 연령대 로 나누어보아도 여전히 국가기관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보다, 운동선 수가 되고 싶은 청소년보다 동사무소 직원이 되고 싶은 청소년이 많다는 뜻이다. 아마 13~19세는 부 모님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며, 20~24세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인지 자문해볼필요가있다.한창꿈많을나이에공무 원이 꿈이라니. 아마 13세 아이는 공무원이 정확히 어떤일을하는사람인지도모를것이다.다시말 해,그것이정말본인들이꿈꿔온하고싶은일이 냐하면그렇다고답할사람은분명드물다는것이 다. 하지만 70년대부터 지속되어 온 ‘돈 되는’ 학문, ‘돈되는’일에대한세뇌가학생들로하여금본인 이진짜로하고싶은일을선택할용기를잃게만 들고,돈이안되는인문학은자연히후순위로밀 려나는것이다.이는슬프지만어쩔수없는일이 다.대체로꿈보다사는것이먼저이지않은가.또 한 꿈을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풀기를 강요받 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한 것이지 여기서 인문학의 위기를논하는것은굉장히어울리지않을수도있
다.하지만여기서또하나의의문이생기는데,과 연학생들은어쩔수없이,부모님의입김과사회 적 분위기에 밀려 인문학 배우기를 포기하는 것일 까? 만약 진실이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인문학의 위기라부르지않았을것이다.우리는두번째이 유에서 한국에서의 인문학의 위치를 더 극명하게 알수있다.
한국에서의 인문학이 더 가파르게 몰락해가는 두번째이유는바로대학생들의인문학기피현상 이다.이는물론첫번째이유와도맞물린다.한국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06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 로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대기업 취업 률은 공학계열이 39.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 경계열도 30% 이상으로 높게 집계되었으나, 인문 계열은 21.1%로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따 라서 어느 대학을 보나 문과계열의 경우 상경계열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이해가 된다. 취업 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학과이기 때문이다. 실 제로어느회사든그회사에서인턴을하고싶어도 경영학 전공이 아니면 그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 또한 대부분의 문과대학 또한 상경계열에 가장 많 은투자를한다.다시말해사회적으로보나,대학 내 분위기로 보나 학생이 상경계열에 진학하는 것 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결과,서울내주요4년제대학에서는상경계 열이 인문대학 중에서는 단연 입학성적이 가장 높 다. 이와 관련하여, 인문학의 위기를 다른 측면에 서볼수있다.바로유능한학생의유입이힘들다 는점이다.수능성적이바로학생의능력과연결 되는것은물론아니다.하지만어느정도의학구 열과 성실성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상경계열 등 입학성적이 높은 학과에 비해서는 능 력이조금떨어진다고볼수도있다.하지만더큰 문제는 바로 적성에 맞는 학생의 유입이 힘들다는 점이다. 인문계열의 학과는 보통 성적에 맞추어 가 는경우가많다.이는곧애초에철학이좋아서,문 학이 좋아서, 심리학이 좋아서 입학하려는 학생들 도물론많지만,그들에게만약더좋은성적이주 어졌다면 다른 학과를 선택했을 이들도 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통계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 는데, 지난 해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 생 954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전공 일치 여부’ 를 조사한 결과 ‘일치하지 않는다.’가 41.4%로, 10 명중 4명은 희망직업과 전공이 불일치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기회가 된다면 전 공을 바꾸고 싶은가’에 대해 52.8%의 학생이 전공 을바꾸고싶은것으로조사되어현재전공에대한 불만이나 전공 변경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학생은 문과 계 열에서인문계열이가장높은것으로나타나역시 본인이 원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비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필자의경우도주변학우들에말에가끔놀랄 때가 있는데, 본인이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온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재외국민 중에서는 더러 찾 을수있으나,특히수능을보고입학한학우들의 경우에는거의없다.심지어어떤학우의경우‘영 어’를 잘하고 싶어서 ‘영문학과’에 왔는데 본인이 생각한 수업내용이 아니라 싫다고 말하는 것을 보 았다. 이는 본인의 무지함을 본인 스스로 홍보하는 격이다. 이처럼 필자 주변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영 문학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 온 학생도 드문데다가,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도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 인다. 조금 자극적으로 말해서 다른 학과에 비해 머리도 안 좋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는 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성의 중심에 서있는 대학생 들,즉20대초반의학생들이인문학배우기를기 피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현재 인문학이 몰락하 는 가장 크고도 중요한 이유이다.
마지막 이유로는, 인문학 교육 그 자체가 가지 는문제점을들수있다.바로인문학교육자체가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 자가 재학 중인 한국외대 영문학과의 예를 들어보 자. 현재 1학년에 개설되어 있는 과목만 보더라도 Practical English Writing, 드라마 청취 및 번역,
Text English Grammar 등 인문학과 직접적 관 련이 없는 과목들이 많다. 또한 최근에 한국외대 영어대학은 하나의 학과로 통폐합이 되었는데, 이 것은 인문학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기존에 영문학과, 영어학과, 영어통번역학과 이렇 게세개의과로나눠져있었던한국외대영어대학 은 2014년부터 ‘영어대학 영어학과’ 하나의 학과 로 통합되어 운영된다. 영어학과나 영어통번역학 과는 실제로 영문학보다는 굉장히 실용적인 목표 로 개설된 학과이며,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가지 고 있다. 따라서 영문학과가 영어학과로 흡수·통 합됨에 따라 학생들로 하여금 굳이 실용적이지 않 은영문학을배울필요가없다는인식을심어줄수 있다. 아마도 2014년 이후의 입학생들의 경우, 기 존의영문,영어,영어통번역수업을골라들을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과연 누가 기존 영문학과 의 수업을 원해서 들을지 의문스럽다. 대학부터 인 문계열 학과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죽이는결정들을내리는판에어느누가,과연,어 떤 자신감으로 당당히 인문학도가 되겠다 말할 수 있겠는지 걱정이 된다. 결국 인문학이 몰락의 길을 걷고있는또하나의이유는교육의중심인대학 그 자체이다.
4. 교육제도 개선을 통한 인문학 의위기극복
그렇다면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 는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교육제도의 선진화라 고 생각한다. 인문학의 위기에는 단연 선진화되지 못한교육제도가한몫을하고있다.우선한국의 교육은 당장의 효율성만을 너무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최재 성 국회의원의 글이다.
OECD가 올해 초 발표한 「OECD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현행 한국 교육의 명암이 그대로 드러나 고 있다. 한국학생들은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 업성취도평가(PISA)의 거의 모든 과목에서 최상 위권 학업성취도를 나타냈다. 반면, 사교육에 대한 지출은 GDP 대비 2.9%로 OECD평균인 0.3%의 1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결과론적 입장에서 버락 오마마 미대통령마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 하는 한국의 교육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천문학 적인 사교육비와, 주당 50시간이 넘는 학습시간, 그리고 고등교육기관의 학업성취도로 이어지지 못하는 연속성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교육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투자 하여 초·중등교육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 취도를 얻었지만, 이것이 고등교육의 학업성취도 로 이어지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구조’ 인 것이다. 발제자는 비효율적인 교육 구조가 파생되는 근본 적 원인을 한국의 교육체제가 ‘극단적 경쟁교육 모 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바로 한국의 교육이 당장의 효율성을 채 우기만급급하고그지속성을늘리는것에는별관 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성이 중시된다는 것은 반대로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사 고력은 무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항상 예습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선행학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행학습은 장기 적인시선으로봤을때절대긍정적인방법이아니 다. 특히 시중에 출판되는 교과서 분석 참고서나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전과와 같은 것들은 문제 에대한답안지나다름이없다.그리고이것은학 생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 신장에 전혀 도움을 주 지 못한다.
여기서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교사들에 게 선행학습을 해오는 학생들을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다. 학 생이 선행학습을 한다는 것은 교수의 수업권을 방 해하며다른학생들의생각할권리,알권리를박
학술대전 9 탈하는행위이다.한학생이답을안다고해서모
두가답을아는것은아니다.하지만한학생이선 행학습을 하고, 교사가 원하는 답을 즉시 말한다면 나머지학생들은그문제에대해생각해볼기회조 차 상실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불합리한 행태 를 교사가 칭찬까지 해준다면, 학생들은 그렇게 하 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더더욱 선행학습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단순히 교사에게 칭찬을 받고자 함이 아닐지라도,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해 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만약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뒤쳐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교 육은 엄청나게 극단적인 경쟁체제에 놓여있다. 이 러한 극단적 경쟁교육의 형태가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을 상상력, 창조력, 사고력 등을 배제한 단순 암기, 수동적, 주입식 교육 형태에 길들여지게 만 든 것이다.
이러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한 많은 학생들은 대 학의강의,시험,공부등에대해많은어려움을겪 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답이 있는 공부를 하였지만, 대학에서는 답이 없는 공부를 하는 경우 가생기기때문이다.발표수업도익숙할리가없 다.교수가원하는답이무엇인지알고있는학생 마저도그것이답이아닌본인의생각일뿐이니자 신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 다. 인문학적인 사고는커녕, 그냥 ‘사고’라는 행위 자체에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 문학을 배우고 싶거나, 인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 생은 자연히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제도를 보다 선진화할 필요 가있다.여기서중요한것은단기적인변화가아 닌최소20년이상을내다본장기적인변화이다. 선진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20대 후반∼30대 초반에어떤능력을가질수있는지보려면최소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가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다 른 선진국의 경제를 배우듯, 교육 또한 선진국의 교육을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국제학업 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모두 최상 위권을 차지했다는 언급을 하였다. 같은 평가에서 언제나 중하위권에 맴도는 국가가 있는데, 바로 독 일이다.
독일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알파벳을 배우고 몇가지단어를익히는데1년.1부터20까지덧셈, 뺄셈을 수없이 반복하는데 또 1년. 아이들은 손가 락을 사용하든 계산법을 혼자 익혀야 한다. 구구단 과같은계산법을미리가르쳐주지않는이유는바 로 ‘더디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자기만의 방법을 찾 는것이중요하기’때문이다.그리고그들이꼭넘 어야 하는 자격시험, 자전거 면허증과 수영 인명구 조 자격증. 지식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과 여가다. 인간으로서행복한삶을사는것이교육의목표아 닌가?한때는주입식국민교육제도와선진학습 법의 수출국이었던 독일. 전쟁과 우월주의, 그 역 사의 반성에서 다시 출발한 교육. 그리고 마침내 얻은 해답. “1등 다툼은 필요 없다. 우리의 교실은 한두명의뛰어난사고보다모두의깊이있는사고 를 원한다.”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방송 을본많은학생들은홈페이지게시판에독일을굉 장히 부러워하는 글들을 남겼다. 당연히 부러울 것 이다.공부에관해서는정말안해본것이없는한 국 학생들이 아닌가. 인생은 공부가 아니니 차라리 공부를 조금 못하더라도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 다고들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독일이 정말 ‘공부 못하는 나라’인가? 독일은 탄탄한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당당히 국가 경쟁력 세계 5위에 올라있는 강국이 다.또한독일은미국다음으로세계에서두번째 로 많은 물리학상 수상국가이며, 전체 노벨상 수상 자는 무려 95명에 이른다. 최근 20년만 보더라도 21명이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니, 앞서 언급한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다 한 들정말공부를못하는나라가아님을,반대로좋은성적을얻었다고하여공부를잘하는국가가아 님을 말해준다. 물론 노벨상 자체가 공부를 잘하 고못하고를판단하는근거는될수없지만,누구 나부러워할만한성과는되지않겠는가.<독일교 육 이야기>의 저자인 박성숙은 그의 저서에서 독일 교육에대해경쟁없이다함께사는법을가르치 는것이결국경쟁력있는교육이라는것을깨달았 다고말한다.이와같이우리는경쟁을위한,생존 을 위한 주입식 강의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성장 을 위한 그런 교육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이러한 교육제도의 개선, 학생들의 사고의 변화 및 사고력의 신장에 의해 극복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교육제도의 개선은 우리의 소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 과 노력이 들겠는가. 따라서 교육제도의 개선을 위 해서는 교육기관과 정부 등 각 처의 관심과 지원 이 필수적이다. 미국 시카고대 총장인 로버트 짐머 는 2010년 8월 방한해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 조 찬 강연에서 대학 교육에서의 비판적 사고력을 강 조하였다. 그는 많은 노벨 수상자를 낸 시카고대 경제학부를 예로 들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 와 전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따지게 하고 상상력을 자유롭고 무한하게 발휘해 대안을 찾도록 한다”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자 학부생이 인문학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쓴다”고 덧붙 였다. 이처럼 대학 차원에서 인문학을 장려하는 것 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인문학이 아니더 라도, 적어도 학생들이 모든 것에 대해 ‘본인’의 생 각을가질수있도록비판적사고능력과창의적문 제 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 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하 고는 있다. 그 중 하나의 예로 ‘인문학 대중화 사업’ 을 들 수 있다. 이는 정부사업으로, 다양한 인문강 좌및행사를지원해국민들이일상속에서인문학 을접할수있는다양한기회를제공하려는목적에 서 2007년부터 실시되었다. 올해는 전국 60여개 기관에서 무료 시민 인문강좌가 운영되었으며 공 연·전시 등 일상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인 문주간’도 진행되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사업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더욱 이 ‘인문학’을 ‘대중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니만큼, 지속적인 홍보 또한 필수적일 것이 다. 또한 국민들은 이러한 정부사업에 관심을 가지 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인문학의 위기를 극 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본인들의 삶의 질 을높이는데도큰기여를할것이다.

5. 결론

이 글에서는 국내 인문학의 위기와 현황, 그리 고 극복방안에 대해 논해보았다. 국내 인문학은 급 격한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시선과, 그에 따른 학생들의 기피현상, 그리고 인문학 자체의 실용적 변모로 몰 락의 길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 해 필자는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경쟁적 체계의 현 재 교육제도 대신,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아 장 기적 안목으로 개선시켜나가는 방안을 제시하였 다. 인문학은 본래 좁은 의미에서 문·사·철(문 학, 역사, 철학)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순 수과학을제외한모든학문을의미할수도있는굉 장히 광범위한 학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물론 굉장히 다양한 방법 에서 논의될 수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교육제도 의개선을통해인문학의위기를극복할수있다는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필자는 교육제 도를 개선함으로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 극복 이상 의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 등 각 처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다만 이 글에서는 교육제도의 개선방안에 관 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독일을 교 육 선진국의 예로 들어 설명하기는 하였으나, 독일 의 교육 커리큘럼, 교육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또한 선진국형 교육제도로의 개선 을 주장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형태를 설명하지는 않았다.본래이글은인문학의위기와그해결방 안에대해전반적으로다루는것에그목적이있음 에 의거하여 교육제도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논외 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 연구되지 않은 사항이 앞으로 더 구체적으로 연구되어 좋은 방향 으로응용및활용될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