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의 대장정, 그 열정의 결실 2015-12-07
유시현 기자 | 91qhdodb@hufs.ac.kr 조회수 3307  댓글 0
 
로컬리티 사업단은 글로벌배움터 국제지역대학 소속 9개 학과와 함께 교육부 CK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국제지역대학과 로컬리티 사업단이 주관한 ‘국제지역대학 아카데미 위크(Academy Week)’가 진행됐다. 특히 둘째날 ‘제 1회 로컬리티 챌린지(Locality Challenge) 탐사보고회’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광역특화전공 소속의 학생 37명을 10개 팀으로 구성해 현지에서 체험한 경험담과 탐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10개월 간의 준비 끝에 진행된 탐사보고회는 로컬리티 사업단과 학생들의 노고가 그대로 묻어났다. 오영민 로컬리티 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첫번째 탐사보고회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미흡한 부분들도 있지만 학생들이 무사히 다녀온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수상 : 인도남아시아 1팀 <야뜨리양>

약 2주간 스리랑카로 탐사를 떠난 야뜨리양은 실론티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정했다. 실론티는 ‘스리랑카의 차’라는 뜻으로 과거 스리랑카 국토인 시실론에서 이름을 따 실론티라 명명하게 됐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은 차를 스리랑카에서 직접 재배했다. 양질의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적합한 기후로 스리랑카의 차 플랜테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리랑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에도 차 산업을 계속 유지했고 차 산업의 강대국으로 발전했다.
스리랑카의 차 공장은 보통 사유지에서 차를 경작한다. 노동자가 재배한 차의 잎을 수확해오면 공장들은 그에 대한 임금을 제공한다. 공장에서 차 잎을 건조, 발효, 분쇄하고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맛의 밀도 등을 조절해 차를 생산한다. 대게 스리랑카 대형백화점에 있는 차 가격은 비싸다. 대형백화점은 화려한 포장과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블렌딩으로 향기로운 과일향을 가미해 차를 판매한다. 보통 부유층, 관광객이 목표고객이다. 반면 일반 마트는 간단한 포장과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층이 목표고객이다.
판매되는 차들은 계층에 따라 다르게 소비된다. 티 샵(tea shop)에서는 홍차 칵테일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티 샵은 매우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원하는 차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온도와 시간을 정한 티를 대접한다. 이에 반해 일반 서민들은 보다 저렴한 차를 소비한다. 값이 떨어지는 차들은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우유와 설탕을 가미해 마신다.
스리랑카인의 차 소비문화를 통해 그들이 가진 부에 따라 사람들이 즐기는 차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시대처럼 두 계층으로 나뉜 모습을 연상케 했다.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있는 과거다‘라는 말처럼 스리랑카에는 어두운 식민지 시대의 그림자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수상 : 마그레브1팀 <잃어버린 2시간>

모로코 탐사에 앞서 모로코 청년들이 가진 고민, 사회문제, 프랑스어와 아랍어 사용에 관한 생각을 알고자 관련 설문지를 준비해 갔다. 모로코인들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사실 모로코의 공용어는 아랍어다. 그러나 대학 수업이나 방송에서도 공식어로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 역사가 있지만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적다.
모로코에서 아랍어와 프랑스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7명의 학생들에게 답변을 얻었다. 17명 중 11명이 아랍어, 4명이 프랑스어, 2명이 프랑스어와 아랍어 둘 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대다수는 아랍어에 대해 모국어이며 무슬림이라는 종교적인 이유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프랑스어 선호 이유로는 전공 교재 언어이며 과학적으로 진보된 언어라는 의견이 있었다.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선호한다고 답변한 학생들은 아랍어는 모국어로 가족들과 함께 쓰고 친밀도 높은 언어며 프랑스어는 국제적인 언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15명의 학생에게 대학교 수업에 쓰는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8명의 학생이 프랑스어라 답했고 6명의 학생이 프랑스어와 영어, 1명의 학생이 영어라고 대답했다. 이 결과로 대부분 수업이 프랑스어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만이라고 답한 한명의 학생은 전공이 영어였기 때문이다.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 이외에 나머지 전공들에서도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로코 대학생들이 학업과 진로에 관련 생각을 알기 위해 전공 선택 이유를 물었다. 15명의 학생 중 10명의 학생이 ‘전공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나머지 학생은 ‘취업에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내신점수 혹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에 반해 모로코 학생들은 개인의 생각을 반영해 과를 선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7명에게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7명의 학생이 청년실업이라고 답했다. 5명의 학생이 교육시스템, 2명의 학생이 약물 중독 나머지 학생들이 부패, 복지 등의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탐사 후 알아낸 점은 모로코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걱정이 없는 것이다. 진로, 사회에 대해 걱정이 많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장려상 3팀 중 1팀 : 인도남아시아 2팀 <으샤으샤아샤>

인도는 12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와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 인도다. 이러한 인도에서 우리나라 공정무역 활성화방안을 모색해봤다.
공정무역이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계약적 형태의 교역이다. 공정무역이 항상 좋은 결과 가져오진 않는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 바디샵과 같은 대기업들은 공정무역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해 생산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값에 판다.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돈을 지불한다하더라도 공정무역 상품 생산지역의 농업인들은 망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속에 정말로 공정한 무역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방안을 모색했다.
델리에 있는 전통시장인 ‘카리바올리 향신료 시장’을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각종 향신료와 곡물이 거래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향신료 도매 시장이다. 카리바올리 시장은 지난 수세기동안 각종 향신료와 식재료 교역과 더불어 각기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통로이자 교류의 땅이었다. 이곳에선 외국 유명 기업의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들은 외국의 대기업을 통해서가 아닌 그들만의 방식과 전통을 유지하며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마날리에선 카펫과 숄을 제작하는 가내수공업자를 만났다. 이들이 직접 만든 물건은 중간업체와 거래된다. 이후 중간업체를 통해 현지 상점과 다른 나라와의 무역이 진행되고 있다. 탐사 중에 마날리 소상공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 중간업체를 통한 무역거래가 아닌 마날리 소상공인과 직접적인 거래가 더욱더 가내수공업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 번째로 레의 ‘에꼴로지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선 지역주민들에 의한 공정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며 지역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변화와 개발을 이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주민들은 친환경적으로 보온시설, 생활용수를 보급에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그들만의 독특한 지역예술이 잘 남아있는 특성을 이용해 지역 여성들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수출함으로써 경제적인 이득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생산 활동과 경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리나가르의 파시미나를 현지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업체와 만났다. 카펫이나 스카프에 대한 인기가 많아질수록 현지 스리나가르 내부에 대규모 공장들이 무분별하게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장의 인근 지역 시장 점유로 수공업자는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파시미나는 그들이 열 번이 넘는 공정을 거친 수공업자의 것보다 10분의 1정도 가격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중 베레토크라는 국내 파시미나 벤처기업은 스리나가르 현지 수공업자와 거래하고 있다. 베레포크는 수공업자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들의 전통과 제조기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교역한다. 국내에서 2~30대 젊은이들을 목표로 하며 온라인 마케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현지의 문화와 전통을 무시하며 이름만 공정무역으로 내세워 마케팅효과를 이용하는 대기업들의 거래보다 베레포크와 같은 기업들이 더 공정무역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공정무역이란 이름만을 내세워 그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현지 사람과 생활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거래가 아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공정한 거래에서 벗어나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는 거래다.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기업들이 많아져 현지 토착주민들과 거래가 늘어나고 진정한 의미의 공정한 무역이 우리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길 소망한다.

유시현 기자 91qhdodb@hufs.ac.kr