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인이 만난 세계]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멕시코

2015-12-08

나참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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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칸쿤(Cancun)은 여전히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멕시코도 가볼 곳이 굉장히 많다. 동쪽 유카탄 반도는 치첸이사(Chichen itza)를 비롯한 유적지와 카리브해를 즐길 수 있는 해변과 섬들이 있다. 서쪽으로는 멕시코의 전주라 불릴 정도로 음식이 맛있고 다양한 와하까(Oxaca), 2천만 명이 사는 메트로폴리탄시티 멕시코시티(Mexico city)와 건물들이 아기자기 아름다운 과달라하라(Guadalajara)가 있다.
하지만 이곳들은 많은 한국어 가이드북에 잘 나와 있고,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편이다. 필자가 소개하려는 곳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Sancristobal de Las Casas)다. 멕시코에서 제일 빈곤한 주(state)이지만, 마음만은 가장 살가운 곳이다. 주로 육로로 과테말라를 가기 위해 스쳐가는 작은 마을이지만, 스페인 식민지 풍의 격자 도로들을 잘 헤집고 다니면 볼거리가 굉장히 많다.
중심의 작은 광장 소깔로(Zocalo)를 두고 북쪽으로 언덕 위에 작은 성당이 있고, 서쪽으로는 복작거리는 재래시장이 있다. 봉고차로 다니는 미니버스정류장을 지나 쭉 가다보면, 아이들이 언덕 위를 뛰어노는 판자촌도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두 달 정도 머무르며, 주중에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주말에는 주변의 더 작은 마을들을 돌아보러 다녔다.
산길을 넘어 봉고차에 마을 사람들과 옹기종기 껴 앉아 한 시간 즈음 떨어진 곳, 차물라(Chamula)는 일요일마다 원주민들의 재래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곧게 이어진 길의 끝에는 카톨릭에 토속종교가 녹아 든 예배를 보는 성당이 있다. 문을 열면 솔잎이 풍성하게 깔린 바닥과 연기가 자욱한 풍경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바닥에 앉아 성상을 향해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고, 닭과 콜라가 그 옆에 자리하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니 콜라는 바닥에 흩뿌리고, 닭을 아픈 아이에게 문지르며 기도하다가 그대로 목을 비틀어 버린다. 닭을 제물로 바쳐 신에게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마을도 있는데, 이들은 사파티스타스(Zapatistas)로 불린다. 90년대에 치열한 무장 자치운동을 벌인 결과, 지금은 세계 여러 NGO들의 기금을 후원 받는 독립기구로 성장했다. 마을 내 자급자족을 추구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큰 도시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정부의 사복경찰들에게 수배돼 있기 때문에 무정부운동을 할 때에는 복면을 쓴다. 마을의 방문은 촌장의 승인 하에 가능하고 돌아보는 내내 안내인이 같이 다닌다. 자체적인 학교, 상점, 농장 등이 있어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다.
이들 말고도 지역주민들이 무지 자랑하는 것이 있다. 멕시코의 그랜드캐니언이라며 큰 자부심을 느끼는 ‘수미데로캐니언(Canon del Sumidero)’이다. 불편한 봉고차를 두 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지만, 충분히 수고를 감수할 만하다. 보트를 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 사이를 묘기를 하듯 지나다니며 원숭이, 악어, 앵무새, 독수리 등 야생동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은 스페인어지만 압도적인 풍광에 사로잡히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70일간 머물렀던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멕시코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크리스마스엔 광장에 큰 트리를 세우고, 새해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다 같이 폭죽을 터트리는 곳.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 가장 고향 같았던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곳이 될 것 같다.

나참솔(상경.경제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