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읽다] IS와 이슬람 2015-12-08
김수완 교수 | 조회수 1566  댓글 0
 
김수완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최근 13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리테러는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파리테러의 주범인 IS는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정정의 혼란을 틈타 2014년 6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가 스스로를 칼리파(이슬람국가∙이슬람공동체의 최고 종교권위자 겸 정치지도자)로 명명하고 선포한 자칭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s)’로 그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해왔다. 다른 테러조직들과 달리 IS가 현재 방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갖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IS가 사법, 행정, 군사, 교육 심지어 복지시스템 등 유사국가제체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IS는 미국인 종군기자와 영국인 구호 활동가 등 2014년 한해에만 미국인 3명과 영국인 2명을 잇따라 살해했고 2015년에는 일본인 인질 두 명과 최근 중국인, 노르웨이인 인질을 살해했다. 인질들의 잔인한 참수장면은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돼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고 이는 IS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강력한 홍보수단으로 활용됐다. IS가 기존 테러조직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미디어 전략이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뉴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자원병들을 모집하는 등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선전)를 광범위하게 전개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조직의 새로운 캠페인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IS의 프로파간다가 전달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지지자들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군사적 활동은 물론 사회봉사 활동도 뉴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IS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변화의 대리인, 진정한 믿음의 사도, 외세로부터 고통 받고 억압받은 자들을 위한 보복자들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IS의 미디어 전략이 주목받는 것은 참수 동영상 공개 같은 범행의 잔혹함보다 그러한 홍보 전략을 위해 전문적인 미디어 조직을 갖추고 치밀하게 계획되고 수립된 미디어 전략을 새로운 차원에서 수행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도로 계획된 IS의 미디어 전략에 관심을 갖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젊은 층들이 전 세계에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사회부적응자나 사회불만세력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IS의 이념논리와 정당성에 포섭되거나 세뇌돼 새로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IS, 이슬람 국가’, 그렇다면 이슬람은 테러종교이며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들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이다. IS의 발흥에 아랍, 중동을 포함한 무슬림 세계는 큰 충격을 받고 있고 무슬림들조차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참혹한 야만성에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IS가 진정한 의미의 이슬람국가가 아니라는 무슬림들의 비난이 쇄도할 뿐 아니라, 이슬람국가라는 명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무슬림들은 이슬람국가의 약어인 IS대신 아랍어 표기의 약자인 ‘다이쉬(Daish)’로 부르고 있다. 또한 2014년 9월 전 세계 무슬림 지도층 지식인 126인이 IS 수장인 알 바그다디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전통적 이슬람 해석을 바탕으로 IS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IS의 궁극적 목적은 이슬람의 황금기 7세기의 영화를 되살려 동쪽으로는 중국의 신장위구르∙중앙아시아, 서쪽으로는 스페인, 북쪽으로는 동유럽, 남으로는 수단∙소말리아에 이르는 순니파 이슬람 세상을 건설하는 것이다. IS는 근대 이후 이슬람 정치 운동의 몇 가지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상적 황금기 7세기로 상정한 과거 회귀성, 역사적 문맥을 철저히 무시하고 경전을 읽는 문자주의, 전통을 무시한 자의적 이슬람법 해석, 타인의 신앙을 검증하는 타크피르(Takfir), 세계를 이슬람과 비이슬람으로 나눠 이주를 요구하는 흑백 논리, 살인을 정당화 하는 무장투쟁론, 그리스도인들과 종말론적 전쟁을 통해 십자군을 절멸하는 반 서구, 반 세속주의가 바로 그 특성이다.
IS가 주장하는 이슬람은 전통적인 평화의 종교 이슬람과 그 궤를 달리 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참수 및 테러사건들은 이슬람을 잔혹한 살상의 종교, 테러의 종교로 잘못 인식시키고 있다. 또한 서구언론을 인용한 이슬람과 중동관련 국내언론보도는 이슬람과 아랍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도 IS의 위협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터키를 통해 IS에 가담한 김군이 대표적이며 최근 국정원에 발각돼 출국 금지된 또 다른 김군들이 그러하다. IS의 프로파간다 잡지인 ‘다비크(Dabiq)’의 11호에서 한국은 IS의 타도대상인 62개의 소위 ‘십자군 동맹’에 포함된 바 있으며 지난 주 유포된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은 60개국의 ‘악마의 동맹’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IS와 같은 테러조직의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위협에 이슬람과 무슬림들이 테러의 종교, 테러리스트로 호도돼 사회적으로 차별받거나 억압받고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